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추락한 신뢰, 기자 재교육으로 회복해야"

한국언론정보학회 세미나 '저널리즘의 신뢰 회복'

▲25일 한국언론정보학회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으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주최한 세미나 ‘저널리즘의 신뢰 회복: 언론인 재교육 시스템 구축과 비영리 저널리즘 활성화 방안’ 1부에서 참가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세월호 참사를 기점으로 추락한 언론의 신뢰와 정치적 독립성·자율성을 회복하기 위해 언론인 재교육대안적 저널리즘 모델을 탐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25일 한국언론정보학회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후원으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19층 기자회견장에서 주최한 저널리즘의 신뢰 회복: 언론인 재교육 시스템 구축과 비영리 저널리즘 활성화 방안세미나에 다수의 학계·언론계 인사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발제자로 나선 김성해 대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정보가 많아질수록 더 많은 사람이 기자가 될 수 있지만, 동시에 더 제대로 된 기자가 필요하다는 역설이 발생한다이슈는 점점 더 복잡해지는데 보도자료에 기댄 언론인들은 설 자리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뉴스는 고도의 지적인 작업이라며 수많은 정보 속에서 데이터를 수집·분석하고 본질을 검증하는 작업은 로봇이 대체할 수 없다. 이 교육을 누군가는 제대로 시켜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에 따르면 언론인 재교육이 주목 받는 이유는 재교육을 위한 선순환 시스템의 붕괴 디지털 혁명에 따른 도제식 교육의 한계 고부가 가치 뉴스 콘텐츠의 필요성 증가 복합 플랫폼에 맞는 뉴스 포맷의 다양화 창의적 뉴스 생산 및 유통의 시대 정보 과잉과 권력집중에 따른 진실 발굴의 어려움 등으로 요약된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에서는 공공기관, 민간기관, 혹은 언론사 자체에서 다양한 재교육 프로그램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국내 언론인의 재교육 여건은 열악하다. 대학에서 진행하는 재교육 프로그램의 경우 현장과 괴리가 크고 이론 중심 교육이라는 점이 한계. 공익재단에서 시행하는 재교육은 교육과정이 단기에 그친다는 점, 전문성 심화 프로그램의 부재가 문제로 꼽혔다. 개별 언론사가 시행하는 프로그램은 협소한 강사진, 혹은 기업 논리에 따른 저널리즘 공익성 훼손이 지적됐다. 결국 한국 기자들은 전통적 교육방식인 도제시스템에서 크게 벗어나고 있지 못한 셈이다.

 

이봉현 한겨레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언론 시장은 질 높은 콘텐츠를 선택적으로 소비하는 시장이 아니었다그러다보니 저널리즘의 질에 충실하기보다 관행에 따라가고, 자기 역량을 높일 생각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재 모든 언론사의 고민은 콘텐츠 품질을 통해 독자를 늘리고 영향력을 높여서 이를 통한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이라며 업무 지시 스타일, 언론사 문화 등 조직을 다 뒤집어야 한다. 언론인 재교육을 논의하는 건 시의적절하다고 말했다. 발제·토론자들은 산학 협력, 한국언론진흥재단 등 공공기관의 노력, 그리고 저널리즘 전문 대학원 설립 등을 방안으로 제시했다.

 

반면 김경희 한림대 교수는 언론이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가 지식이나 테크닉 등 전문성 부재때문이었나라고 반문하며 가장 중요한 것은 기자정신에 대한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과거에는 직업 자체에 대한 자존감이 있었는데 IMF를 기점으로 언론사 자체가 돈을 버는 기업이 됐다세월호 참사로 언론학계도 반성이 필요하다. 윤리 교육을 강화해야 기자다움’ ‘언론다움으로 나아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성호 전 MBC 기자협회장도 세월호 참사 이후 언론의 신뢰가 떨어졌는데, 기자들의 테크닉이나 지식이 부족해서는 아닐 것이라며 방송 저널리즘은 세월호처럼 침몰했다. 3등 항해사들이 뉴스의 키를 잡았고, 우왕좌왕 하다가 침몰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기자는 데이터 저널리즘, 탐사보도 등에 대한 교육은 물론 기자소양과 윤리, 데스크 리더십 교육을 동시에 강조했다. 그는 기자에게 필요한 교육의 3대 요소는 경험, 지식, 성찰이라며 커리큘럼이 마음에 들지 않거나 당장 적용할 수 없더라도, 그것이 가져오는 성찰이 기자에겐 큰 자극이 된다고 말했다.

 

▲세미나 2부 발제자인 진민정 저널리즘학연구소 연구위원이 유럽의 비영리 언론 메디아파르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편 두 번째 세션의 발제자인 진민정 저널리즘학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과 미국, 유럽의 대표적 비영리 언론사를 비교해 발표했다. 진 위원은 한국의 구로타임즈·당진시대·옥천신문·해남신문·홍성신문과 미국의 캘리포니아 와치·텍사스트리뷴·민포스트·케넥티컥미러·산디에고의 소리 등을 대상으로 각 언론사의 설립배경, 운영방식, 편집권 독립, 콘텐츠 전략 등을 분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프랑스 비영리 언론사 메디아파르트(Mediapart), 네덜란드의 드 코러스폰던트(De Correspondent)를 소개했다.

 

진 위원은 언론의 산업적 위기가 심각하고 정파성과 선정성, 연성뉴스의 확대로 상업언론에 대한 불신이 심화됐으며 언론을 더 이상 언론인에게만 맡겨둘 수 없다는 사회적 합의가 형성됐다는 점을 비영리 언론이 주목받게 된 배경으로 꼽았다. 이어 그는 한국의 언론환경에는 독자의 자발적 후원 문화가 부족하다는 현실적 한계를 지적했으나,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이 심각한 상황에서 가능성은 존재한다고 내다봤다.

 

토론자로 나선 김동준 공공미디어연구소 소장은 “2008년 이후 비영리 저널리즘이 관심을 끈 이유는 공영방송의 저널리즘 약화 때문이라며 사회고발 기능이나 탐사보도가 퇴보한 상황이었고 권력비판 기능이 떨어지지 않았나. 그 어디에서도 간섭을 받지 않는, 공정한 언론이 무엇인가 라는 고민에서 시작됐다. 이것이 해외와 국내 비영리 언론이 시작된 계기의 차이라고 말했다.

 

김 소장은 가장 큰 문제는 재원의 문제라며 진 위원이 제안한 프레스펀드도 공감한다. 다만 기부나 후원 문화가 해외에 비해 부족하다. 직접적인 국가 재정 투입이 바람직하지 않다면 간접적으로 받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보도 영역별로 차별화해서 기부하는 방안도 있다본인이 기부한 금액이 어떻게 쓰이는 지 알 수 있다면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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