故 최모 경위 "잃어버린 저널리즘 찾아 달라"

유서에 언론인에 당부 글 남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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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오후 서울 강동구 명일동성당에서 故 최모 경위의 유족들이 유서를 공개했다.(뉴스1)

‘정윤회 문건’ 유출 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도중 스스로 목숨을 끊은 서울경찰청 정보1분실 소속 최 모(45) 경위의 유서가 14일 오후 공개됐다. 최 경위의 큰 형이 이날 오후 6시쯤 복사해 취재진에게 배포한 유서에는 세계일보, 조선일보 기자에 대한 짧은 평과 언론인들에 대한 당부가 담겨 있었다. 유서는 14장 가운데 유족들에게 남긴 내용을 제외한 8장 분량이 공개됐다.

 

최 경위는 유서에서 세계일보와 조선일보 기자를 언급했다. 최 경위는 “제가 정보관으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접하였으나 그 중에서 진정성이 있던 아이들은 세계일보 A와 조선일보 B였다”며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BH 국정 농단’은 저와 상관없고 단지 세계일보 A기자가 쓴 기사로 인해 제가 이런 힘든 지경에 오게 되고, 조선일보 B는 제가 좋아했던 기자인데 조선에서 저를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고 가 너무 힘들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일보 A기자도 많이 힘들 텐데”라면서 “내가 만난 기자 중 너는 정말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동생이었다. 그동안 감사했다”고 적었다.

 

최 경위는 언론인들에게 저널리즘을 찾아달라는 부탁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최 경위는 “훌륭한 분들이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생활한다”면서 “저널리즘! 이것이 언론인들이 존재하는 이유이다! 부디 잃어버린 저널리즘을 찾아주기 바란다. 나는 새로운 삶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짓눌러 이렇게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오후 채널A 등 일부 언론이 최 모 경위의 유서와 관련, ‘최 경위가 유서에서 조선일보 기자의 실명을 거론하며 조선일보에 대해 배신감을 느낀다는 내용을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하자 조선일보가 14일 공식 입장을 밝혔다.

 

조선일보는 ‘고(故) 최 경위 유서 보도 관련 조선일보 입장’에서 “이 기사들은 본지가 파악한 유서 내용이나 맥락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면서 “유서 전체를 파악하지 않은 채 유서에도 없는 단어와 내용을 짜깁기해 보도하는 것은 고인의 유서를 왜곡해 혼란을 초래하는 동시에 조선일보의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아래는 공개된 유서 전문이다.

 

(1장~2장)


저를 알고 있는 모든 분께 최근 일련의 일들로 인해 신경써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수많은 언론들이 저를 비난하고 덫으로 몰고 가고 있지만 저에 대한 믿음과 신뢰를 보여주신 것은 감사드립니다. 경찰생활하며 16년 동안 월급만 받아 가정을 꾸미다보니 대출 끼고 현재 전세를 살고 있는 것이 대한민국 공무원의 현실입니다. 그리고 경찰생활을 하며 많은 경험을 했지만 이번처럼 힘없는 조직임을 통감한 적이 없습니다. 힘없는 조직의 일원으로 일번 일을 겪으면서 많은 회한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당당하게 공무원 생활을 했기에 지금도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3장~4장)


제가 정보관으로서 활동하면서 많은 사람들을 접했지만 그 중에서 진정성이 있던 아이들은 세계일보 A와 조선일보 B였습니다. 그런데 이번 사태에서 "BH의 국정농단"은 저와 상관없고, 단지, 세계일보 A 기자가 쓴 기사로 인해 제가 이런 힘든 지경에 오게 되고 조선일보 B는 제가 좋아했던 기자들인데 조선에서 저를 문건 유출의 주범으로 몰고 가 너무 힘들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제 동료이자 아우인 C가 저와 친하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이런 소용돌이 속으로 들어오게 된 것은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세상의 멸시와 경멸은 참을 수 있습니다..그러나 진실은...
세계일보 A 기자도 많이 힘들 텐데 "내가 만난 기자 중, 너는 정말 순수하고 맑은 영혼을 가진 동생이었다. 그동안 감사했다."

 

(5장~6장)


C에게. 너무 힘들어하지 마라. 나는 너를 이해한다. 민정비서관실에서 너에게 그런 제의가 들어오면 당연히 흔들리는 것은 나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제 내가 이런 선택을 하게 된 것은 너와 나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회사 우리 회사 차원의 문제이다. 이제라도 우리 회사의 명예를 지키고 싶어 이런 결정을 한다. 너무 힘들었고 이제 편안히 잠 좀 자고 쉬고 싶다. 사랑한다. C야. 절대 나로 인해 슬퍼하지 말고 너의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여라. 그리고 부탁하건데 내가 없는 우리 가정에 네가 힘이 되어 주길 바란다. C야 아는 너를 사랑하고 이해한다. 사랑한다. C야..

 

(7장~8장)


언론인들에게
훌륭하신 분들이 국민들의 알권리를 위해 생활하시죠, 저널리즘! 이것이 언론인들의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부디. 잃어버린 저널리즘을 찾아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새로운 삶에 대한 호기심이 나를 짓눌러 이렇게 극단적인 방법을 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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