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동창회에서 나온 '폴리페서(Polifessor)' 논란

[독자 투고]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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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  
 
15일 저녁 열린 서울대 총동창회 정기총회 석상에서 현소환 전 연합통신(현 연합뉴스) 사장이 한 발언을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이날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행사 도중 현 전 사장은 긴급 발언권을 얻어 “강의도 빼먹고 정치에 치중하는 교수는 대학 발전에 도움이 안된다”, “특히 조국 교수같은 폴리페서는 서울대 명예를 위해 추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조 교수가) 강의도 빼먹고 연합뉴스 노조 농성장에 나타났다”고도 했다.

처음 그가 ‘폴리페서’ 운운할 때 상당히 기대했다. 서울대 교수 중 정권에 부역하거나 음으로 양으로 정권 언저리를 기웃거리면서 한 자리 하려는 이들이 얼마나 많은가. 원로 언론인께서 이들을 준열하게 질타할 줄 알았다. 그런데 느닷없이 ‘조국’이라니!

법학전문대학원 소속의 조 교수가 정치와 사회활동(정확히는 시민운동)에 적극적으로 관여한 것, 맞다. 하지만 그는 정계나 관계 고위직을 얻으려 하거나 얻지는 않았다.

문제는 현 이사장이 두 가지 엄청난 실책을 범했다는 것이다. 우선 기자의 기본 수칙인 팩트 체크를 하지 않았다. 조국 교수가 강의를 빼먹었는지 알기 위해 18일 오후 그에게 전화를 넣었다. “강의는 교수의 본분 중 본분인데 어찌 제가 빼먹겠습니까.” 대학본부도 조 교수가 불필요한 휴강을 한 적이 없음을 확인해 주었다.

다음, 그는 이른바 보수 성향 교수들의 폴리페서적 행태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하지 않았다. 서울대엔 문사철(文社哲), 수물화(數物化)를 막론하고 수다한 폴리페서들이 포진하고 있다. 이들은 강의 빼먹는 것은 차치하고 몇 년씩 휴직을 하면서 정치권에 몸담고 있는 사례가 허다하다. 그리곤 거의 예외없이 현업으로 복귀하곤 한다.

대학 교수는 통상 일주일에 6시간 강의를 하고, 나머지 시간은 연구 등 학술활동이나 기타 전공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 활동을 자유롭게 할 수 있도록 보장돼 있다. 그런데 현 이사장은 조 교수가 자신의 영달을 위해 교수로서의 직분을 저버린 파렴치한인 것처럼 몰아갔다. 또 2009년 MB정권에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에 취임한 현 이사장은 후배인 연합뉴스 노조원들이 풍찬노숙했던 사유를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것이다.

현 이사장은 폴리페서의 정확한 의미부터 곱씹었어야 했다. 수고를 덜어드리기 위해 ‘폴리페서’의 정확한 뜻을 풀어드리겠다.

‘폴리페서(polifessor)=정치(politics)와 교수(professor)의 합성어. 정치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어 자신의 학문적 성취를 정책으로 연결하거나 그런 활동을 통해 정계(政界)나 관계 고위직을 얻어 입신양명하려는 교수를 일컫는 신조어다.’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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