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국 사장 "언론노조 탈퇴해야 단협 체결"
MBC노조 "헌법·노동법 상 권리 심각히 침해"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2013.10.14 11:57:50
김종국 MBC 사장이 MBC노조의 상급단체인 전국언론노조와 민주노총을 ‘정치세력’으로 규정하며 언론노조를 탈퇴해야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있다는 뜻을 밝혀 논란이 예상된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MBC노조)에 따르면 김종국 사장은 지난 8일 노사협의회에서 “조합이 소속돼 있는 언론노조, 그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엔 정치위원회가 있고 규약상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를 지향하는 정파적 정치성을 띈 만큼 조합과 공정방송을 논의하는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또 “단체협약 협상은 하겠지만 이 부분에선 뒤로 물러서거나 타협할 여지가 없다”고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에 대해 MBC노조는 14일 성명을 내고 “사실상 ‘단체협약을 다시 체결하고 싶으면 언론노조에서 탈퇴하라’는 협박을 한 것”이라고 성토했다. 노조는 “사장이 직접 이 같은 주문을 노동조합에 하는 건 헌법과 노동법이 보장하고 있는 노동자 ‘자기결정권’에 대한 심각한 침해”라며 “노동자 자기결정권을 심각하게 침해한 김종국 사장을 노동청에 고소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한편, 김 사장이 조합의 자기결정권을 인정하지 않는 이 같은 퇴행적 행태를 계속 보인다면 이를 저지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종국 사장이 노조에 대해 이 같은 인식을 드러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노조는 “(김 사장이) 일부 방문진 이사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노동조합의 언론노조 탈퇴 유도’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그 비루한 근거로 내세운 것이 이른바 ‘정치성’”이라며 “이후에도 자신이 위기에 처할 때마다 김 사장은 ‘언론노조와 연대하는 노조의 문제’를 수시로 제기해 보수 세력들 앞에서 자신의 선명성을 입증하는 도구로 활용해 왔다”고 비판했다.
이어 “노사관계의 가장 중요한 축인 단체협약이 다시 세워지고 있는 이 시점에서 김 사장이 이 같은 ‘전가의 보도’를 들고 나오는 저의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단협이 없는 지금 상황을 충분히 더 즐기고 내년 3월 사장 선임 국면에 또 다시 꺼내놓을 카드를 준비하는 것으로 단협 협상 자체를 활용하면서 MBC 구성원들을 우롱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취임사에서 밝힌 ‘공정방송을 지키겠다’는 의지가 진정성이 있다면 김 사장이 겨냥해야 할 것은 실체도 없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가 아닌 지금도 권력의 눈치를 보느라 여념이 없는 사내 보도·시사프로그램 책임자들”이라며 “MBC 2000여명 조합원들의 고민과 합의 속에 지속되고 있는 연대를 실체도 없는 ‘정치집단’으로 몰아붙이는 무도한 짓을 그만 그쳐야 할 것”이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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