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량 미달 '친박 낙하산' 인사들이 몰려온다

대선캠프 인사들 집권 2년차 들어 언론유관기관장 하나둘 자리 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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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성 부족에 업무능력도 떨어져
연합·KBS·YTN 사장 선임도 관심


최근 언론계에 잇달아 부적절한 낙하산 인사가 내려오면서 논란을 빚고 있다. 박근혜 정부 1년차에는 낙하산 인사에 대한 비판 여론 등을 의식해 언론계 인사를 뒷전으로 미뤘지만, 최근엔 친박계 인사들이 잇달아 한자리씩 꿰차고 있다. 


이 때문에 현 정부의 언론계 낙하산 인사가 본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 시스템인 ‘알리오’에 따르면 현 정부 출범 이후 선임된 공공기관장 153명 중 상급부처나 정치권 출신 등 낙하산 인사로 분류할 수 있는 인사는 전체의 49%(75명)에 이르렀다.


실제 지난달 30일 취임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곽성문 사장을 둘러싸고 과거 중앙정보부 프락치였고, 민청학련 사건을 조작하는 데 적극 협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또 2005년엔 대구지역 상공인들과 골프를 친 후 술자리에서 “왜 여당에만 후원금을 내느냐”며 맥주병을 던져 물의를 일으키는 등 부적절한 행동도 도마에 올랐다.


곽 사장은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 당시 박근혜 캠프에 몸담았고 올 초 청와대 대변인 후보로도 하마평에 올랐다. 이 때문에 코바코 노조는 ‘부적격 낙하산 인사’라고 반발했다.


지난달 1일 선임된 이인호 KBS 이사장(서울대 명예교수)도 부적절한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고 있다. 이 이사장은 한국현대사학회의 고문을 맡아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뉴라이트 교과서’ 편찬 운동을 벌여 오는 등 왜곡된 역사관이 도마에 올랐다. 


뉴라이트 출신 박효종 서울대 명예교수도 지난 6월 방송통신심의위원장에 임명되면서 같은 논란이 빚어졌다. 박 위원장은 뉴라이트 계열의 대표적인 학자로 5·16 쿠데타를 혁명으로 평가하고, 식민지근대화론을 주장하는 학자들과 함께 친일사관에 입각한 역사교과서 발간을 주도했다. 박 위원장은 박 대통령의 새누리당 경선캠프 정치발전위원, 대선캠프 정치쇄신특위 위원, 인수위 정무분과위 간사 등을 지냈다.


앞서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은 지난해 5월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사건을 책임지고 물러난 뒤 지난 3월 KT스카이라이프 사장으로 낙점되면서 낙하산 논란에 휩싸였다.


정성근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지난 3월 아리랑TV 사장으로 취임한 데 이어 지난 6월 문체부 장관으로 내정됐으나 ‘음주측정 거부’ 파문 등으로 낙마했다. 정 전 후보자는 지난 대선 때 박근혜 후보 캠프에서 공보위원을 지냈고, 19대 총선에서 경기 파주 새누리당 후보로 출마했다가 낙선한 뒤 새누리당 파주갑 당협위원장을 맡았다.


문제는 이남기 사장을 제외하고 이들 대부분이 낙하산 인사 논란에다 부적절한 자격 시비까지 휘말리고 있다는 점이다. 전문성은 차치하더라도 도덕성 등에 흠결이 있기 때문에 공공기관 수장으로 부적절하다는 것.


특히 이들에 대한 인사가 일사천리로 진행됐는데, ‘낙하산 인사’논란에 대한 후폭풍을 최소화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곽성문 사장은 임시 주총에서 선출된 다음날 방통위 위원장으로부터 임명장을 받았다. 이인호 이사장 역시 방송법엔 보궐이사 선임은 30일 이내 이뤄지도록 돼 있지만, 당시 이 후보자 추천까지는 닷새도 걸리지 않았다. 철저한 검증 등이 필요한 자리임에도 속전속결로 진행된 것.


더 큰 문제는 이런 기류가 내년 언론사 사장 선임 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이다. 내년에는 연합뉴스, KBS, YTN 등 정부의 입김이 작용할 수 있는 언론사 사장 교체기를 앞두고 있어 자칫 언론장악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정권 초기엔 낙하산 인사에 대한 시비 가능성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정권 재창출을 위해 ‘자기 사람’을 언론유관기관 등에 심어 여론을 원하는 방향을 조정한다”며 “낙하산 인사도 문제이지만 불량한 낙하산 인사는 조직을 파괴하기 때문에 더 큰 문제”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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