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안에 대한 분별력 잃은 MBC 뉴스데스크"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민실위보고서 '광화문광장 불법 농성' 기사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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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뉴스데스크가 현안에 대해 분별을 지키고 있습니까. 정밀하고 친절한 뉴스를 하고 있습니까.”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본부장 이성주)가 18일 발표한 민실위보고서에서 “MBC뉴스데스크의 문제는 현안에 대한 외면과 스트레이트 누락”이라고 지적했다. MBC본부는 지난 11일과 12일 MBC뉴스데스크가 보도한 ‘세월호 유족 광화문광장 ‘불법 농성’’, ‘광화문 광장 ‘이념 충돌’ 싸움판’ 기사에 대해 “7월 14일부터 시작된 ‘세월호 유가족 농성이 불법’이라는 사실이 그 전까지는 안 드러났는데 두 달 다 돼 뒤늦게 드러난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9월 11일 MBC 뉴스데스크 캡쳐.

 

지난 11일 보도된 뉴스데스크는 “두 달 전부터 시작된, 세월호 유가족 등의 광화문 농성이, 허가 받지 않은 불법 농성인 것으로 드러났다(앵커멘트)”며 “천막 철거를 요구하던 서울시 공무원은 유가족 측으로부터 폭언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고, 이 공무원은 대기 발령됐다”고 밝혔다.

 

이어 해당 리포트에서는 “서울시의회가 제정한 ‘광화문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 따르면 ‘정치적 집회와 시위는 할 수 없고 시민들이 건전한 여가 시간을 보내고 문화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고 보도했다. 민실위보고서는 “기사 문장만 보면 조례에 정치적 집회와 시위를 못하게끔 명시한 것으로 오독할 수 있다”며 “그런데 ‘광화문 광장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에는 그런 내용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 조례에는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위한 광화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을 목적으로 한다’(제1조), ‘시민이 평화롭게 활동할 수 있도록 광장 환경을 조성하고,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등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이용될 수 있도록 광장을 관리하여야 한다’(제3조1항), ‘시장은 광장의 조성목적에 위배되는지 여부와 다른 법령 등에 따라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를 검토하여 허가 여부를 결정하여야 하며, 공공질서를 확보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조건을 부여할 수 있다’(제6조1항)고 명시돼 있다.

 

MBC뉴스데스크에서 해당 리포트가 보도된 11일 아침 조선일보 기사에도 같은 내용이 보도됐다. 민실위보고서는 “조선일보 조간 기사에도 공교롭게 똑같은 내용이 다뤄졌다”며 “조선일보는 서울시의회 조례 제3조 1항을 인용한 뒤 ‘원칙적으로 문화 활동 등이 아닌 정치적 집회와 시위는 모두 금지한다는 얘기’라며 사실관계와 해석을 구분해 기사를 썼다”고 밝혔다.

 

기사의 애매모호한 표현도 지적했다. 뉴스데스크는 “가로 3m, 세로 6m의 유가족 천막 양옆으로는 서울시가 응급사태 등에 대비한다며 천막 13개를 쳤는데 점유 면적만 162제곱미터”라며 “천막농성은 불법”이라고 보도했다. 민실위보고서는 “기사에도 나오듯 유가족 측이 설치한 천막은 1개, 서울시가 유가족 지원을 위해 설치한 천막은 13개”라며 “광장에 천막을 친 게 불법이라면 누구의 불법이라는 뜻인지, 유가족 천막 옆에 천막 13개를 쳐놓은 서울시가 불법 행위를 했다는 것인지, 서울시가 농성을 사실상 용인하고 대대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에 괜찮다는 뜻인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는 “7월 14일 유가족 5명이 천막을 치고 단식 농성을 시작한 후,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범정부 지원이 이뤄지는 상황이었고, 중앙정부와 안전행정부에서도 사무관급 공무원들을 농성 현장에 매일 배치했다”며 “의료진과 119 구급대원을 상주시키다보니 천막 숫자가 14개까지 늘어났다”고 밝혔다. 민실위보고서는 “서울시는 물론 안전행정부 등 중앙정부 공무원까지 나와 농성 유가족 지원을 했다면 이를 두고 ‘불법 농성으로 드러났다’거나 ‘불법 사실을 처음부터 알고있었다’고만 쓸 수 있나. 적어도 서울시나 안전행정부 등의 입장을 정확하게 취재하고 확인해 기사에 반영했어야 하지 않은가”라고 꼬집었다.

