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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자 한국일보 지면. | ||
한국일보가 단독 입수해 보도한 국정원의 ‘이석기 의원 녹취록’을 조선일보와 세계일보 등이 무단으로 사용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일보는 녹취록을 인터넷에서 발견하고 확인을 거쳐 보도했을뿐 한국일보가 입수한 것인 줄 몰랐다는 입장이다.
한국일보는 30일자 신문을 통해 “29일 한국일보가 A4용지 62쪽 분량의 내란음모 RO(Revolution Organization) 회합 녹취록을 단독 입수했다”며 회합 내용과 이석기 의원 발언 등을 공개했다. 하지만 조선일보와 세계일보 역시 30일자 신문에 국정원 녹취록을 입수했다며 2~3면에 요약본을 게재했다.
한국일보는 전날 온라인을 관리하는 한국아이닷컴의 실수로 녹취록 내용이 밤 9시쯤 약 20여분간 홈페이지에 공개되면서 이 같은 일이 발생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 녹취록 요약본은 MLB파크 불펜, 트위터 등 온라인 사이트와 SNS에 퍼져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일보는 이 과정에서 공개된 요약본을 조선일보와 세계일보가 무단으로 게재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일보 기자들이 녹취록을 복기하는 과정에 초기에 발생한 오탈자나 표기법 등이 두 신문에서 똑같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일보 인터넷판에 처음 공개된 녹취록은 남부 권역 토론 내용 중 이상호 경기진보연대 고문이 “통신 같은 경우 가장 큰 데가 혜화국이다.(중략)…수도권을 관통하는 혜화동하고 분당에 있는데 거기에는 쥐새끼 한 마리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전공형태가 돼야 되기 때문에…”라고 기록하고 있다.
한국일보는 ‘진공 형태’를 ‘전공형태’로 잘못 쓴 것으로, 이후 검토 중에 확인해 한국일보 지면에서는 바로 잡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공 형태’는 조선일보와 세계일보 각각 3면에 그대로 실려 있다. 한국일보 한 기자는 “‘전공 형태’는 실제 녹취록에 없는 표현”이라며 “급하게 내용을 정리하느라 ‘전공형태’로 잘못 표기했는데 조선과 세계가 한국일보 첫 보도를 베껴쓰면서 똑같이 실수를 저질렀다”고 밝혔다.
또한 그 바로 앞부분의 ‘통제하는 곳 이거를 파괴하는 것이’ 부분이 두 번 반복되는 것도 녹취록과는 다르다는 설명이다. 한국일보 기자가 정리하는 도중 두 번 써놓은 것으로 실제 녹취록에는 한 번만 언급된다고 밝혔다. 보도 내용에 있는 ‘신원미상남자’도 녹취록에는 없는 표현이라는 주장이다. 녹취록에 ‘미상남’이라는 표현을 한국일보가 자체적으로 해석한 것인데 이 역시 조선과 세계에 보도돼 있다.
한국일보는 세계일보와 조선일보에 유감의 뜻을 전달했다. 이에 세계일보는 보도 경위 등에 대한 해명을 전했다. 조선일보는 아직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세계일보는 “한국일보가 출처인 줄 알지 못했다”고 했다. 기자들이 인터넷 사이트에서 녹취록을 접한 후, 국정원 및 검찰 등에 일부 확인을 거쳐 사실에 부합한다고 판단해 보도했다는 설명이다. 세계일보 황정미 편집국장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한국일보 단독 입수라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며 “보도경위 등에 대해 한국일보 측에 충분히 설명을 했다”고 밝혔다. 조선일보 담당 책임자와는 연락이 닿지 않았다.
한국일보 이계성 편집국장 직무대행은 “정황상 언론들의 녹취록 요약본은 한국일보 것을 그대로 쓴 것"라며 “최소한 한국일보라는 출처를 밝혀줬어야 하는데 유감”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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