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자 수 늘었지만 위상은 제자리"

여기자협회-관훈클럽 세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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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여기자협회와 관훈클럽이 공동 주최한 ‘미디어 변화와 여기자의 미래’에 관한 세미나가 지난 6일 제주도 서귀포 KAL호텔에서 열렸다.  
 
“한국 사회에서 여기자로 살아간다는 건 100미터 달리기로 마라톤을 하는 것과 같다.”

‘미디어 변화와 여기자의 미래’를 모색하는 세미나가 한국여기자협회와 관훈클럽 공동 주최로 지난 6일 제주 서귀포 KAL호텔에서 열렸다. 이번 세미나는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4단체가 여기자 문제를 놓고 처음으로 한 자리에 모였다는 점에서 의미를 더했다.


한국 최초의 여기자가 등장한 지 90년. 이후 한국 사회와 언론계가 많은 변화를 겪으며 여기자 수도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여기자협회에 따르면 9월 현재 중앙 언론사의 여기자 비율은 평균 23%로 10년 전에 비해 배 가까이 늘었다. 그러나 여기자의 수적 증가가 여기자의 위상과 언론사 조직 구조의 유의미한 변화로 이어졌는가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따라붙을 수밖에 없다.


‘젠더모델’과 ‘잡모델’을 중심으로 여기자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심재철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는 “아직 한국 언론은 성역할이 강조되는 ‘젠더모델’ 쪽에 가깝다”고 진단하며 “성역할 모델에서 능력 위주의 ‘잡모델’로 이행하는 과도기에 있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성역할에 대한 인식은 세대별로 달랐다.


‘언론환경 변화와 여기자’를 주제로 발제한 김진경 동아일보 지식서비스센터부장은 “여기자의 수적 증가가 젊은 여기자들의 여성의식(젠더의식) 약화로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후배 여기자들은 젠더의식에서 더 자유롭고 여성 의식을 내세우면 기자직 수행에 걸림돌이 되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여기자들이 보직에 진출하면서 다시 젠더의식이 강조된다는 지적이다. 최민영 국민일보 편집2부장은 “20년 동안 스스로 여기자임을 인식하지 못하고 기자생활을 했는데, 부장이 되고 보니 외부로부터 젠더모델로써 여성적 리더십을 요구받는 딜레마적 상황에 놓여 있다”고 밝혔다. 한윤정 경향신문 문화부장은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젠더모델이 다시 적용된다면서 “미디어 변화와 여기자 위상 변화가 함께 연구돼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정성희 여기자협회장은 남녀 기자의 ‘수적 균형’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토크니즘’(조직에서 상징적인 의미로 여성 관리인을 임명하는 것)의 단계를 넘어서 크리티컬포인트(임계점)까지 여성이 있어야만 유의미한 변화가 가능하다”고 말했다. 오태규 관훈클럽 총무도 “국·부장 등 주요 의사결정 구조나 편집·논설회의에서 여성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구조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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