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공장 페놀 유출 1년…오염 확산, 주민 중독

제289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 2부문 / JTBC 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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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김상진 기자

“정말 방송 나가는 것 맞나요?” 주민 A씨는 의심 가득한 눈초리로 말했다. 또 다른 주민은 “이곳 소식은 대관령을 넘지 못 한다”고 한숨 섞인 농을 건넸다. 강원도 강릉시 옥계면 주민들은 언론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했다.


사고가 난 지 1년이 훨씬 지났다. 하지만 속 시원히 밝혀진 건 별로 없었다. 언론이 포스코의 입만 쳐다보는 사이, 주민들의 주름은 더 깊어졌다. A씨는 “포스코 직원이 ‘페놀은 병원에서 소독제로 쓰는 것’이고 ‘오염지 주변에서 기른 농작물이어도 안심하고 먹어도 된다’고 얘기하는데 진짜 맞냐”고 물었다. 헛웃음만 나왔다. 


포스코의 무성의한 태도는 JTBC의 보도 이후에도 계속됐다. 포스코는 주민 및 공장 직원 85명에 대한 소변 검사를 실시했다. 체내 페놀 수치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정상에 가까운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반감기가 짧은 페놀의 특성상 당연하다”고 풀이했다. 노동환경건강연구소의 임상혁 소장은 “1년 전에 유출된 페놀로 인한 건강 영향을 보기 위해서 지금 소변 검사를 한다는 건 전혀 의미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런데도 지역엔 “이상 없다”에 방점이 찍힌 뉴스만 속속 전해졌다. 포스코는 주민 대상 설명회까지 열며 ‘안심 퍼레이드’를 이어나갔다. 이번엔 헛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다행인지 그 즈음 국회가 나섰다. 환경노동위원회 야당 의원들이 진상 규명을 위한 성명서를 냈다. 그러나 여당의 반대로 포스코엠텍 사장의 국정감사 증인 채택은 결국 무산됐다. 이후의 과정은 계속 지켜보고 있다. 


대기업 취재는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엄하지 않으면 고꾸라지기 십상이다. 동지인 윤영탁 기자와 일심동체가 되지 않았다면 미혹(迷惑)에 빠졌을 것이 분명하다. 손석희, 오병상, 강갑생 선배께 늘 감사할 따름이다. 그들이 바로 우리의 벤저민 브래들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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