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야당에 명분 줘야 정국 풀린다"

[12일 아침 라디오 시사프로그램 브리핑]장하준이 보는 세계와 한국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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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말말말



“대통령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일국의 여왕을 알현하는 그런 식으로 느껴진다. 대통령의 소통이 서울 종로구 효자동 일번지에만 국한되서는 안된다.”
-노회찬 정의당 공동대표가 평화방송 ‘안녕하십니까 서종빈입니다’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대표와의 면담을 주저하는 것을 이해하기 힘들다며 한 말.

“(일본산 식품 수입) 전면금지가 옳습니다.”
-서균렬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최근 일본정부가 방사능오염수 300톤이 태평양으로 유입된 사실을 인정함에 따라 일본산 물이 들어간 식품의 수입 금지가 필요하냐는 질문에 답한 말.

“아직 답안지가 제출 안 됐기 때문에 학점을 줄 수가 없죠.”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북한 문제 등 너무 많은 사건이 있어 경제정책을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며 한 말.

“문재인 의원과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오히려 잘 하고 있는 거죠.”
-정치평론가인 홍성걸 국민대 교수가 KBS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서 문재인 민주당 의원이 장외투쟁 현장에 나서지 않는 것은 대선 불복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을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며 한 말.


“죽어서나 잊어버릴까 살아있을 때는 밤낮으로 생각나요.”
-1998년 이태원 살인사건의 피해자 고 조중필씨의 어머니 이복수씨가 SBS '한수진의 전망대'에 출연해 당시 유력한 용의자였던 아더 패터슨의 국내 송환이 결정된 후 억울하게 죽은 아들에 대한 심정을 묻자 한 말.


촛불정국이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여야 관계는 일촉즉발의 대립으로 전화된지 오래다. 국정원 사건으로 심화되고 있는 정국 해법에 대한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정치평론가인 김태일 영남대 교수는 KBS ‘안녕하십니까 홍지명입니다’에서 “국정원 국정조사 국면에서 민주당이 원내로 복귀하느냐 하는 문제는 1차적으로는 새누리당의 입장과 태도에 달려있다”면서 “민주당은 현재 촛불시위가 심상치 않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국민적 열망과 직접민주주의의 어떤 열정을 스스로 외면하기가 어려워 운신의 폭이 좁다”고 진단했다.

홍성걸 국민대 교수는 “박근혜 대통령이나 여당이 민주당이 회군할 수 있는, 국회로 돌아올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로서 야당을 돌아오게 하는 방법이라면 대통령-야당 대표의 양자회담도 한번쯤 고려해야 하는데 청와대로서는 야당에게 줄 선물이 지금 마땅치가 않다”고 분석했다.  



   
 
  ▲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10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가정보원 정치·선거 개입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대규모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촛불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결국 해법은 대통령과 야당 대표의 회담이라는 것이다. 김 교수는 “국정원 문제는 대통령 입을 통해서 풀 수밖에 없고 만나는 것에 대해서 대통령이 주저할 바가 없다”며 “과거 2005년, 2006년도 사학법 개정 투쟁 때도 역시 박근혜 당시 대표와 노무현 대통령이 독대한 적이 있다. 주저하다가 문제를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홍 교수는 “아직까지 국정조사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양자회담을 하더라도 대통령이 어떠한 입장을 피력할 수 있겠는가”라며 “국회가 국정조사에 최선의 노력을 다 해서 결과를 내놓고 그것이 미진하다면 대통령에게 요구하는 방식으로 가야 할 것”이라고주장했다.

청와대와 민주당이 직접 부딪히고 있는 와중에 새누리당의 존재감은 의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노회찬 정의당 공동대표는 평화방송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서 경색 정국을 풀기위한 새누리당의 역할을 강조했다.

노 대표는 “지금이 새누리당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기회”라며 “새누리당이 청와대에 직접하기 힘든 역할까지 나서서 감당하거나 풀어야 하는데, 청와대의 소년돌격대와 같은 일을 하다 보니 오히려 문제가 더 안 풀리게 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하준 "한국 경제, 중환자실에서 나온 수준"

세계경제의 전망이 불투명하다. 외부 의존도가 큰 한국 경제도 영향을 받는다.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들’ 등 경제 베스트셀러로 대중에게도 친숙한 세계적인 경제전문가 장하준 영국 캐임브리지대 교수의 경제 현안 분석은 그래서 주목된다.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세계 경제에 거품이 너무 많이 들어가 있다며 하반기 세계경제 전망을 “불안불안한 줄타기”라고 요약했다.

