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3억 손배소송은 언론 길들이기"

전자신문, 6일 임직원 명의 입장 밝혀… 삼성 "갤럭시S5 이미지 훼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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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가 제기한 3억원 손해배상 청구에 대한 전자신문의 공식입장(전자신문 인터넷 사이트 캡쳐)  
 
지난 4일 삼성전자가 전자신문과 전자신문 기자들을 상대로 정정보도와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전자신문은 6일 “진실을 밝히기 위해 정정당당하게 나갈 것”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이날 전자신문은 “삼성전자가 전자신문의 보도에 보여준 행태는 글로벌 초일류 기업을 목표로 하는 회사가 보여줄 만한 것이 아니다”라며 “자사의 이익에 부합하지 않고, 입맛에 맞지 않는 기사를 썼다고 해당 언론사와 기자들에게 억대 소송을 거는 행위는 충분히 ‘언론 길들이기’로 비춰질 만하다”고 지적했다.


전자신문은 지난달 17일과 25일 두 차례에 걸쳐 갤럭시S5 카메라 모듈의 렌즈 수율이 20~30% 수준에 불과해 생산 일정에 차질이 생겼다는 점을 보도했다. 이에 삼성전자는 사실이 아니라며 정정보도를 요구하는 공문을 보냈지만 전자신문 기자는 “충분한 취재를 거쳤고 팩트에 기반한 기사였다”며 이를 거부했다.


결국 삼성전자는 언론을 상대로 소송이라는 강경책을 꺼내들었다. 4일 삼성전자는 자사 소비자 블로그인 ‘삼성투모로우’를 통해 “언론을 통해 회사의 소식을 알리고 때로는 언론의 매서운 지적을 겸허하게 수용해야 할 기업이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게 돼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면서도 “하지만 전자신문의 오보로 인해 삼성전자가 혼신을 기울여 만든 제품의 이미지가 훼손되는 것에 대한 자구책으로 심사숙고 끝에 소송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삼성전자는 “갤럭시S5 카메라 렌즈 모듈에 문제가 있다는 전자신문의 두 차례 보도는 출시도 안 된 갤럭시S5의 제품 이미지에 심각한 타격을 입혔다”며 “특히 전자신문 보도 이후 같은 내용의 기사가 해외 온라인을 통해 확산되고 있어 앞으로 공식 출시될 경우 전 세계 소비자들이 품질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을 갖고 갤럭시S5의 구매를 주저하거나 구매 의사를 철회해 제품 판매는 물론 그 동안 세계 시장에서 쌓아온 회사 이미지에도 큰 악영향을 줄 것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전자신문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접수했다.


 



   
 
  ▲ 삼성전자는 지난 4일 자사 소비자 블로그인 '삼성투모로우'을 통해 전자신문에 대한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사진=samsungtomorrow.com)  
 
이 같은 삼성전자의 대응은 매우 이례적이어서 ‘언론 길들이기’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자신문 내부의 평가다. 이번 보도에 대해 삼성전자는 1면 3단으로 정정보도를 요구했고 전자신문이 이에 응하지 않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또 보도가 있은 직후 보낸 두 차례의 공문 중 첫 번째 공문에서 삼성전자는 다소 굴욕적인 사과문을 포함한 정정보도를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전자신문은 6일 온라인을 통해 삼성전자와 삼성전자 협력사 간의 ‘왜곡된 관계’를 꼬집는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전자신문은 ‘제조업 생태계 벼랑 내모는 삼성 스마트폰’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협력사들이 수익 급감에 허덕대고 있다”며 “스마트폰 시장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면서 삼성전자는 협력사에 더욱 강도 높은 원가 압박을 가하고 있다. 마른 수건을 짜다 못해 이제는 한계에 다다랐다는 협력사들이 속출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의 최대 관심사인 대·중소기업의 상생 기조와는 정반대로 가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어 또 다른 기사에서는 “삼성전자 무선사업부의 판가인하 요구가 심해지면서 회사를 아예 매각하려는 협력사들이 잇따르고 있다”며 “최근 케이스·터치스크린패널(TSP)·카메라모듈용 자동초점(AF) 액추에이터·렌즈 등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협력 업체들이 잇따라 M&A 시장에 매물로 나오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자신문은 이날 공식입장에서 “전자신문은 오랫동안 삼성전자와 거래해온 핵심 협력사들을 장시간 깊이 있게 취재해 사실에 근거한 문제점을 짚어냈다”며 “삼성전자 주장대로 삼성전자와 글로벌 출시를 앞둔 스마트폰 신제품에 대해 흠집을 내려 한 것이 아니라 강도 높은 혁신과 소재부품 수급방식 개선으로 글로벌 경쟁력을 더 높여가라는 의미로 내보낸 기사”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자신문은 가치 있는 정보와 통찰력을 제공하여 국가경제와 지식산업을 선도한다는 신념으로 32년을 한결같이 달려왔다”며 “이를 함께 해온 산업계와 법정다툼까지 원치는 않지만 진실을 밝히기 위해 ‘무거운 마음으로, 하지만 정정당당하게’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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