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회 문건' 특종 세계일보에 발톱 세운 청와대

'정윤회 문건' 보도 기자들 고소
박 대통령 언론 책임론 제기
"언론 겁박 있을 수 없는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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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의혹’ 문건을 보도한 세계일보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일 “조금만 확인해 보면 사실 여부를 알 수 있는 것을 관련자들에게 확인조차 하지 않은 채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 같이 보도하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28일 청와대 이재만 총무, 정호성 제1부속, 안봉근 제2부속 비서관 등 이른바 ‘비서실 3인방’ 등 8명은 세계일보 발행인과 편집국장, 취재기자 등 6명을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정씨도 조만간 세계일보를 상대로 민·형사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정씨의 변호인이 밝혔다.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액션은 불리한 보도가 나온 뒤 언론을 겁박하려는 구습이다. 세계일보 보도에 대한 청와대 비서관들의 단체 고소와 박 대통령의 ‘언론 책임론’ 언급은 언론 보도를 위축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정윤회씨의 국정 개입 의혹을 보도한 세계일보 11월28일자 1면.

세계일보는 지난달 28일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이 작성한 ‘靑비서실장 교체설 등 VIP측근(정윤회) 동향’이라는 제목의 청와대 내부 문건을 단독 보도했다. 박근혜 정부의 ‘비선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정윤회씨가 ‘문고리 권력 3인방’, ‘십상시(十常侍)’로 지칭돼온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보좌진을 주기적으로 만나 국정에 개입했다는 내용이다. 


황정미 세계일보 편집국장은 기자협회보와의 통화에서 “보고서 하나 입수해서 하루나 한 달 취재한 내용이 아니라 확신을 갖고 취재한 것”이라며 “타당성 등에 대해 판단을 내린 후 보도한 만큼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지난달 24일 1면 머리기사 ‘靑, 정윤회 감찰 돌연 중단 의혹’을 시작으로 정윤회 감찰 핵심 2인의 잇단 하차, 베일에 가려진 정씨의 실체 등 청와대의 정윤회 감찰을 둘러싼 의혹을 집중적으로 보도했다. 


청와대가 정씨를 감찰했다는 세계일보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하던 청와대는 감찰보고서 문건이 공개되자 ‘찌라시 수준의 소설’이라고 평가절하 했다가 상황이 심상치 않게 돌아가자 세계일보 기자들을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그러면서 정작 고소인인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8명은 검찰에 불출석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세계일보 기자들에 대한 법적 대응은 박근혜 정부 들어 언론사와 기자들에 대한 소송 남발과 궤를 같이한다. 박 대통령 취임 이후 청와대 관계자가 언론사와 기자를 상대로 한 민·형사 소송은 언론에 알려진 것만 12건에 달한다.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부가 고소·고발의 행태로 보도에 문제를 삼으면 언론이 정치권력에 관련된 어떤 정보나 자료를 입수했을 때 기자 스스로 그 모두를 증명해야 하는 책임을 떠안게 된다”며 “검찰도 여러 능력이나 힘을 동원해 풀 수 있는 문제를 기자 혼자 증명할 수 없을뿐더러 이런 식이라면 이 세상의 어떤 비리도 보도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태경 새누리당 의원도 지난 1일 당내 일부 초·재선 의원들의 모임인 ‘아침소리’ 회의에서 “보도했다고 겁박하는 것은 언론사의 언론기능에 대한 침해이다. 고소하려면 그 문서를 작성한 사람들을 고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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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 갖고 보도…전혀 문제 없어”
황정미 세계일보 편집국장


-세계일보의 정윤회 문건 보도 파장이 일파만파다.
“취재를 바탕으로 판단해 기사를 쓴 것이고 앞으로도 더 써야 될 부분이 있다. 일단 사안이 이미 진행되고 있지 않나. 검찰 수사가 들어갔고 실질적으로 사건 배당이 돼서 월요일부터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우리가 보도한 것을 보면 사실 입장은 다 나와 있다.”


-첫 보도 직전에 정윤회씨나 비서관 3인방에게 확인 취재했나.
“오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비서관의 인터뷰를 봤는데 세계일보는 어떻게 보고서가 작성이 됐는지 그런 부분에 대해 이미 취재를 다 해놓은 상태였다. 보고서 하나 입수해서 하루나 한 달 취재한 내용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확신을 갖고 보도를 한 것이다. 타당성이나 다른 부분에 대해서도 판단을 내린 후 보도를 한 만큼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 검찰 수사 국면으로 간 이상 진실은 수사 과정에서 밝혀질 것으로 본다.”


-검찰 수사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회사 차원에서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관련 보도를 계속할 생각인가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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