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유민아빠' 자격 논란 보도에 감춰진 진실

해당 기자 "내가 왜 이 리포트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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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며 40여일간 단식농성을 벌였던 ‘유민아빠’ 김영오씨의 ‘아빠 자격’ 논란을 리포트한 MBC 기자가 사내게시판에 “왜 이 리포트를 해야 하는지 의문이 들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김영오씨가 단식농성을 했던 40여일간 MBC뉴스데스크는 이를 단 한 차례도 보도하지 않다가 사생활 논란이 일자 급작스럽게 조명한 데 대한 문제 제기다.

 

문제가 된 리포트는 지난달 25일 MBC뉴스데스크에서 보도된 ‘단식농성 ‘유민 아빠’ 논란…“이혼 뒤 외면” vs “사랑 각별했다”’이다. 세월호 진상조사위원회에 수사권과 기소권을 부여한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43일째 단식 중인 김영오씨의 단식을 비판하는 주장이 나왔다는 내용이다. 해당 리포트는 “유민이 외삼촌이라고 한 글쓴이가 ‘김씨가 딸의 기저귀 한번 갈아준 적 없다’며 ‘김씨의 단식은 이해할 수 없다’고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김씨를 비난한 글을 올렸다”며 김씨의 해명과 그의 둘째딸의 의견을 달아 보도했다.

 

리포트를 한 기자는 다음날인 26일 사내게시판에 “단식하는데도 과연 아빠의 자격이 필요한 건지, 금속노조원이면 단식을 해서는 안 된다는 건지 납득이 안 돼 왜 이 리포트를 해야 하는지 스스로 많은 의문이 들었지만 결국 했다”며 “가장 중요한 뉴스가 이미 방송된 상황에서 뒤늦게 누구를 탓할 생각은 없다. 다만 스스로 느끼기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는 기사를 해놓고 그대로 있는 것도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MBC뉴스데스크는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인 '유민 아빠' 김영오씨에 대한 '아빠 자격' 논란을 보도했다. (사진=MBC뉴스 캡쳐)

 

이어 “중요한 사실 하나를 확인하고 가자면 뉴스데스크에서는 그동안 김영오씨 단식 소식을 한 번도 따로 다룬 적이 없다”며 “이 사실이 중요한 이유는 뉴스데스크가 그동안 다루지 않았던 뉴스가 갑자기 비중 있게 다뤄지면서 시청자들에게는 그만큼 불친절한 뉴스가 될 수밖에 없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MBC뉴스데스크는 김영오씨의 단식이 40여일 넘도록 이어지는 기간 이를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 지난달 25일 해당 뉴스가 보도되기 전 MBC뉴스데스크는 지난달 16일 프란치스코 교황의 광화문 시복식 뉴스를 보도하며 김영오씨와 만나는 모습을 기사 한 줄과 영상 한 장면으로 짧게 내보냈을 뿐이다. 특히 지난달 22일 단식 40일째에 김영오씨가 병원으로 이송됐던 당시에도 KBS와 SBS 등 타 지상파 방송을 비롯한 대다수 언론들이 모두 보도했지만 MBC는 보도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MBC 한 기자는 “그동안 김영오씨가 40일 넘게 단식을 해왔고, 더 이상 버틸 수 없어 병원으로 실려 갔던 상황에서 그 같은 내용은 MBC 뉴스데스크에서 전혀 다뤄지지 않았다”며 “특히 병원으로 이송됐던 날은 전 언론사들이 관심을 갖고 리포트를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가 사생활에 대한 논란이 빚어지자 느닷없이 (위에서)보도를 하라고 했는데, 부정적으로 보일 수 있는 내용만 보도하라고 하니까 ‘흠집 내기’ 의도가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보도에 앞서 김씨 해명 부분에서도 둘째딸의 의견을 넣을 것인지 아닌지에 대한 논박이 이어졌고, 이해당사자로서 딸 의견이 필요하다는 기자들의 요구에 따라 포함됐다. 앞서 김영오씨 농성 한 달 즈음에 기획 아이템이 발제됐지만 보도되지 못하기도 했다. 한 기자는 “기자들이 발제를 해도 기사가 나가지 못한다는 생각에 적극적으로 발제를 하지 못하는 면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해당 리포트를 한 이 기자는 사내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25일자 지상파 방송과 종합편성채널의 뉴스를 비교하기도 했다. ‘아빠자격’ 논란과 관련해 TV조선이 ‘유민 아빠 단식 둘러싼 논란 확산’, MBN이 ‘유민 아빠 둘러싼 의혹, 진실은’, JTBC가 ‘김영오 씨 루머 직접 확인해보니…“다정다감한 아빠”’를 보도하고, 채널A는 ‘세월호 유언비어 여야공방전’ 기사에 간략히 언급했다. KBS와 SBS는 이와 관련해 보도하지 않았다.

 

이 기자는 “우리와 뉴스내용이 거의 비슷한 것은 TV조선”이라며 “다만 지난 22일 김영오씨의 병원 이송 소식을 별도 리포트하는 등 그동안 관련 뉴스를 다뤄왔다는 점이 우리와 다르다”고 밝혔다. 이어 “주요 모니터 대상인 KBS와 SBS에서는 다루지 않은 반면 지난 22일 김영오씨 병원이송 소식은 비중 있게 다뤘다”며 “JTBC와 MBN은 유민아빠에 대한 논란 자체를 매우 비판적인 시각으로 다뤘다. 우리와 정반대 톤의 매우 다른 기사”라고 밝혔다.

 

이어 “이것이 정말 최선의 보도”인지 “아무 문제가 없는 기사인지” 반문하며 “지난일을 토대로 서로 토론하고 비판하며 더 좋은 뉴스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생산적인 토론이 이뤄지면 좋겠고 그렇지 못하더라도 이 리포트가 나가는 게 맞는지 혹은 어떤 식으로 나가는 게 맞는지 고민해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가 지난달 28일 발간한 민실위보고서에서도 “김영오 씨 등 유가족 단식ㆍ집회 현장 등을 거의 보도하지 않았던 MBC뉴스데스크가 25일 지상파 메인뉴스 중 유일하게 ‘유민 아빠’ 김영오씨의 가정사 등 사생활 논란을 다루는 리포트를 보도했다”며 “MBC뉴스데스크를 매일 쫓아 시청한 사람이라면, 아무 사전 보도 없이 갑자기 등장한 ‘김영오씨’의 ‘사생활 논란’ 뉴스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겠는가. 다음날(26일) SBS 8뉴스는 리포트로 ‘김씨가 허위사실로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언론사와 네티즌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했다’는 내용을 보도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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