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대현 KBS 사장 '보도본부 혁신안' 수용할까

소통 행보 속 과거 인사 그대로 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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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대현 사장(뉴시스)  
 
조대현 KBS 사장이 취임한 지 28일이면 한 달이 된다. 해임된 길환영 전 사장의 잔여임기를 물려받아 임기가 1년4개월에 불과한 조 사장은 취임 직후부터 부지런히 사내 구성원들을 만나며 ‘국민이 원하는 공영방송’의 밑그림을 그려가고 있다. 적자 해소와 공정성 시비 종식, 조직문화 회복 등 5대 혁신 과제 달성을 위한 정책 수립도 착수 단계에 들어섰다. KBS 홍보실 관계자는 “취임사에서 밝힌 여러 가지를 전반적으로 이행 중”이라고 전했다.

정책 평가는 다소 이른 시점에서 조 사장의 취임 후 한 달을 평가할 수 있는 지표는 인사다. 조 사장은 지난달 30일 금동수 부사장 임명을 시작으로 지난주 평직원 인사까지 4주에 걸친 인사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는 취임사에서 능력과 평판 위주로 “상식과 원칙에 맞는 인사를 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 딴판이었다.

첫 부사장 인사부터 삐걱댔다. 그가 임명한 금동수 부사장은 기존에 노무 업무를 담당하며 직원들에 대한 부당징계를 주도한 전력 때문에 ‘노조탄압 전문가’로 불렸던 인물이다. 서재석 정책기획본부장을 비롯해 길환영, 김인규 전 사장 체제의 인사들이 잇따라 중용됐다. 반면 길 전 사장 퇴진을 요구하다 좌천당한 보직간부들의 ‘보복성 인사’는 회복되지 않았다.

팀장급에선 파업과 제작거부를 주도한 전력이 있는 전직 노조 간부와 기자협회장 출신을 기용하는 등 진전된 인사라는 평가도 일부 나왔지만, 대체적으로 기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 관계자는 “길환영 전 사장이 물러가고 조직과 인적청산을 통해 새 공영방송 체제를 정립할 인적 구조가 자리 잡아야 하는데 예상했던 만큼 개혁적이지 못한 인사였다”고 총평했다.

교섭대표 노조인 KBS노동조합(1노조)도 “새로 임명된 간부들의 면면도 혁신과 변화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구시대 인사들이라는 평가가 대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김철민 KBS 기자협회장은 “과거 길환영 체제에서 정권 홍보에 앞장섰던 인사들이 청산되지 못하고 지분 나눠먹기식 인사가 됐다”고 비판했다.

실망스러운 수준이라는 인사 평가와 달리 파격적인 소통 행보는 이목을 끌고 있다. 조 사장은 구내식당에서 식사하며 사원들과 대화하고, 최근엔 본부별로 돌아가며 간담회도 진행 중이다. 김인규, 길환영 전 사장의 ‘불통’ 행보와는 다른 면모다. 취임사에서 노조를 “중요한 경영 카운터파트너”라고 인정한 대로 노조와 각을 세우며 대립하기보다는 대화하며 들으려 하는 자세도 일단은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경청’이 ‘실천’으로 이어질 지는 미지수다. 조 사장은 25일 열린 보도본부 간담회에서 기자협회 TF팀이 제안한 국장 임명동의제를 포함한 보도본부 혁신안에 대해 “여러분이 원하면 그렇게 하겠다”는 원론적인 수준의 답변만 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노조 관계자는 “다음 주부터 사장 취임 후 첫 공정방송위원회와 노사협의회가 차례로 열린다. 지난 한 달 간의 보도, 방송, 인사 등을 평가하고 제도개선 등에 대해 문제제기가 있을텐데 조 사장이 어떤 태도를 보이느냐가 관건이며 그에 따라 노조의 대응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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