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찰 반응, 한국과 미국 '천양지차'
AP 대표 "헌법상 권리 심각한 침해" 항의
국내 언론사 대표 침묵 또는 "나도 피해자"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2013.05.22 14:4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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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정부가 AP통신 기자들의 통화기록을 비밀리에 입수한 사실이 드러나 정치적 위기를 맞고 있는 오바마 미국 대통령.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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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통신의 헌법상 권리에 대한 심각한 침해다. 사법기관의 통화 기록 입수는 어떤 조사 목적이라도 정당화될 수 없다. 수집된 정보를 반환하고 복사본도 폐기 처분하라.”
정당이나 시민단체가 발표한 성명의 한 구절이 아니다. 세계적인 통신사 AP의 개리 프뤼트 최고 경영자가 에릭 홀더 미 법무부 장관에게 보낸 항의 서한의 내용이다.
미 법무부가 뉴욕과 워싱턴, 하트퍼드 사무실, 공화당 기자실에 있는 AP통신 기자석 전화 2개월 간의 발신 기록을 비밀리에 수집한 사실이 AP 자체 보도로 밝혀진 이후의 조치였다. AP통신은 또 “오바마 대통령이 언론의 자유와 독립성이야말로 미국 민주주의의 핵심이라고 강조한 것이 불과 열흘 전”이라고 강력하게 비판했다. 또 “안보나 공익적 목적을 내세워 국가 기밀을 외부에 알린 인사나 언론을 기소한 사례가 6차례로 역대 정부 중 가장 많은 오바마 정부는 언론보도를 탄압해왔다”는 지적도 잊지 않았다.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 등 미국 주요 언론들도 오바마 정부의 ‘언론 사찰’ 의혹을 비중있게 보도하며 “제2의 워터게이트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심각성을 지적했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의 정치적 위기를 부르고 있는 ‘AP통신 사찰’ 사건은 우리나라 언론의 현실과도 여러 면에서 겹쳐진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한국에도 정부 기관이 언론사를 사찰했다는 사실이 폭로가 됐지만 해당 언론사 대표들의 반응은 큰 차이를 보였다. 회사 차원의 입장 표명도 없었다. 언론들도 이념 성향에 따라 온도차를 보였다.
지난해 3월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리셋 뉴스9’팀이 폭로한 국무총리실 공직윤리지원관실의 문건은 KBS, MBC, YTN 등 국내 대표적 방송사가 사찰 대상이었다는 내용을 포함해 큰 파문을 불렀다.
그러나 KBS, MBC는 사장을 비롯해 회사 측의 아무런 공식 반응이 없었다. 사찰 문건에 “현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 돋보이고 취임 1개월 만에 좌편향 방송 시정 조치를 단행한 배석규 직무대행 체제를 종식시키고 사장으로 임명해 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된 YTN은 사정이 좀더 심각했지만 배석규 사장이 일부 석상에서 “자신도 피해자”라고 언급한 것이 전부였다. 이후 YTN 간부들이 사찰을 주도한 공직윤리지원관실 조사관과 집중적으로 통화한 내역도 공개됐지만 YTN 내에서는 내부 진상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 3월 YTN 주총에서는 사원주주를 중심으로 관련한 내부 감사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경영진은 “업무 범위 밖”이라고 답변했다.
언론사를 포함한 민간인사찰은 4대강 등과 함께 이명박 정부의 ‘3대 의혹’으로 꼽히고 있지만 정부 교체 뒤에도 진상 규명의 움직임이 더딘 상태다. 국회에 설치된 민간인사찰 국정조사 특별위원회는 단 한차례 회의 뒤 개점휴업 상태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은 지난달 심재철 민간인사찰국조특위 위원장에게 촉구서한을 전달했지만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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