장 교수는 미국이 양적팽창을 중단하기는 쉽지 않을 거라고 분석했다. 미국이 돈을 빼면 무너지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 ‘실업률이 어느 정도 떨어지면 그때부터 죄겠다’고 하지만 그동안 양적팽창을 해서 경제에 억지로 거품을 집어넣은 것”이라며 “주가가 2008년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다시 회복을 했지만 경제 펀더멘탈(Fundamental)은 그때에 비해서 훨씬 안 좋은데도 주가가 올라있다는 건 대부분이 거품이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장 교수는 “세계 경제는 아직까지 외부적인 불확실한 요인이 많다”며 “중국이나 인도 같은 나라들이 급격하게 성장이 감소하고 있고, 그리스나 스페인 문제는 아직도 사실 근본적으로 해결된 게 없기 때문에 언제 또 터질지 모른다. 이런 불안요소와 겹치면서 거품이 꺼지기 시작하면 또다시 경기가 곤두박질 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불확실한 세계경제 속에서 한국 경제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 장 교수는 SBS ‘한수진의 전망대’에서는 한국 경제의 회복 수준을 “중환자실에 있다가 일반 병실로 나온 것”이라고 표현했다. 이유는 우리 경제가 외부 충격에 약하다는 것인데 특히 지나치게 경제개방도가 높은 점에는 우려를 표시했다.

장 교수는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경제 수준에 비해 지나치게 개방 돼있다”며 “하루아침에 다시 닫을 수는 없지만, 유동자금 흐름에 좀 더 강력하게 브레이크 걸 수 있는 장치들을 서서히 개발해야한다. 자본의 이동 속도에 실물경제가 따라가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본거래세, 기탁금제도 등의 방안을 소개하면서 “우리나라 경제정책 하시는 분들 입맛에는 너무 과하다고 생각할 것”이라면서도 “최소한 자본거래세는 유럽연합도 도입한다고 했고, 대부분의 나라들이 생각하고 있으니 우리도 그런 위험 노출을 줄여야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박근혜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평가는 유보하면서도 복지 확충은 힘주어 강조했다. 그는 “복지제도는 잘만 만들면 도리어 성장에 도움이 되고. 특히 지금 우리나라 상황에서는 그렇게 안 하면 경제의 활력이 점점 떨어진다”며 “여러가지 문제들이 복지로만 해결할 수는 없지만 복지제도와 같이 종합해서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복지 논쟁의 의제들에 대해서도 견해를 피력했다.

우리나라 복지가 이미 과하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우리나라 GDP 대비 공공복지지출이 10%가 채 안 된다. OECD 평균이 20%고, 높은 나라들은 30%가 넘는데 우리나라는 지금 OECD에서 멕시코 다음으로 꼴찌”라며 “멕시코는 사실 OECD에 들 수 없는 나라인데 미국이 NAFTA하려고 넣어준 것이니, 사실 OECD 국가 중 복지에서 제일 꼴찌라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보편적 복지 논란에 대해서는 “보편적 복지를 하지 않으면 수혜를 받는 사람들은 낙인이 찍히게 되고, 세금을 더 많이 내야 되는 중산층 이상에서는 ‘왜 우리는 아무 것도 받지않고 주기만 하느냐’고 불만이 생긴다”며 “복지 부담이 훨씬 더 큰 스웨덴, 덴마크에서 부자들이 복지제도 자체에 대해 큰 불만이 없는 건 더 많이 내기는 하지만 받을 건 받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증세 문제에 대해서는 “국민들이 시각을 바꿔야 한다. 그동안 정부에서 잘못 쓴 것도 있지만 세금이 길이고, 세금이 학교고, 세금이 탁아소이고 세금이 노후의 연금”이라며 “정부는 세금을 잘 쓰는 것을 보여주면서 서서히 증세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창조경제와 복지는 함께 가야 한다며 “창조경제는 첨단산업, 벤처기업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경제 전체가 창조적이 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복지제도를 잘 정비해서 젊은이들이 좀 더 진취적으로 직업선택하고 도전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새로운 것은 항상 실패의 위험이 따르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안전망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창조경제를 한다면서 복지를 후퇴시키는 것은 잘못됐다”며 비유를 들었다.

“자동차를 빠른 속도로 어려운 코스에서 몰기 위해서는 브레이크가 좋아야 되고, 또 사람들이 교통규칙을 잘 지킨다는 전제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 게 바로 복지제도란 말이에요. 그래야 빨리 몰 수 있는 거지, 만약에 브레이크 없는 차를 주면 카레이서들도 3, 40km 이상 운전을 못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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