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행정관은 비리 '면책특권'

제284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 세계일보 조현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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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일보 조현일 기자  
 
“언론이 바로잡아야 해.”
한 통의 전화로 시작됐다. 자료를 건네고 싶다고 했다. 어디 것이냐고 물었다. ‘BH(청와대)’란 답이 돌아왔다. 지난 3월이었다. 취재원 보호 대책이 관건이었고 지난한 설득을 거쳐 자료를 손에 쥐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 내부 보고서였다. 감찰 보고서에는 대한민국 공직자들의 부적절한 처신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금품과 향응을 수수하고 이권에 개입하는 모습에서 깊게 병든 우리 사회의 이면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취재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청와대는 직원들의 불법과 비위, 품위손상 행위를 적발하는 데에 열중할 뿐, 이들에 대한 처리는 ‘쉬쉬’ 했다. 대통령을 보좌하는 비서실 직원들의 불법은 그 자체로 정권에 부담이 될 터였다. 이는 역대 다른 정권도 다르지 않았다. 결국 시스템의 부재였다.

특권이었다. 관련 규정이 없다면 만들도록 하고,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도록 해야 했다. 청와대는 살아 있는 권력의 정점이었다. 비판이 모호하거나 일시적이어서는 효과를 발휘할 수 없을 것이 자명했다. 공직자 비위 사실 자체도 엄중하지만, 후속 조치는 얼마나 미흡한지, 그 원인은 무엇인지, 청와대나 공직사회는 비위에 얼마나 둔감한지 등에 초점을 두고 4월2일부터 사흘간 연속보도했다. 이틀 간 침묵하던 청와대는 세 번째 보도가 난 직후 김기춘 비서실장의 지시라는 설명과 함께 일사천리로 대응했다. 이어 박근혜 대통령은 “청와대부터 솔선수범하지 못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혀, 이번 보도를 최종 확인하고 재발 방지를 주문했다.

이로써 청와대에 징계시스템이 마련됐다. 행정관들의 비위 사실이 적발되면 조사를 하고 본인의 자인서를 받은 뒤, 원복시킬 때 복귀 사유와 함께 이 자인서를 첨부하도록 했다. 소속기관에서 적절한 징계가 이뤄지도록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국회와 언론을 통해 청와대 파견 공직자의 징계 사실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할 일은 끝나지 않았다. 대통령과 청와대 비서실장의 강력한 경고에도 불구하고, 관료사회에는 여전히 ‘재수없게 걸렸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있다. 문제 행정관들을 비호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심지어 한 부처 감사관실은 본인의 강력한 반박에 부딪혀 상당수 혐의를 누락하려는 모습도 감지됐다. 국회 A의원실과 함께 엄중 경고해 애초 통보된 내역대로 중앙징계위에 회부토록 했지만, 관료사회가 어떤 집단인지 잘 알려준 꼴이었다. 청와대의 자료 유출자 색출 노력도 전방위로 전개됐고, 억울한 피해를 입은 이들이 생겨났다. 색출을 촉구하는 칼럼을 낸 언론도 나왔다.

이런 현실에서 취재한 대로 보도할 수 있도록 보호해준 세계일보에 감사한다. 특히 취재원과 관련된 어떤 내용도 보고하지 말 것을 지시한 편집국장과 데스크에 감사의 뜻을 전한다. 세계일보 조현일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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