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들, 세월호 무리한 취재지시 말아야"

[4월24일 아침 라디오시사프로그램 브리핑]언론보도 "희생자와 피해자 중심에 두는 신중 기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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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말말말



“온 국민이 슬픔과 분노에 빠져 있는 지금, 언론이 신뢰의 그릇 깨뜨려서는 안 돼”
-박종률 한국기자협회장이 PBC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서 속보경쟁보다는 정확한 보도를 해야한다며 언론의 무거움을 성찰하고 희생자 가족과 슬픔에 빠진 국민들의 마음을 살펴야 한다며.


“일단 사고수습에 매진, 그 다음 맞아야 될 회초리는 아프게 맞겠다”
-김재원 새누리당 전략기획본부장이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내각 총사퇴 주장이 일고 있는 것에 일단 사고수습에 전력을 해야 한다며 선거를 앞두고 회초리를 맞기 위해 종아리를 걷고 있는 심정이라며.


“골든타임에 아이들을 왜 구하지 못했나…진실규명해야”
-김영환 새정치민주연합 여객선침몰사고 공동대책위원장이 MBC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만일 구할 수 있는 생명을 구하지 못했다면 대한민국호에 대한 믿음이 침몰하고 정부에 대한 신뢰가 실종된 것이라며.


“오죽 답답하면 청와대로 보내달라고 할까”
-권정회 부산지방경찰청 제1기동대 1팀장이 SBS ‘한수진의 SBS전망대’에서 지난 20일 새벽 실종자 가족들이 청와대로 가겠다고 진도대교로 밤새 걸어가는 것을 막으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함께 울 수밖에 없었다며.


“국회, 뒤늦게 ‘수학여행 안전대책 의무화’ 법안 의결“
-지난해 7월 충남 태안 해병대캠프 사고 이후 학교안전사고 예방 및 보상에 관한법안개정안을 발의했던 김상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YTN ‘전원책의 출발 새아침’에서 법안 통과가 늦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서둘러 전체회의를 통과시킬 예정이라며.


이번 세월호 침몰 사고는 ‘인재’라는 비판이 높은 가운데, 초기대응 미숙과 재난 구조 시스템의 허술함, 국민소통 부족 등 과거 벌어졌던 사고들과 다를 게 하나도 없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1999년 화재로 인해 유치원생 19명과 교사 4명이 목숨을 잃었던 청소년수련원 씨랜드 사고 당시 아이를 잃었던 김순덕씨가 나와 “왜 변한 게 없냐”고 한숨을 뱉었다. 김순덕씨는 “뉴스를 보고 온몸에 힘이 빠지고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넋놓고 보고만 있었다”며 “세월호 실종자 부모들이 저희와 똑같은 고통을 겪을 생각을 하니까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15년 전 그 상황으로 다시 돌아가 똑같이 겪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15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고통은 남아 있다. 김씨는 “이렇게 사고가 날 때마다 많이 힘들다. 가슴에 묻는다는 말을 알지 않냐”며 “저희 아이 또래를 보면 저만큼 컸겠구나 하지만 기억 속에는 6살짜리 그대로다. 그때 처음처럼은 아니지만 두렵고 무섭고 너무 아프고…”라고 했다. 김씨는 “세월호 가족 분들도 너무나 믿겨지지 않은 정도로 충격이 클 것”이라며 “지금은 아이가 너무나 살아있을 것만 착각 속에 있기 때문에 부모들은 아무 생각을 할 수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이의 빈 자리가 너무 크고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고 수습과정도 이전과 전혀 다를 것이 없다. 김씨는 “그때와 아무것도 변한 게 없다”며 “지금 세월호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들은 큰 실망감과 자괴감에 빠져 있을 것이다. 그들을 일으켜 세워줄 사람은 국민들밖에 없다. 사고처리를 잘 할 수 있도록 국민들이 다 지켜보고 힘이 돼줘야 한다. 그 일은 다름 아닌 우리 모두의 일”이라고 말했다.




