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기자협회가 길환영 사장에 KBS독립성 침해의 진상을 밝히고 즉각 사퇴할 것을 촉구했다.
KBS기자협회는 9일 성명을 내고 “길환영 사장은 이제 더 이상 사장으로서의 리더십은 사라졌다고 선포한다”며 “이번 보도국장의 발언으로 사장은 스스로 자신의 말을 뒤집고 보도국장의 표현대로 ‘사사건건 보도본부의 독립성을 침해’해왔음이 만천하에 드러났다”고 밝혔다.
KBS기협은 “길환영 사장은 지난 해 인터넷기사 수정 파문 당시 기자협회에 ‘자신은 보도에 간섭하지도 않았고 (앞으로) 간섭할 뜻도 없다’고 분명하게 전달했다”며 “당시 기자협회는 KBS 사장의 약속이라는 권위를 존중해 해당 사건을 더 이상 문제 삼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8월 KBS 안전관리실 직원이 보도본부를 찾아가 전날 ‘뉴스9’에서 국정원 심리전단 3개팀 12개 파트가 인터넷 댓글 활동을 했다는 특종 보도를 인터넷사이트에서 삭제할 것을 요구해 파문이 일었던 사건이다.
KBS기협은 “더욱이 보도국장의 사퇴 과정에서 사태를 수습하라는 청와대의 요청에 길 사장은 KBS의 독립성을 지키지 못하고 이를 수용한 것으로 해석될 정황이 드러났다”며 “길 사장은 공영방송 사장으로서 마지막 품위를 다하라. 대한민국의 공영방송 발전을 위해 스스로가 행한 보도와 관련한 간섭의 내용, 그리고 청와대 압력의 정황을 밝히고, 자리에서 즉각 물러나라”고 밝혔다.
또 “보도본부장도 보도국장의 발언을 없던 일로 치부하지 말고 기자 조직을 이끄는 리더로서 분명한 입장을 밝혀라”라며 “KBS기자의 자존심을 걸고 KBS 보도본부의 독립성 침해에 대한 책임 있는 조처를 다하라”고 밝혔다.
한편, KBS기자협회는 또다른 성명을 통해 세월호 희생자 가족에 대한 사죄와 세월호 보도에 대한 반성의 뜻을 밝혔다. KBS기협은 “KBS는 국가재난주관방송사이지만 국가적 재난의 희생자인 가족들의 마음에 오히려 상처를 주고 아픔을 안겨드렸다”며 “KBS를 찾았을 때조차 충분한 예우로 맞이하지 못했다. 세월호 희생자 가족분들께 사죄드린다”고 밝혔다.
KBS기협은 “희생자 가족들의 입장에 제대로 서지 못했고 관련 보도도 모자란 반면 정부나 기관 발표나 입장에는 엄격하지 못했다”며 “세월호와 관련한 KBS뉴스 전체의 취재 보도 내용을 철저히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현장 기자를 포함한 KBS 전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집단 토론회를 열고, 전문가와 시청자 의견도 듣겠다”며 “무엇이 잘못됐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 명확하게 찾아내고 철저히 점검해 공영방송 KBS기자라는 직업윤리에, 언론의 소명에 한치의 어긋남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이와 관련된 성명 전문이다.
<사죄드립니다. 반성합니다. 그리고 바꾸겠습니다.>
사죄드립니다.
가장 먼저 세월호 희생자 가족분들게 사죄드립니다. KBS는 국가재난주관방송사입니다. 하지만 국가적 재난의 희생자인 여러분들의 마음에 오히려 상처를 주고 아픔을 안겨드렸습니다. 특히 여러분들이 KBS를 찾으셨을 때조차 저희는 충분한 예우로서 맞이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한 번 사죄드립니다.
아울러 같은 부모, 한 가족의 심정으로 KBS 보도를 지켜보셨지만 KBS에 대한 실망감을 감당하셔야 했을 시청자 여러분들에게도 머리 숙여 사죄드립니다.
반성합니다.
뉴스의 기본은 현장입니다. 하지만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진도나 안산 등 현장의 소식은 부족했습니다. 현장의 생생함, 시청자들에게 와닿는 이야기는 적었습니다. 무엇보다 희생자 가족 여러분들의 입장에 제대로 서지 못했고 관련 보도도 모자랐습니다.
반면 정부나 기관의 발표나 입장에는 엄격하지 못했습니다. 면밀히 확인하지 않았고 정부의 구조 작업은 무비판적으로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실체적 진실보다 과장되게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해경 등 구조 당국의 미흡했던 초기 대응, 그리고 사고 대처 과정에서 드러났던 청와대와 정부 인사들의 부족했던 모습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보도하지 못했습니다.
바꾸겠습니다.
KBS 기자협회는 이번 세월호와 관련한 KBS 뉴스 전체의 취재 보도 내용을 철저히 검토하겠습니다. 현장 기자들을 포함해 KBS의 전 기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집단 토론회를 열겠습니다. 전문가 의견도, 시청자 여러분들의 의견도 듣겠습니다. 그래서 무엇이 잘못됐는지,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명확하게 찾아내겠습니다. 관행에 안주하거나 현실에 만족하지는 않았는지 철저히 점검해나가겠습니다. 취재 보도 시스템도 바꿔나가겠습니다. 그래서 공영방송 KBS 기자라는 직업 윤리에, 그리고 공기관의 재난 재해 역할을 이끌어내고 지원하는 언론의 소명에 한치의 어긋남이 없도록 하겠습니다.
2014.05.09 KBS 기자협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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