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KBS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방심위, '문창극 보도' 중징계 예고
청와대, 뉴라이트 이인호 낙하산 낙점
언론·시민단체 "방송장악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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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라이트 출신 교수인 박효종씨가 위원장으로 있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문창극 보도’에 대한 중징계를 내릴 예정이고, 뉴라이트 성향 사학자 이인호씨는 청와대 낙하산으로 KBS 이사장에 내정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정권의 KBS 장악 시도가 노골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 왼쪽부터 박효종 방통심의위원장, KBS 신임이사로 임명된 이인호씨. (연합뉴스)

‘여의도의 봄’은 이렇게 막을 내릴 것인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KBS의 문창극 전 국무총리 후보자 검증 보도에 대해 중징계를 예고한 가운데, ‘제2의 문창극’ ‘여자 문창극’으로 불리는 뉴라이트 출신 사학자 이인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KBS 신임 이사장에 내정됐다. ‘국민의 방송’으로 거듭나려는 KBS 구성원들의 염원을 짓밟고 KBS 장악에 나섰다는 비판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2일 최근 사의를 표명한 이길영 전 이사장 후임에 이인호 교수를 임명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앞서 지난 1일 이인호 교수의 KBS 보궐이사 추천안을 의결했다. 이인호 이사는 KBS 이사들 가운데 최고 연장자여서 신임 이사장으로 호선될 가능성이 높다.


임기를 1년 남겨둔 이길영 전 이사장의 석연찮은 사퇴와 1주일 만에 이뤄진 이인호 이사장 임명에는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이길영 전 이사장이 사표를 제출한 지 사흘 만에 이인호 교수를 보궐이사로 추천하며 처리 시점을 9월1일로 못 박았다. 야당 측 김재홍, 고삼석 위원은 “후보자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연기를 주장했지만, 최 위원장은 허원제 부위원장 출장을 이유로 회의를 강행했다. 결국 이인호 이사 추천안은 야당 위원들이 퇴장한 가운데 여당 위원 3명의 찬성으로 의결됐다. 김재홍 위원은 “‘낙하산 인사’의 통과의례를 위해 거수기 노릇을 했다”고 비판했다.


이인호 신임 이사의 자격시비 논란도 들끓고 있다. 일제강점기 대표적인 친일파 이명세의 손녀인 이 이사는 한국현대사학회의 고문을 맡아 친일독재를 미화하는 ‘뉴라이트 교과서’ 편찬 운동을 벌여 왔다. 지난 6월 KBS가 최초 보도한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의 교회 강연을 보고는 “감동을 받았다”면서 “이를 반민족이라고 하면 제정신이 아니고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역시 뉴라이트 출신 학자인 박효종 위원장의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KBS의 문창극 검증 보도에 대해 중징계를 예고한 상황에서 이 같은 인식을 가진 인사의 KBS 이사장 내정에는 정부 차원의 ‘경고’의 의미가 담겨 있다는 지적이다. 방통심의위 방송심의소위원회는 지난달 27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 등 각종 특종상을 휩쓴 KBS 보도에 대해 공정성과 객관성 위반을 들어 ‘관계자 징계’ 의견으로 전체회의에 회부했다. 정부여당 추천 위원들은 “후보자 강연의 취지와 발언의 진위는 무시한 채 일부 내용을 왜곡해 친일파로 매도했다”고 주장했다. 방심위는 오는 4일 전체회의를 열어 징계 수위를 확정한다. KBS 기자협회는 방심위가 징계를 강행할 경우 재심 청구와 법정 소송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 징계의 부당성을 알릴 방침이다. 그러나 이인호 교수가 KBS 이사장이 될 경우 여기에 제동을 거는 것은 물론, 방심위 제재를 근거로 문창극 인사검증팀 징계를 추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야당과 언론·시민단체들은 일제히 ‘낙하산 인사’ 반대 목소리를 내며 임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은 1일 성명에서 “이 교수가 이사장이 되면 KBS는 현재보다 더한 거짓뉴스와 극우 이념에 편향되어 역사적 진실을 외면하는 방송을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논평을 통해 “박효종 방심위원장의 KBS 문창극 보도 중징계 예고에 이어 KBS 이사장에 이인호 씨를 낙점한 것은 KBS에 강력한 경고를 던지는 한편 공영방송 안팎의 지배구조를 틀어쥐고 언론독재를 하겠다는 선전포고와 다름없다”며 “KBS 장악 시도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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