   
 
  ▲ 세월호 여객선 침몰 사고 발생 9일째인 24일 전남 진도군 관매도 인근 사고 해역에서 해군과 해양경찰, 민간 잠수사 등 구조대원들이 수색 및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뉴시스)  
 


천안함 사고도 마찬가지다. 2010년 천안함 사고 당시 정부의 초기 대응 부족과 늦은 대처능력은 똑같이 지적됐다. 정부는 그 다음해 천안함 백서를 만들고 정부 차원의 반성과 대책을 마련했지만 결국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SBS ‘한수진의 SBS전망대’에서 “천안함 백서는 3가지로 요약된다. 초기 대응 부족으로 논란을 자초했고, 범국가적인 재난대비책과 대비기구가 부족했고, 국민과의 소통이 부족했다는 것”이라며 “지금 4년이 지났는데도 너무 똑같다. 다른 부처에서는 그 엄청난 비극을 민간상황에 대입해보지 않았고 결국 강 건너 불구경한 것이다. 참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천안함 때 국민들이 분노했던 것은 숫자가 계속 바뀌었다는 것이다. 그 숫자는 시간이었다”며 “이번에도 또 숫자가 달랐다. 그것은 인원이었다”고 했다. 이어 “20년 전 서해 페리호 사건 때도 인원이 불명확했는데 아직도 그런 상황이 똑같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은 나라의 기본을 세우는 데는 전혀 관심이 없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


신 대표는 “이번 사건도 처음에 컨트롤 타워를 두고 안전행정부에 있냐, 해양수산부에서 하냐, 국무총리가 맡냐 우왕좌왕했던 것을 보라”며 “두번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아야 한다. 이런 재난이 비단 해상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산악에서, 도로에서, 철도 등 모든 곳에서 대형 재난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 각 부처들은 어떻게 협동해 신속하게 대처할지 매뉴얼을 만들고 평소 훈련하고 교육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희생자와 피해자 중심에 두는 보도로, 신중 기해야”


세월호 사고 보도에 대한 실종자 가족들과 국민들의 불신이 높은 가운데, 23일 한국기자협회 주최로 세월호 참사보도 문제점과 재난보도 준칙 제정 방안에 관한 토론회가 열렸다. 박종률 기자협회장은 PBC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서 “언론의 본령은 정확성”이라며 “사실이 아닌 내용을 보도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했다.


박 회장은 “이번 세월호 참사를 취재, 보도하는 과정에서 여러 실수나 잘못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실종자 가족과 유가족을 비롯한 많은 국민을 실망시켰다”며 “기자들의 오보 위험성은 늘 따라다닌다. 아무리 확인을 해도 취재소스나 취재물이 처음부터 잘못됐다면 결과적으로 오보가 될 수 있다. 그럼에도 언론의 공적 역할을 다시 생각하며 무거움을 성찰하고 오보 등을 통렬히 반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각 언론사별 윤리강령이나 재난보도 매뉴얼은 있지만 현장에서 지켜지기 힘든 상황도 있다. 박 회장은 “이번과 같은 대형참사가 발생하면 먼저 중계식 보도를 한다. 발생 초기에는 중계식 보도가 불가피한 면이 있는데 기자들의 재난보도에 대한 평상시 훈련이 제대로 안 된 이유가 크지 않나 싶다”며 “희생자나 피해자를 중심에 두는 인간적이고 윤리적 측면에서 신중을 기했어야 했는데 신속함만을 쫓다보니 정확성을 놓치는 우를 범했다는 비판을 받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생존자나 실종자 가족, 유가족에 대한 취재경쟁으로 인해 사생활이 침해되고 초상권 등 명예훼손을 당했다는 지적도 있다. 박 회장은 “큰 사고가 발생하면 카메라나 사진기자들은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다. 속보를 내보내야 한다는 경쟁 심리도 있고, 좀 더 생생한 컷을 확보하려다보니까 무리하게 근접촬영을 하기도 하고, 취재기자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과도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며 “기자들 입장에서야 질문하고 사실을 확인해야 하지만 대참사에서는 인간적인 예의와 취재윤리를 준수하는 것이 무엇보다 선행돼야 한다. 현장에 나가있는 기자들에게 각 언론사 데스크가 무리한 취재를 지시하는 것도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자발적으로 언론사 내부적으로 또는 기자들끼리 협의하는 공동취재단이나 협의체 구성, 또 정부의 취재제한선을 같이 논의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많은 기자들이 취재 현장에서 고생하고 있다. 언론에 대한 비난의 화살이 현장 기자들에게만 너무 쏠리는 것은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다”며 “언론의 구조적 문제점도 있는데 현장에서 정말 고생하는 기자들도 있다는 것을 잊지말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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