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사찰 의혹에 PD 조사…검찰, 전방위 '언론 압박'

주진우 시사IN 기자 중형 구형
세계일보 기자 우편물 무단 개봉
"수사만으로 상당한 위축 효과"

  • 페이스북
  • 트위치

수사당국이 현직 기자의 통화내역과 문자메시지 등을 조회하고, 일상적 취재과정을 ‘허위사실 유포 진원지’로 지목하는 등 논란을 불러일으킨 데 이어 최근에도 검찰의 ‘언론 압박’ 사례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권력기관의 적극적 소송과 수사기관의 공격적인 수사가 맞물려 기자들의 ‘심리적 위축’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은 지난 14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 PD가 형사소송법 위반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을 것이라는 기사가 보도되면서다. 한국PD연합회는 “박근혜 정부 하에서 벌어진 언론탄압과 공안몰이의 연장선상”이라며 수사를 즉각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탈북자 A씨의 고소 배경도 석연치 않다. A씨는 자신의 이름이 적힌 국정원의 수사보고서가 노출됐다는 이유를 든 것으로 알려졌지만, 제작진은 “방송에서 신고자의 실명이 노출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실제로 지난 7월26일 해당 방송에 나온 자료에는 A씨의 이름이 모자이크 혹은 익명 처리됐다. 문제가 된 자료도 사건을 수사한 국정원이 제작진에 직접 제공한 자료였다. 해당 PD는 아직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지 않은 상태이며 제작진은 “수사 상황에 따라 의견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최근 검찰의 ‘언론 압박’ 사례가 연이어 터져 나오고 있다. 권력기관의 적극적 소송과 수사기관의 공격적인 수사가 맞물려 기자들의 ‘심리적 위축’이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뉴시스)

이어 지난 17일 검찰은 2012년 대선 과정에서 박근혜 대통령 동생 박지만씨가 5촌 조카 살인 사건에 연루됐다는 의혹을 제기한 주진우 시사IN 기자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에 징역 3년과 2년이라는 중형을 구형했다. 지난해 10월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된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지만 검찰은 1심 판결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검찰은 “이 사건은 언론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실시된 허위사실 공표”라며 “1심 재판이 감성 재판이라는 비판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주진우 기자는 “법은 국민의 상식이어야 함에도 감성적 판결이라고 국민을 무시했다”며 “죄가 안 되는 사안임을 잘 알 텐데 권력자들의 눈치를 보고 끌려 다녔다. 법을 기자를 억압하는 도구로 쓰고 있다”고 비판했다.


검찰의 ‘기자 사찰 의혹’도 제기됐다. 세계일보는 지난 19일부터 22일까지 지면을 통해 검찰이 비판 기사를 쓴 기자를 상시적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세계일보는 검찰이 현직 검사 비리를 취재 중인 기자에게 배달된 우편물을 무단으로 개봉했다며 ‘박봄 마약밀수 의혹 보도’ 때도 취재원 색출에 나섰다고 보도했다. 박현준 기자는 ‘현장메모’를 통해 “검찰을 비판하는 언론과 정치권에 날을 세우는 행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라며 “법으로 명명백백하게 따져 책임을 물어야 할 일”이라고 전했다. 이번 사안에 대해 대검찰청 대변인실은 “임의로 대리수령한 것이 아니라 관련 절차에 따른 것”이라며 해당 기자에 사과하고 우편배송 관행을 개선할 뜻을 밝혔지만 ‘기자 사찰 의혹’에 대해서는 “사실무근”이라는 답변을 남겼다.


한 방송사의 검찰 출입 기자는 “(세계일보) 기사가 다소 감정적이라는 의견과 검찰이 비판받아 마땅하다는 의견이 갈린다”면서도 “취재과정에 압력을 가한다든지 취재원을 파악해 제보를 차단하기 위한 목적이라면 문제가 심각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일련의 사안에 대해 법조기자 출신인 허윤 변호사는 “검찰 수사만으로 당사자(기자)는 상당한 두려움에 빠진다. 이것이 권력이 추구하는 효과”라며 “소송 건수는 노무현 정권 때 훨씬 많았지만 당시에는 언론과 권력이 상대적으로 대등한 입장에서 싸울 수 있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권 이후 정부가 ‘언론을 길들이는’ 상황에서 언론의 힘이 약해졌다”고 말했다.




김희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