 

이어 “조선일보 기사의 핵심은 ‘서울시의 선의(善意)가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에 악용된 측면이 있고, 결국 유가족을 위한 광화문 광장 천막이 불법 시위단체의 농성장이 됐다, 여기에 서울시는 난감해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같은 날 MBC뉴스데스크 기사와는 다른 내용”이라고 밝혔다.

 

▲9월 12일 뉴스데스크 캡쳐.

 

일각에서는 그래도 세월호 유가족들의 농성이 무단 점거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그동안 MBC뉴스데스크에서 유가족들에 대한 보도가 없었다는 점이다. 민실위보고서는 “이전에 단 한번이라도 MBC뉴스데스크가 광화문 농성 중인 유가족들이 어떤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주장하는지, 그 주장이 왜 나왔는지, 하다못해 이 주장이 얼마나 현실성 있고 타당한지, 법적으로는 어떤 논쟁이 있을 수 있는지, 타사에 비해 제대로, 친절하게, 정밀하게 보도한 적이 있는가”라고 반문했다.

 

그 사례로 KBS ‘뉴스9’과 SBS ‘8뉴스’는 8일 추석 연휴 기간 세월호 특별법 제정에 대한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합동 기림상’을 차린 세월호 유가족들의 모습을 보도했지만 MBC뉴스데스크는 다루지 않았다. 또 두 지상파 방송사는 지난달 29일 세월호 희생자를 모욕한 혐의로 기소된 일간베스트 회원에 징역 1년의 ‘엄벌’이 내려졌다고 보도했지만 이조차 없었다. 앞서 지난달 28일 발간한 민실위보고서에서는 단식 농성을 했던 ‘유민아빠’ 김영오씨에 대해 40여일간 한번도 다루지 않던 뉴스데스크가 갑자기 사생활 논란과 함께 주요 뉴스로 다룬 사례도 지적했다.

 

▲9월 8일 KBS 뉴스9 캡쳐.

 

▲9월 8일 SBS 8뉴스 캡쳐.

 

민실위 보고서는 “공중파ㆍ지상파 뉴스가 그 존재가치를 증명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의 갈등이나 아픔을 중립적으로 전달하고 그 갈등을 어떻게 해결 또는 완화할 수 있는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며 “‘광화문 광장 불법 점거’ ‘광화문 광장 싸움판’ 같은 기사가 나가려면 최소한 ‘주장-타당한 이유와 논쟁의 여지 및 한계-정치 진영(구도)로 변화된 이유-유가족과 서울시 등의 입장 및 논리-천막 철거 주장도 있음’의 구조를 가져야하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민실위보고서는 “세월호 유가족이 정치색을 띠고 있다고 주장하고 싶다면, 그들에 대해 백안시하고 온갖 형태의 폭력을 가하는 사람들도 정치적이라고 주장해야한다. 뉴스데스크는 집회 신고도 제대로 안하고 난입하거나, 폭언과 조롱, 막말 등의 폭력을 가하는 어버이연합이나 ‘일베’ 문제에 대해 유가족에게 하듯 같은 강도의 지적이나 비판을 한 적이 있는가”라며 “올해 초부터 일관되게 문제를 지적해왔지만 MBC 뉴스의 문제는 정파성이 아니라, 현안에 대한 외면과 스트레이트 누락”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 16일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신문협회, 한국방송협회 등 언론단체들은 세월호 참사 등 대규모 재난 발생 시 언론사 취재 및 보도기준을 담은 ‘재난보도준칙’ 선포식을 진행했다. 재난보도준칙에는 피해자와 그 가족, 주변사람들과 관련해 ‘명예 및 사생활, 심리적 안정 등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 ‘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는 상세한 신상공개는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피해자 대표의 의견을 적절히 수용하고 보도에 반영해 피해자와 언론 사이에 불필요한 마찰이나 갈등,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노력한다’고 명시했다.

 

이날 선포식에서 방송협회장을 맡고 있는 안광한 MBC 사장은 “재난보도준칙은 일선 기자나 PD, 엔지니어 등 현업 방송인들 모두가 지켜야 할 내용”이라며 “좀 더 수준 높은 재난방송으로 국민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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