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전사 가혹 훈련 사망 사고

제289회 이달의 기자상 지역취재보도 부문 / KBS청주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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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청주 이정훈 기자

당직을 끝내고 모처럼 집에서 단잠을 자고 있는데 이른 새벽에 평화로운 정적을 깨는 전화벨이 울렸다. 충북 증평의 특전사 부대에서 대원 2명이 두건을 쓰고 훈련을 받다 숨졌다는 선배의 다급한 전화였다.


국내 최고의 정예 부대라는 특전사 대원들에게 생사를 넘나드는 혹독한 훈련은 일상이다. 그런데 어떻게 이런 훈련을 받다 질식사로 사망할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


취재할수록 이번 훈련이 고문 등 극한 상황을 견디도록 하는 목적이지만 문방구에서 구입한 2천원짜리 학생용 신발주머니를 뒤집어쓰는 등 교범도 없이 기본적인 안전 규정을 무시하고 졸속 추진됐다는 사실이 속속 드러났다.


퍼즐을 맞추려는 노력은 군 내부의 지독한 폐쇄성과 조직 보호에 막혀 쉽지 않았다. 특히 나 역시 해병대를 전역했기에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치려 했던 이들이 이토록 허망하게 목숨을 잃었다는 어이없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치밀었다.


특전사 지휘부가 외국 특수부대의 활약상을 그린 영화를 보고 시작한 훈련 준비가 너무 설익어 교관들조차 상부에 부실 훈련의 연기를 요청했지만 묵살하고 훈련을 강행해 화를 불렀다는 내용 등도 단독 보도해 파장이 더욱 커졌다.


이번 가혹 훈련 사망 사고, 아니 사건 발생 이후 훈련 담당 교관 4명이 구속되고 특전사 지휘부가 징계와 수사를 받고 있다. 결국 국방부는 안전 조치와 현장 통제 미비로 사고가 발생했다며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특전사의 특수성은 인정하지만 막무가내로 군기를 잡으려는 잘못된 병영 문화와 인권 의식을 바로 잡기 위해 끈질긴 후속 보도를 이어갈 것이다.


과연 숨진 대원들이 이 세상에서 마지막 순간에 떠올린 것은 특전사 대원으로서의 자부심이었을까, 아니면 자신의 꿈과 가족의 소박한 행복이었을까? 안타깝게 희생된 두 젊은 특전사 대원의 영면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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