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검시 리포트

제289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 세계일보 김수미 기자

  • 페이스북
  • 트위치

▲세계일보 김수미 기자

대한민국 검시제도가 회의 목록에 올라온 것은 지난 3월 말이었다. 당시에는 검시의 중요성을 환기시킬만한 사건도 없었던 데다 부검·과학수사의 중요성 등은 다종다양한 선행기사가 적지 않아 선뜻 취재에 나설 수 없었다.


3개월 후 유병언 청해진해운 회장의 변사체가 발견된 지 40여 일 만에 신원이 확인되고, 끝내 사인을 밝혀내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유병언이 아직 살아 있다’, ‘유병언은 살해됐다’는 음모론이 횡행했다. 


유병언 변사사건이나 온 국민을 분노로 들끓게 한 윤 일병 사망사건의 중심에는 사인을 제대로 밝히지 못하는 우리나라 검시제도의 후진성이 자리 잡고 있었다. 


취재는 초반부터 난관에 부닥쳤다. 실상을 듣기 위해 만난 취재원들은 하나같이 냉소적이다 못해 비관적이었다. 지난 50년간 법의학계에서 법의학 전문가를 늘려 현장검시를 해야 한다고 수없이 건의했지만 정부가 꿈쩍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리한 과정을 거쳐 취재 반경을 넓혀가자 성과가 나오기 시작했다. 시체검안서와 사망진단서가 엉터리로 작성되는 실태와 그로 인해 억울한 죽음이 묻힌 사건들을 접하게 됐다. 국가 사망원인 통계에도 영향을 미쳐 우리나라가 원인 미상 죽음 OECD 1위라는 사실까지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기사가 보도된 후 안전행정부에서는 법의관을 최대 80∼100명까지 늘리기로 했고, 검찰에서는 검사의 직접검시 강화를 골자로 한 대책을 내놨다. 


유병언과 윤 일병 이전에도 수많은 죽음이 원인도 모른 채 묻혔다. 죽음 앞에서 누구나 평등하다는 말은 틀렸다. 가진 게 없는 사람일수록 마지막까지 외롭고 억울한 경우가 많다는 불편한 진실을 우리가 외면했을 뿐이다. 이 기사가 한 사람의 억울한 죽음도 묻히지 않도록 대한민국 검시가 한걸음 더 나아가는 데 보탬이 되기 바란다.



세계일보 김수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