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452부대' 국정원 여직원 변호비 대납

제279회 이달의 기자상 취재보도1 / JTBC 강신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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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JTBC 강신후 기자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의 단초가 된 국정원 여직원과 그 변호인을 알게된 건 대선기간이었던 지난해 12월이다. 당시는 사회부 기자였다. 여직원 오피스텔 문 앞은 민주당원들과 취재진들로 장사진을 이뤘다. 여직원이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112신고를 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었다. 사실 확인을 위해 변호인에게 집요하게 신고 녹취록을 요구했고, 결국 파일을 입수했다. 들어봤다. ‘4차례 신고’라는 팩트가 있었다. ‘위장신고’ 가능성도 언급했지만 이를 보도하자 민주당의 한 의원은 JTBC가 국정원과 짜고 기사를 만들어 냈다는 취지의 주장을 했다. JTBC가 국정원과 그 변호인의 편이라는 말일 것이다.

그리고 10개월 후, ‘일탈 요원’이 된 국정원 여직원의 변호사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국정원 직원들이 모금을 했다는 주장이 흘러나왔다. 이상했다. ‘변호사 비용은 선임할 때 주는 게 아닌가?’ 의문을 가지고 있던 중 ‘국정원이 재판을 받고 있는 직원들의 변호사 비용을 대준 거 같다’는 첩보가 취재진에게 들어왔다.

유일하게 알고 있던 바로 그 변호인을 제일 먼저 찾았다. 관련 질문을 받은 변호인은 “국정원 직원들이 변호비를 모금해서 주느라 수임료를 뒤늦게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진실은 말 한마디로 그렇게 쉽게 가려지지는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변호사의 로펌에서 소송비용 내역을 확인해봤다. ‘2012년 12월 28일: 2200만원(입금주:7452부대)’ ‘2013년 2월27일:1100만원(입금주:7452부대)’ 팩트였다. 여직원 개인명의가 아닌 군부대 명의로 변호사 비용이 입금돼 있었다. 보도를 위해 국정원의 입장을 들었다. ‘국고 대납’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JTBC는 도대체 왜 그러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JTBC가 야당 편이라는 말일 것이다.
이제 누군가는 물을 것이다. 너는 어느 편이냐고. 그러면 주저 없이 대답할 것이다. 팩트 편이라고.

일년이 지났지만 ‘국가기관 대선개입 의혹’을 둘러싼 정치권의 소모적인 싸움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정치부 기자로서 안타까울뿐이다. ‘7452부대’로 국정원의 이름을 가리려고 했지만 댓글작업이 개인적 일탈만은 아니었다는 진실은 덮을 수 없었다는 점을 기억해 줬으면 한다. 정치권이 드러난 진실만이라도 겸허히 받아들이고 진정 국민을 위한 일이 무엇인지를 생각한다면 이 지루한 싸움도 이제 그만 끝낼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이 상을 받기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신 최상연 부장을 비롯한 정치부 선후배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JTBC 강신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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