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 판결 그리고 MBC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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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낱같은 기대가 사라졌다. 대법원이 지난달 27일 YTN 해고노동자 6명이 낸 징계무효소송 상고심에서 6명 중 3명의 해고는 정당하다는 원심을 확정했다. 2008년 10월6일 해고된 지 2244일만의 판결이다. 법원이 방송의 중립성을 위한 ‘낙하산 사장’ 반대투쟁의 공익성을 인정하고도, 해고를 재량권 남용이라고 보지 않은 판단은 이해하기 어렵다. 노종면 전 노조위원장은 이날 판결을 접하고 눈물을 삼키며 말했다. “2심 판결이 나오고 대법이 뭘 했나 모르겠습니다. 그 시간들은 혹독하다는 표현을 넘어 지독한 시간이었습니다.”


2심 판결로부터 3년7개월이 지나 내린 결정이 고작 하급심 판결문을 그대로 읽는 수준이라면 왜 그렇게 질질 끌었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정권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치적 판단을 했다는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이번 판결이 비슷한 길을 걷고 있는 MBC 해직기자와 PD들의 항소심 재판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한다. MBC노조 역시 2012년 ‘공정방송 회복 및 낙하산 사장 퇴진’을 요구하며 170일 간 파업을 벌였고, 노조위원장 등 7명이 해고됐다. 올 초 1심 법원이 해고가 무효라는 판결을 내렸고, 내년 초 2심 판결이 예정돼 있다. 1심 판결까지는 비슷하다. MBC 파업의 목적이 공정방송 실현이라는 점에서 목적이 정당해 적법한 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YTN 해고 1심 판결 또한 보도전문채널의 정치적 중립이라는 공적 이익을 도모하려는 동기에서 비롯된 점을 고려해 해고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그럼에도 YTN 판결에선 2심과 대법에서 뒤집혔다. 언론의 자유보다 회사의 경영권을 더 중시한 것이다.


법원의 판결과 별개로 회사쪽의 전방위적인 탄압은 이참에 아예 노조의 뿌리를 뽑으려는 것이 아닌지 싶다. 한겨레21이 보도한 ‘MBC, 징계해고 검토 법률자문’은 그 불온한 전조이다. 파업기간 중 적극적인 노조원들을 비제작부서로 발령내고, 그것도 모자라 인사평가 점수가 낮은 노조원들을 쫓아내기 위한 법률검토로 보이기 때문이다. 


보도에 따르면 MBC가 지난 8~9월 법무법인 ‘김앤장’과 ‘화우’에 징계해고가 가능한지 자문을 받았다. MBC는 ‘장기 저성과자 해고 절차를 운영할 예정’으로 “1년이 넘는 기간 동안 개인평가규정의 최저등급인 R등급을 3번 받은 것은 성실의무를 위반한 것이므로 대기발령 등의 절차를 거쳐 징계해고를 검토할 예정”이라며 “대기발령과 별개로 ‘성실의무 위반’으로 징계해고가 가능한지”를 질문했다. 사쪽이 해고프로젝트를 운영하고 있는 것이 드러났다. 그동안 MBC는 파업 참가자 전원에 R등급을 주는 등 인사평가를 ‘인사 보복’ 수단으로 활용해왔다.


해고가 얼마나 비인간적인지는 쌍용차 해고사태가 보여주고 있다. 대규모 정리해고 이후 자살이나 스트레스성 질환으로 노동자와 가족 등 2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한 사람의 인생은 물론 가족의 삶까지 송두리째 빼앗는 비인간적 징계라는 것이 너무 명백하다. 그럼에도 어려운 이웃을 돌보고 함께 상생할 길을 찾아야 할 언론이 앞장서서 동료들을 해고하기 위한 칼춤을 추는 현실에 심한 자괴감을 느낀다.


방송법 6조 1항은 “방송 보도는 공정하고 객관적이어야 한다”고 못박고 있다. YTN과 MBC가 내쫓은 기자들 전부를 다시 복직시키지 않는 한 국민들은 방송을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방송은 권력의 입이 아닌 국민의 방송이 되어야 한다. 국민들은 해고자의 원직 복직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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