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보도, 위기의 시기? 극복의 호기!

[언론다시보기]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교수  
 
세월호 참사는 우리 사회의 참으로 많은 부문에 자성을 촉구했다. 언론도 예외는 아니다. ‘전원 구조’ 오보는 그 자체로 수많은 사람에게 희망이자 동시에 절망이었다. 그런데 그 오보가 현장을 가장 잘 알 수밖에 없는 일선 취재기자의 목소리를 외면한 결과였다는 점에서 더욱 절망스럽다. ‘총력 수색’ 보도 역시 수용자인 국민보다는 권력의 눈치를 보는 것이었다. 공영방송은 해경 구조대원이 손을 놓고 있다는 현장 인터뷰를 확보하고도 내보내지 않았다. 오히려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선내 승객’까지 구조하기 위해 특공대가 선내 수색작업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서 기본인 사실조차 외면하고 있었다는 뜻이다.

박근혜 대통령 방문 당시 현장음 조작 논란, ‘조문 연출’ 논란 등은 정치권력과 언론 권력의 특수 관계가 작동하고 있다는 의구심을 불러 일으켰다. 또 박 대통령과 정부의 책임을 묻는 현장의 목소리를 헌정질서를 부정하는 것이라 매도하거나 전교조 추모 영상은 ‘좌파의 정치선동’이라고 몰아세우는 보도에서 저널리즘의 붕괴를 목도했다는 것은 과장된 표현일까? 이명박 정부 이후 권력에 의해 장악됐다는 비판을 받아온 방송의 단면이다.

유병언의 온갖 습관, 취미 생활, 유대균의 음식 습관 등에 이르기까지 국민들은 유병언이나 그 아들 유대균에 대해 아주 가까운 지인인 양 속속들이 알게 됐다. ‘탐사보도’도 이런 탐사보도가 없다. 얼마나 심층보도인가, 유병언의 속옷까지 알 정도니! 하지만 그토록 많은 시간을 할애한 보도에 세월호 참사의 진실은 없다. 심층보도를 빙자한 선정주의의 극치다. 세월호 참사로 인해 우리 언론의 민낯이 그대로 드러났다.

현장의 목소리를 부정하면서 선정적인 내용으로 권언유착의 모습을 보였던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들은 세월호 참사 극복에 외려 장애물이 되고 말았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당연히 심각하다. 하지만 더 큰 심각성은 이런 보도 행태들이 우리 언론이 맞이하고 있는 위기를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데 있다. 신문의 위기를 논하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신문의 위기에 여러 요인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우리 현실을 놓고 볼 때 가장 큰 원인은 저널리즘의 붕괴에 따른 신뢰의 상실이다. ‘삽지로 들어오는 전단지의 양으로 신문 구독을 결정한다’는 풍자를 단순한 농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인가.

뉴욕타임스나 파이낸셜타임스가 온라인 유료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는 반면교사다. 이로부터 우리 언론이 맞고 있는 위기의 본질이 저널리즘에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용자의 유료 구독 의사를 이끌어 낼만한 콘텐츠를 가지지 못한, 그런 콘텐츠를 제공할 것이라는 신뢰를 확보하지 못한 언론이 생존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클릭 장사로 일정 기간 연명할 수는 있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인한 정보의 범람은 이도 어렵게 할 것이다. 굳이 그런 언론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 인터넷에는 피상적이고 선정적인 정보에 익숙한 수용자 욕구를 만족시킬만한 무료 정보가 넘쳐난다.

방송 특히 뉴스나 시사프로그램을 포함하는 지상파나 종편은 예외일까? 지상파나 종편도 이미 방송의 위기를 감지할 만하다. 종합편성의 특권은 뉴스에서 나온다. 뉴스에서 신뢰를 잃은 지상파나 종편을 굳이 제때 챙겨 봐야 할 이유가 없다. 본방사수가 사라져 가고 있음은 방송 위기의 징후다. 지상파는 습관적 시청의 이득을 보아 왔음을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 언론은 심각한 고민을 해야 한다. 단순 정보 매체나 오락 매체와 다른 언론 본연의 모습을 회복할 것인가, 아니면 오락 매체로 전환할 것인가. 그러나 위기는 기회라 하지 않던가. ‘기레기’라는 소리를 들으며 바닥을 경험한 우리의 저널리즘은 외려 언론의 위기 극복을 위해 근본부터 반성할 수 있는 유리한 상황에 와 있다고 할 수도 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단순 정보 제공에서 미국 탐사기자 및 편집자협회(IRE)가 주장하는 대로 ‘도덕적 분노를 환기시킬 수 있고, 시스템적인 문제를 부각시킬 수 있는’ 심층보도로 전환하여 신뢰를 회복하려는 근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 물론 주체는 가장 큰 이해 당사자인 기자들임에 틀림없다.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교수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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