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말말말 |
“박근혜 대통령, 눈 딱 감고 규제만 풀어줄 것이 아니라 세월호 유족들 요구 들어줘야”
“취재 순간순간에 누구를 믿고 안 믿고가 굉장히 중요”
“남북간 대화…이솝우화 두루미와 여우처럼 조건 걸어서는 진정한 대화 안 돼”
“지금이 석방 적기…도와달라” |
각종 사건사고로 군대가 논란에 휩싸이고 있다. 지난 2일 특전사에서 포로체험훈련을 하다 허술한 관리로 부사관 2명이 사망하며 충격을 주고 있다. 올해 새로 도입한 훈련인데, 훈련 도중 군인들이 고통을 호소하며 살려달라고 했지만 이를 대수롭지 않게 여겨 사망까지 이르렀다. 또 작전기간 동안 관리지역 이탈과 음주로 1군사령관이 전격 경질됐다. 군대 내 가혹행위로 숨진 윤 일병 사망사고의 논란과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또다시 각종 사건사고가 터지며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21년째 국방부를 맡고 있는 유용원 조선일보 군사전문기자는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과거 90년대 이전에 이와 비슷한 훈련이 없진 않았지만 본격적으로 도입된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며 “도입 전 단계에서 시험적으로 훈련을 적용하려다가 사고가 났다. 특수부대원들이 적진에 침투할 경우 포로가 될 수 있을 때를 대비해 하는 훈련이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군의 전력증대를 위한 필요 조치라 해도 도입 전 철저한 대비가 없었다는 점이다. 유 기자는 “두건을 쓰고 하는 훈련이었는데 어느 정도 견딜 수 있는지 구체적인 타임테이블과 위기상황 시 대처에 대한 구체적인 매뉴얼이 있어야 했다. 하지만 제대로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훈련을 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말했다.
양욱 한국국방안보포럼 연구위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문제는 훈련과정에서 폴리에스테르 재질의 두건을 썼다는 것”이라며 “손쉽게 말하면 신발주머니를 머리에 씌웠다는 것이다. 비닐봉지와 마찬가지인데 머리 위에 씌웠을 때 거의 숨쉬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통풍이 거의 안 돼서 보통 아랫부분을 잘 조이지 않았는데, 그 자체로 실제 1시간 이상 버티는 것이 굉장히 어려울 수 있다”며 “(군에서는)처음에는 안 조였는데 이후 살짝 조였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얼마만큼 산소가 그 안에 들어갈 수 있게 공간을 만들어주느냐 하는 문제가 있다. 자신이 내뱉은 이산화탄소를 다시 들이마시면서 질식사를 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1시간 반가량 진행된 훈련 중간에 사망한 부사관들은 ‘죽을 것 같다’, ‘살려달라’고 호소했지만 이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되고 있다. 양 연구원은 “모두 안전불감증 때문”이라며 “두건을 쓰고 무서워서 그런 것처럼 생각했을 것 같다. 숨을 잘 쉴 수 없어서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고문을 버텨내는 훈련이다 보니 엄살을 떤다고 생각했을 것 같은데, 교관들이 제대로 인지를 했는가 의문이다. 훈련 준비가 철저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실제 미국과 영국 등 외국에서도 교관들이 상황에 무지하거나 자신의 역할에 몰두하다가 포로를 고문하는 듯한 착각에 빠져 교육생을 한계에 몰아붙이다가 사망한 사례가 있다.
양 위원은 “이후 외국에서는 좀 더 규정을 철저하게 만들고 사람이 죽지 않게 하기 위해 최대한 옆에 붙어앉아서 분단위로 체크하고 있다”며 “100% 디테일과 노하우의 부족 때문에 생긴 일이다. 훈련시키는 이들이 스스로 한계를 경험해보지 않고, 매뉴얼만 보고 100%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교육시키기 때문에 불상사가 일어났다”고 말했다.
군대에서 최초로 1군사령관이 음주 문제로 전격 경질된 것도 논란이다. 유 기자는 “음주 등 품위손상 문제로 현역 대장이 경질된 것은 창군 이래 처음 있는 일”이라며 “문제가 되는 것은 사건이 발생한 6월 19일이 박 대통령이 해외순방을 가 있던 때라는 것이다. 대통령 해외순방 시 군사준비태세 강화 조치가 취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이 기간 지휘관들은 외출이나 외박을 하지 않고 음주, 회식을 자제하는 상황인데 무단으로 담당하는 지역으로 이탈해 모교에서 강의를 한 후 음주 추태를 부린 것”이라고 덧붙였다.
단순히 품위 유지 때문에 경질된 것만은 아니라는 시선도 있다. 유 기자는 “사실 국방부가 하루 만에 말을 바꿨다”며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과 참모총장 수뇌부가 보고를 받았는가에 대해 그제만 해도 국방부는 최근에 인지한 것처럼 설명했는데, 어제 다시 육군참모총장은 사건 당일에 인지해서 사령관에게 호통을 치고 다음날 엄하게 질책했다고 하고, 김관진 장관은 9일 뒤에야 보고를 받았다고 했다”고 말했다.
유 기자는 “그런데 최근 제보로 야당에서 확인이 들어오니까 청와대에 보고를 했고 박 대통령이 단호하게 전역을 시키라고 하니까 뒤늦게 자진전역 형태로 전역조치를 발표하게 됐다”며 “과거 전례를 봤을 때 군에서는 김관진 장관과 현 한민구 장관에 보고가 됐는데도 두 차례 질책 정도로 마무리하고 어물쩍 넘어가려 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이처럼 군대 내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처벌과 관련해 은폐하려는 태도가 문제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유 기자는 “사건사고가 발생했을 때 책임을 져야 할 상급자들이 정치적, 정무적 책임을 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며 “예를 들어 사단장 선에서 책임지면 될 사안이 정치적 파장이 커져서 군단장, 총장까지 책임을 지는 일이 있다”고 말했다. 유 기자는 “일대 경종을 울리는 의미도 있지만 반대로 이렇게 드러났다가 큰일이 난다고 해서 오히려 꽁꽁 숨기려는 경향도 생긴 것 같다”며 “매사에 양면성이 있는 만큼 잘 판단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군 사법체계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지휘관 아래에 두는 현 체제로서는 독립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유 기자는 “원론적으로 보면 일리가 있다. 지휘관들에게 형 감경권이 주어지다보니 내부 견제시스템이 없다”며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제 결과를 보면, 지휘관들이 형을 감경한 것은 5% 미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시에는 당연히 지휘관들의 지휘권이 보장돼야 하지만 원론적으로 평상시에는 어느 정도 견제수단이 필요하다”며 “다만 윤 일병 사건과 관련해서는 군사법체계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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