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기 이후 아이슬란드의 도전과 혁신

[글로벌 리포트 | 북유럽] 서현수 핀란드 땀뻬레대학교 정치학 박사과정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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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현수 연구원  
 
아이슬란드 재발견(2)


아이슬란드는 최근 전 지구적 기후 변화, 국제안보 환경의 변화, 인터넷 정보화 사회로의 전환 등 현대적 도전들에 대해 적극 대응하고 있다.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 2014년 1/2월호에 실린 아이슬란드 대통령 올라푸르 라그나르 그림손(Olafur Ragnar Grimsson)의 인터뷰에서 그러한 모습의 일단을 살펴볼 수 있다.

우선, 최근 기후 변화와 북극권 개발이 큰 이슈로 떠오르면서 그동안 혹독한 기후 조건과 국제적 고립에 시달렸던 아이슬란드가 새로운 기회를 맞고 있다. 미국과 러시아는 물론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국가들까지 개발 이익을 둘러싸고 경쟁을 벌이고 있는 이 사안에 대해 아이슬란드는 일찌감치 다른 북유럽 국가들과 더불어 ‘북극이사회(The Arctic Council)’ 등 협력 거버넌스를 구축하고, 평화·생태적 방향으로 북극권 개발이 이루어지도록 논의를 주도하고 있다. 지열 등 친환경 에너지를 잘 활용해온 경험과 전문성도 널리 인정받고 있다.

둘째, 아이슬란드는 군대가 없는 나라로 평화 국가의 가능성을 실험하고 있다. 냉전 시대 미·소의 중간에 놓인 지정학적 위치로 인해 NATO의 회원국이면서 미국의 군사기지로 이용됐던 아이슬란드는 많은 핵무기가 배치돼 있던 세계적 군사요충지 중 하나였다. 그러나 소련 붕괴 후 국제안보 환경이 변화했고, 아이러니하게도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을 벌였던 미 부시 정부가 2006년 아이슬란드 미군 기지를 폐쇄하기로 결정했다. 이로써 본래부터 자국 군대가 없던 아이슬란드는 ‘한 명도 무기를 든 사람이 없는’ 완전한 비무장 국가가 되었다. 올라푸르 대통령은 말한다. “전통적인 관념과는 반대로, 아무런 군사적 요소 없이도 러시아, 미국, 캐나다, 북유럽 국가들, 중국, 인도, 프랑스, 독일 등과 폭넓은 국제관계를 맺고 높은 수준의 외교활동을 통해 성공적인 국가를 갖는 것이 가능합니다.”

셋째, 인터넷 정보 사회의 도래 속에서 아이슬란드는 정보와 언론의 자유에서 가장 안전한 나라를 지향하고 있다. 위키리크스(Wikileaks)의 설립자들이 아이슬란드에 머물고 있고, 지난해 미국 정보기구 NSA의 불법적 정보 수집을 폭로했던 스노든이 애초 망명을 희망했던 곳도 아이슬란드였다. 2010년 6월, 아이슬란드 의회는 세계 각국의 진보적 법률들을 참고해 ‘아이슬란드 현대 미디어 발의(Icelandic Modern Media Initiative, IMMI)’를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발의는 아이슬란드를 정부 당국들로부터 정보와 언론의 자유를 보호하고, 특히 위험을 무릅쓰고 정보공개를 감행하는 저널리스트들과 출판가들에 대한 가장 강력한 보호를 제공하는 미디어 천국으로 만들자는 제안을 담고 있다. 최근 아이슬란드 의회에도 진출한 해적당(The Pirate Party)의 욘스도띠르(Birgitta Jonsdottir) 의원이 주도했다.

한편, 2008년 금융 위기 직후 중대한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아이슬란드는 2009년부터 2012년까지 헌법 개정 논의를 벌였는데, 이 과정에 큰 폭의 시민 참여와 민주적 혁신 프로세스가 가동됐다. 당시 위기를 초래한 정부와 정책결정권자들에 분노한 시민들은 의회와 중앙은행 등에 몰려가 대규모 항의 집회를 벌였다. 심각한 폭력 사태로 발전하진 않았지만, 위기 직후의 아이슬란드는 정치적 시스템과 의사결정 과정 전반에 대한 시민 불신이 아주 높은 상태였다. 총리와 중앙은행장의 사퇴, 조기총선을 통한 새 내각의 구성을 이끌어낸 시민들의 정치적 에너지는 결국 헌법의 전면 개정 요구로 이어졌다. 시민들은 단지 개별 정부를 바꾸는 수준을 넘어 아이슬란드 사회를 다시 구성할 것을 요구했다.

2009년 11월, 풀뿌리 시민조직들의 발의로 새 헌법안을 마련하기 위한 시민의회가 구성됐고, 얼마 후 정부도 일반 시민 대표들로 구성된 ‘헌법위원회’를 설립했다. 수개월에 걸친 숙의, 토론, 표결, 온라인 포럼과 SNS 피드백 등 광범위한 시민 참여 과정을 통해 헌법 초안이 성안됐다. 비록 최종 단계에서 보수정당들과 엘리트 세력의 벽에 막혀 새 헌법 제정에 이르지는 못했지만, 일반 시민들의 광범위한 참여와 숙의를 통해 새로운 사회계약을 맺고자 했던 이른바 집단지성의 민주주의(crowdsourcing for democracy) 실험은 세계시민사회의 큰 관심을 받았다.

북유럽의 변방이자 북대서양 꼭대기에 위치한 작은 섬나라 아이슬란드. 경제위기를 딛고 다양한 안팎의 도전에 맞서 혁신적 실험을 전개하고 있는 이 나라와 그 시민들의 미래가 궁금해진다. 서현수 연구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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