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 특종에 씁쓸한 언론들
KBS '한 인터넷 언론' 표현…"사람 놓친 대가" 내부 비판도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2013.05.29 15:3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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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2일 오후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전국언론노동조합 대회의실에서 열린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공동취재 기자회견장을 가득 채운 언론사 기자들.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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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언론노조 회의실에서 열린 뉴스타파의 기자회견은 사뭇 기묘한 광경을 연출했다. 한 기자의 표현대로 “기자들이 기자를 취재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펼쳐졌기 때문이다. 전체 직원 28명에 불과한 작은 독립 언론이 제공하는 정보를 주류 언론들이 ‘받아쓰는’ 모습은 어쩐지 뒷맛을 씁쓸케 했다.
뉴스타파의 특종을 대하는 일부 언론의 보도 행태도 뒷말을 낳았다. 기자회견 당일 SBS는 저녁 메인뉴스에서 관련 소식을 톱기사로 보도했고, 다음날 주요 일간지 대부분도 1면 머리기사로 다뤘다. 그러나 KBS는 기사 본문에서 뉴스타파라는 사실을 밝히지 않고 “국내 한 인터넷 언론 매체”라고 표현해 “속이 좁다”는 비난을 샀다.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해당 기사를 각각 6면과 2면에 배치했는데, 동아는 표제와 부제에선 ‘뉴스타파’의 이름을 뺐다. 조선일보는 뉴스타파를 “좌파 성향의 독립 인터넷 언론”이라고 소개했다.
27일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한 재벌 총수 명단을 2차로 공개하자 SBS가 역시 메인뉴스에서 톱기사로 보도하는 등 대부분의 언론들이 이를 주요 뉴스로 배치했지만, MBC는 16번 꼭지에서야 관련 소식을 전했다. 주류 언론들의 이 같은 보도 행태에 대해 KBS 출신인 최경영 뉴스타파 기자는 트위터에서 “시기하고 질투해서 낮춰버리고 싶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반면 한 일간지 기자는 “ICIJ에서 제공한 정보이고, 현재로선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다고 해서 탈세를 했다고 단정할 수 없기 때문에 보도에 신중을 기하는 차원에서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
뉴스타파의 활약을 지켜보는 KBS와 MBC 구성원들의 속내는 좀 더 복잡하다. 지난 2월 KBS를 떠난 김용진 기자와 김재철 사장 퇴진 투쟁을 하다 해직된 최승호 PD가 뉴스를 통해 오랜만에 ‘친정’에 모습을 드러내자 반가운 한편 씁쓸하다는 반응이다. KBS의 한 기자는 “사람을 놓친 대가가 비극으로 돌아왔다”고 탄식했다.
뉴스타파 입장에서도 조세피난처 보도에 대한 언론의 관심이 아주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뉴스타파는 앞서 지난 17일 국정원 심리정보국 소속 직원이 대선에서 트위터를 통해 여론 조작을 했다는 사실을 단독으로 확인했지만, 기성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했다. 최경영 기자가 “닉슨 게이트에 버금가는 사건”이라고 한 이 특종은 여론의 외면 속에 빛이 바랬다.
이런 와중에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뉴스타파 ‘흔들기’는 계속 되고 있다. 방통심의위는 뉴스타파가 국내 언론 최초로 조세피난처 명단을 입수해 보도한 지난 22일 방송심의소위를 열어 뉴스타파에 대해 “등록된 언론사가 아니다”라는 이유로 회의장 촬영을 불허했다. 이날 방송심의소위에는 RTV를 통해 방송된 뉴스타파의 국정원 의혹 보도 등이 심의 대상으로 올랐는데 여당 측 위원들이 ‘객관성 위반’에 해당한다며 법정제재 의견을 제시해 논란이 예상된다. 뉴스타파에 대한 심의는 다음 전체회의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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