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국민공감혁신위원장(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가 11일 당 혁신 작업을 수행할 비상대책위원장에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 출신인 이상돈 중앙대 명예교수를 내정했다. 박 원내대표는 당 내 계파와 충분히 논의를 거쳤다고 주장했으나 대부분의 의원들이 이 교수의 내정에 극심한 거부감을 나타내 또 다른 분란이 일고 있다. 이상돈 명예교수는 12일 오전 “자신이 생각하는 개혁방식을 당이 수용할 준비가 안 된 것으로 본다”며 비대위원장직을 고사했다.

이날 정동영 새정치연합 상임고문과 박주선 새정치연합 의원은 아침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이상돈 명예교수의 영입 시도를 비판하는 한편 혼란스런 당 내 분위기를 전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뉴시스)

정동영 상임고문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박근혜 정권 탄생의 일등공신이자 보수진영에 기여하고 있는 분을 당 대표로 영입하는 것은 우리 당이 여당과 아무 차별성이 없는 정당이라고 전 국민 앞에서 공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당원과 당의 역사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당 대표 영입 참사의 근원을 찾아가면 모든 것이 결국 당의 노선과 철학의 부재에 있다”며 “정체성의 불분명, 중도에 대한 잘못된 환상, 이미지 정치에 매몰된 자기부정이 배경에 깔려 있다”고 말했다.

정 상임고문은 차기 비대위원장을 아래에서 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국민들이 세월호 이후 대한민국이 달라져야 한다는 시대적 과제를 야당이 앞장서서 의제화하고 주도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 비상한 시국에 대답을 여의도에서 구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당원과 야당 지지자들에게 의견을 구하는 것은 물론 세월호 현장의 민심과도 긴밀히 소통해야 한다”면서 “사회적, 경제적 약자를 대변하면서 살아온 분들 가운데 차기 비대위원장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 상임고문은 박 원내대표의 리더십 손상에 대해서는 안타깝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비대위원장 선임 문제를 놓고 박영선보다 더 잘할 사람이 있겠느냐는 것이 당 내외의 평가였고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면서 “지금이라도 낮은 자세로 당원 및 지지자들과 눈높이를 맞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당 내 온건파로 분류되는 박주선 의원도 이날 YTN ‘신율의 출발 새 아침’에 출연해 박 원내대표의 인사 영입 시도가 “상식에 반하는 의외의 발상이었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당내에 계파가 엄존하는 것도 사실이고 여러 요소를 고려해야 하는 것 때문에 외부 인사를 고른 것 같다”며 “그러나 민주당의 반대 관점에 섰던 분을 꼭 영입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찬성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박 원내대표가 세월호 특별법 합의와 관련해 여당과 유가족들로부터 불신을 받는 등 입지가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며 “그래서 더욱 당 외부 인사를 선택해 본인의 선택 부담을 줄이려고 판단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 의원은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지도부가 선출되고 원칙과 기본에 따라 당이 운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정당이 국민의 뜻에 따라 운영되고 국민을 대변할 수 있느냐에 따라 지지율이 오르고 내리는 것이지, 비대위원장 한 사람이 새로 임명됐다고 해서 지지율이 무조건 올라가는 것은 아니다”면서 “민주당이 살 길은 계파를 청산하고 공천도 투명하게 이뤄지는 등 국민이 바라는 방향으로 제도를 혁신하는 길 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