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급 여기자 인력유출 심각…머리 맞대고 지혜 모아야"

강경희 제26대 한국여기자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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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삶을 위해서는 날씬한 허리가 좋겠지만, 조직의 건강을 위해서는 허리가 두툼하고 튼실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경희 제26대 한국여기자협회장(조선일보 사회정책부장)은 여기자 사회의 주요 현안으로 중간급 여기자들의 인력 유출을 꼽았다.

조선일보는 지난 1월부터 석 달간 ‘일하고 싶은 여성, 날개를 달아주자’라는 기획 기사를 내보냈다. 그러나 강 회장은 지난달 30일 여기자협회장으로 선임된 후 ‘등잔 밑이 어둡다’는 말을 실감했다. 그는 “각사 현황을 살펴보니 10년차 넘는 ‘중간층’ 이상의 여기자가 여전히 적더라”며 “경력단절 여성을 다시 일하게 만들자고 썼던 기사가 정작 우리 얘기였다”고 했다.

1961년 설립된 여기자협회는 지난해 회원 수 1000명(25개사)을 넘어섰다. 최근 입사한 수습기자들 중 절반 이상이 여성. 정치·사회·경제 등 주요 부서에 ‘금녀의 벽’은 무너진 지 오래다. 보직간부 진출도 점차 활발해지고 있다. 그러나 결혼과 출산, 육아의 과정에서 직면하는 고민은 강 회장이 기자생활을 시작한 2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다.

강 회장은 “가족 친화적 업무환경이 언론사에도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주5일제와 육아휴직의 정착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강 회장이 맡고 있는 조선일보 사회정책부는 주5일제 준수율이 편집국 전체 1위. 최초로 육아휴직 1년을 신청한 기자도 지난해 이 부서에서 나왔다. 그는 “회사 차원에서 의지가 있다면 기자직에서도 일·가정 양립이 가능하다. 이런 문화가 각사에 많이 정착된다면 여기자의 경력 단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를 운영하는 ‘사람’이다. 강 회장은 “여기자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킬 수 있도록 각사마다 대화의 채널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 외에도 여기자협회는 해외연수, 여기자 책, 세미나·워크숍 등 해마다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강 회장은 “회원 수를 늘리는 것보다 현재 회원들이 실질적 혜택을 받으며 여기자협회의 필요성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 달까지 회원 현황을 데이터베이스화해 행사에도 타깃팅을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연차마다 고민과 관심사가 다를 것이기 때문에 이에 맞는 소모임이나 세미나를 기획해 회원들의 만족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강 회장은 “같은 회사 내에서는 선배 여기자의 수가 제한적이어서 다양한 롤 모델 발견이 힘들다”며 “여기자협회를 통해 타사 선배들과 만나다 보면 기자라는 공통점으로 좋은 멘토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강 회장은 여기자협회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회원들의 적극적 참여를 당부했다. “여기자의 숫자는 많아졌지만 중견 여기자로 성장하는 비율이 낮다는 문제점에 공감하고 이를 개선하는 데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행사에 애정과 관심을 갖고 참여하다보면 생각보다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을 거예요. 여기자협회는 공감과 공유의 장이기 때문입니다.”  김희영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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