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케이 기자 기소…"한국 언론자유 현실"

IFJ·외신기자클럽 비판 성명
"사법권 동원 언론 재갈 시도"
일각 "산케이 보도 무리했다"

  • 페이스북
  • 트위치

검찰이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에 대한 의혹을 보도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을 기소하면서 국내외에서 언론자유 침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정수봉)는 8일 가토 전 지국장을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지난 8월3일 ‘박근혜 대통령, 여객선 침몰 당일 행방불명…누구와 만났을까?’ 칼럼에서 가토 전 지국장이 ‘남녀관계’ 등의 표현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해 박 대통령 명예를 훼손했다는 것이다. 반면 가토 전 지국장은 7월18일자 조선일보 칼럼과 증권가 정보지 등을 인용했다며 “언론 탄압”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국내 언론 관계자들은 신문 논조를 떠나 공권력으로 인한 언론자유 축소와 국제 이미지 추락을 우려했다. 오태규 한겨레 논설위원실장은 “기사의 잘잘못은 독자들과 언론계가 판단할 일이다. 권력을 비판, 견제하는 언론을 사법적으로 재단하고 처벌하는 것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며 “국내에서 언론자유를 얼마나 경시하는지 전 세계에 보여준 사건”이라고 말했다. 김경환 상지대 교수도 “진실로 생각해 의혹을 제기한 것에 대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해주지 않으면 보도를 할 수 없다”며 “국내 언론을 넘어 외신까지 견제하는 것은 언론자유에 대한 정부의 후퇴된 인식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또 “외국에서 비슷한 사례가 발생할 경우 한국 기자를 제재할 수 있는 나쁜 선례를 남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요미우리신문을 비롯한 일본 주요 신문이 박근혜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가토 다쓰야 산케이신문 전 서울지국장이 한국 검찰에 의해 불구속 기소됐다는 소식을 9일 지면에 실었다. (연합뉴스)

청와대가 반론을 제기하지 않은 점도 의아해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이나 공인에 대한 비판은 전 세계적으로 폭넓게 인정하고 있고 공인으로서 감내할 의무가 있다”며 “특히 대통령은 기자회견이나 정정보도 등으로 보도에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데 형사사법권을 동원한다는 것은 언론의 입을 막으려는 사고”라고 밝혔다.


외신들과 국제 언론단체도 우려를 표했다. 외신기자클럽은 9일 김진태 검찰총장에 보낸 공개서한에서 “이번 기소 결정은 언론의 자유로운 취재 권리를 심대하게 침해할 소지가 있고 한국 언론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제기자연맹(IFJ)도 “언론 자유는 사회의 초석인 만큼 기자와 언론을 탄압하는 한국 정부의 시도는 한국사회와 국제적 관계를 손상시킬 것”이라며 “언론 자유를 존중하고 기소를 철회해야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기소와 별개로 산케이신문 보도가 무리였다는 지적도 있다. 출처가 불분명한 증권가 소문 등을 인용해 가십성으로 다루기엔 적절치 않았다는 견해다. 그간 산케이신문이 혐한·반한 보도를 주도해오며 보도의 신뢰성을 잃었다는 문제도 있다. 다만 외교문제로 비화될 수 있어 신중했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송평인 동아일보 논설위원은 “증권가 정보지를 토대로 쓴 것은 부적절했다. 근거가 있다고 생각해도 기자라면 그 이상의 팩트를 취재, 확인해 써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며 “미국과 달리 한국과 명예훼손 형사사건 기준이 비슷한 일본에서 문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규연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국제적 관점에서 언론인 기소가 바람직하다고는 볼 수 없다”며 “하지만 산케이신문이 그동안 한국인의 정서에 반하는 보도를 해온 만큼 사과를 하고 한일 간 외교문제가 되지 않도록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배너

많이 읽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