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향신문 난입·JTBC 뉴스 중징계…언론자유 '비명'

경찰병력 검거 작전에 사옥 초토화
"방심위 중징계 형평성 잃어" 비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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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 22일 전국철도노동조합 김명환 위원장 등 핵심간부가 은신한 곳으로 알려진 서울 정동 경향신문 건물 앞에서 경찰이 민주노총 관계자들과 대치하다 유리창을 깨고 진입을 시도하고 있다. (뉴시스)  
 
언론자유지수가 해마다 추락을 거듭하고 있는 가운데, 언론탄압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해 세밑 언론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휴일 대낮에 언론사 사옥이 경찰 공권력에 의해 쑥대밭으로 변하고, 지상파에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는 뉴스가 정부 정책에 반론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역대 가장 수치스러운 뉴스”로 매도당했다.

지난 22일 서울 정동 경향신문사 사옥이 5000여명 경찰 병력에 점거된 현장이 전국에 생중계로 보도됐다. 파업 중인 철도노조 지도부 검거를 이유로 민주노총 본부 사무실이 입주해 있는 경향신문 사옥에 경찰 병력이 강제로 진입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경찰은 1층 외부 현관문과 유리문 등을 부수고 최루액을 발사하며 12시간 넘게 사옥에서 작전을 펼쳤다.

당시 신문을 제작 중이던 경향신문 편집국은 날벼락을 맞았다. 경향 기자들은 경찰에 막혀 회사 출입에 제한을 받는 등 신문 제작에 중대한 차질을 빚었고, 초토화된 현장은 아직 정상화되지 못하고 있다. 경향신문은 “한국 사회의 시계를 수십 년 전으로 거꾸로 돌려버린 폭거이자,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에 대한 중대한 도전”으로 규정하며 강하게 반발했다. 경향은 24일 사설에서 “언론자유와 민주주의의 수준을 군사독재정권 시절의 아류(亞流)로 퇴행시킨 이번 폭거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철저히 진상을 규명한 뒤 책임자는 엄중 문책할 것”을 요구하며 “진심 어린 사죄와 물적 피해보상도 뒤따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조도 이번 사건을 “심대한 언론 자유 침해”로 규정했고, 경향신문 노조도 “경향신문 사옥을 유린하고 우리를 심리적으로 위축시켜보겠다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성토했다. 한국기자협회도 “압수수색 영장도 없이 법적 논란도 아랑곳하지 않고 언론사 건물에 난입한 경찰의 행태는 공권력이 언론을 얼마나 경시하는 지를 스스로 고백한 것”이라며 “2013년 12월22일은 언론과 노동계 모두의 역사에 참담한 하루로 남았다”고 밝혔다.

대화와 타협 대신 진압을 택한 정부의 강공책은 방송 심의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 19일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청구 관련한 JTBC ‘뉴스9’ 보도에 대해 ‘해당 프로그램 관계자 징계 및 경고’라는 중징계를 의결했다. 김재연 통합진보당 대변인을 출연시키는 등 정부 방침에 반하는 일방의 목소리만 전달했다는 이유에서였다.

관계자 징계 및 경고는 과징금 다음에 해당하는 중징계로 지난 5월 5·18 민주화운동에 북한군이 개입했다는 주장을 보도한 TV조선과 채널A의 시사프로그램에 내려진 징계와 같은 것이다. 종합뉴스 프로그램 중에서는 이 같은 중징계를 받은 사례가 극히 드물다는 분석이다.

방심위는 JTBC 뉴스가 공정성과 객관성을 위반했다고 지적했지만, 방심위 징계야말로 공정성과 객관성을 현저히 잃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 등을 ‘종북인사’로 매도하는 등 정권에 우호적인 타 종편 보도에 대해서는 문제없다거나 행정제재에 그치는 등 형평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언론계는 특히 이번 중징계가 단순히 ‘경고’에 그치지 않고 ‘관계자 징계’를 부과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 JTBC 보도 전체를 지휘하는 손석희 보도담당 사장을 직접 겨냥했다는 지적이다. 한겨레는 21일 사설에서 “허위 사실, 비속어 등을 남발하는 다른 종합편성 방송에 대해서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리면서 질 높은 뉴스를 선도한다는 평가를 받는 손 앵커의 뉴스에 대해 쇠몽둥이를 휘두른 것은 정부 비판적 입장에 대한 ‘괘씸죄’로 해석된다”고 꼬집었다.

중앙일보와 JTBC 평기자들로 구성된 중앙일보·JTBC 공정보도위원회(공보위)는 20일 성명을 내고 “방통심의위의 판단이 행여 대한민국 헌법이 보장하는 본질적 권리인 언론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닌지 우려한다”며 “앞으로 방통심의위가 방송의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한 최소한의 통제장치로 바르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국민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현명하고 상식적인 판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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