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직→교육발령→비제작부서…되돌이표 이중삼중 징계

공영방송 역행하는 MBC (1)반복되는 부당인사
안광한 사장 체제 8개월 비판 언론인 '찍어내기'
기자들 '유배지' 내몰고 PD들 여기저기로 흩어져
기자·PD들 온갖 고초에 징계무효소송 내며 반발
사측 항소하며 시간 벌다 확정되면 다시 부당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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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는 언론인 7명이 해직상태다. 기자들은 기자직을 박탈당하고 ‘유배지’로 떠돌고 있다. 최근 조직개편과 인사발령으로 공영성의 한축이었던 교양국은 해체됐고 PD들은 뿔뿔이 흩어졌다. 뉴스는 한국사회의 치부를 드러낸 세월호 참사 관련 현안을 정면으로 응시하지 않고 있다. 지난 몇 년 사이 MBC에서 일어났던 일련의 일들은 MBC의 혁신을 가로막고 있다. 부당인사 논란이 계속되는 MBC, 능력 있는 기자와 PD들을 비제작부서로 보내는 MBC, 좋은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은데 프로그램을 폐지한 MBC…. 기자협회보는 MBC가 당면한 문제들을 ‘공영방송 역행하는 MBC’를 주제로 3회에 걸쳐 살펴본다.


지난 7일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 이사회. 야당 추천 선동규 이사는 “같은 사람에게 징계를 반복하고 있으니 보복 인사라는 비판을 받을 수밖에 없다. 과거 중징계를 받은 이들을 이중삼중 처벌하며 인격 살인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안광한 사장 체제 8개월 만에 ‘부당 인사’ 논란이 MBC를 뒤덮고 있다. 상반기에 기자들을 비취재부서인 경인지사와 미래방송연구실로 보내더니 최근에는 기자와 시사교양 PD 상당수를 교육발령 내고 비제작부서로 전보 조치했다. 김재철 사장 체제 당시 부사장이자 인사위원장으로 있으면서 징계와 부당 전보를 주도했던 안 사장이 또다시 ‘찍어내기’ 인사를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 4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에서 사측의 부당 인사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MBC본부는 “‘밀실 보복 인사’로 치달은 이번 조직 개편과 인사 발령은 ‘원천 무효’다. 모든 수단을 통해 부당성을 알리고 무력화 시키겠다”고 밝혔다.

전조는 지난 3월부터 나타났다. MBC는 안 사장 취임 한 달여 만에 기자들을 취재, 보도와 관계없는 경인지사와 미래방송연구실로 발령 냈다. 현업에서 한창 뛰어야 할 6년차 기자들을 2012년 파업 이후 ‘유배지’가 된 경인지사와 미래방송연구실로 배치했고, 보도전략부에 있던 차장급 기자도 경인지사로 보냈다. 특히 경인지사에 발령 난 두 기자는 이진숙 보도본부장과의 악연으로 ‘보복 인사’ 논란이 일었다. 파업 당시 사내게시판에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의 기자회 제명을 제안했고, 트위터에서 김재철 전 사장의 법인카드 유용 및 특혜 의혹에 대해 이 본부장과 설전을 벌였다.


지난달 말 단행한 인사는 ‘징계성’ 논란을 키우고 있다. 교양제작국을 해체한 뒤 시사교양 PD들을 신사업개발센터, 편성국 등 비제작부서로 몰아냈고 뉴미디어뉴스국과 시사제작국 기자들을 뉴미디어포맷개발센터, 경인지사, 예능마케팅부 등 사업부서로 전출했다. 파업 이후 회사를 비판하거나 사측의 지시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주홍글씨’를 새긴 이들을 대거 포함시켰고, 회사를 상대로 징계무효소송을 제기한 ‘괘씸죄’도 작용했다.


교육 발령이 난 이용주 기자와 강연섭 기자는 파업 이후 정직을 받은 공통점이 있다. 이 기자는 보도국 사내게시판에 김재철 체제의 부당한 교육명령과 인사 전횡 등을 비판하는 글을 올려 정직 6개월을 받았다. 강 기자는 2012년 이진숙 본부장이 연관된 ‘정수장학회 비밀 회동’ 보도와 관련된 기사 지시를 거부했다가 정직 2개월을 받았다. 이들은 지난 4월과 5월 징계무효소송 1심에서 모두 ‘징계 무효’를 받았지만 반년 만에 교육 대상자가 됐다. 강 기자와 함께 승소했던 김혜성 기자는 이미 판결 직후 사업부서인 경인지사로 보내졌다. 김 기자는 지난 2012년 ‘시사매거진2580’ 근무 당시 타 언론사와의 인터뷰를 이유로 정직 3개월을 받았다.


영화 ‘제보자’의 실제 모델로 ‘PD수첩-황우석 편’을 제작한 한학수 PD는 2011년 경인지사, 2012년 교육발령에 이어 신사업개발센터로 발령 났다. 방송 불방에 항의했다가 징계를 받았던 이영백 PD도 한 PD와 같은 부서로 배치됐다. 이 PD는 2012년 노동자들 인권침해 사례를 방송하려다 ‘사전 미보고’와 ‘지시불이행’으로 정직 3개월을 받았고, 법원은 지난 1월 원고 승소 판결했다.


‘PD수첩-광우병편’을 제작했던 PD들은 정직, 감봉, 교육발령, 비제작부서의 악순환을 반복하고 있다. 지난 2011년 대법원 무죄 판결에도 사측은 제작진에 정직 3개월과 감봉 6개월을 내렸고, 징계무효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은 1심과 2심 모두 ‘무효’를 판결했지만 사측은 지난 4월 조능희ㆍ김보슬 PD에 정직 1개월, 송일준ㆍ이춘근 PD에 감봉 2개월을 다시 내렸다. 최근 인사에서도 불이익을 피해가지 못했다. 조 PD는 프로그램 제작과 무관한 방송 송출 업무의 편성국 MD로 발령이 났고, 이춘근 PD는 불만제로를 담당하다가 교육 발령을 받았다.


2012년 파업 관련 징계무효소송을 제기한 44명에 이름을 올린 이들도 여전히 경인지사, 미래방송연구실 등 보도국 바깥에 흩어져 있다. 법원은 지난 1월 1심에서 ‘징계 무효’를 선고했다.


이 같은 인사 배경에는 안광한 사장이 간부회의를 통해 수차례 강조하고 있는 ‘조직 문화’ 재정립의 의도가 내포돼 있다. 안 사장은 조직 개편 직후인 지난달 29일 확대간부회의에서 “모든 변화의 근원에는 확고한 조직문화가 있어야 한다”며 “조직문화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 파업과 정치적 투쟁이 거듭된다면 MBC의 미래는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자율성’에 근거해 보도와 제작을 해왔던 MBC의 조직문화는 무너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나 간부의 지시를 거부하거나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면 인사 상 불이익을 당하는 상황이다. MBC 한 기자는 “과거 기자, PD들에게 자율성을 보장해주며 ‘할 말 했던’ MBC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며 “조직을 재정립한다며 비판적인 기자들을 내치고, ‘기강’을 강조하면서 경직된 문화를 만들고 있다. 비판하는 언론사의 구성원들이 내부에 쓴 소리조차 못하게 한다면 언론사라 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다른 기자도 “경영진은 일 잘하는 유능한 기자, PD가 아니라 말 잘 듣는 이들을 우선하는 조직을 만들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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