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경제전문기자, 한국의 경제를 해부하다

'절벽에 선 한국경제' 펴낸 송희영 조선일보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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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희영 조선일보 논설주간  
 
한국경제는 1997년 불어 닥친 경제위기를 자기반성·개혁의 기회로 삼기보다는 외부 충격을 막을 방안을 궁리하는데 골몰했다. ‘IMF 외환위기’란 작명 역시 국가 위기를 IMF가 조장했다는 해석을 내포하고 있다. 때문에 재벌 개혁, 비정규직 문제, 빈곤층 확대, 청년 백수 등의 문제가 차츰 누적됐다. 그 결과 지난해 대선에서는 이에 따른 불만이 터져 나왔다.

송희영 조선일보 논설주간은 책 ‘절벽에 선 한국경제’를 통해 우리 경제의 대대적인 체질개선을 요구했다. 송 주간은 4일 인터뷰에서 “이제 결단을 내리고 행동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30년 넘게 경제전문기자로 활동하면서 한국경제를 바라본 송 주간은 재벌개혁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송 주간은 “삼성그룹의 매출액을 합치면 한국 국내총생산(GDP)의 30%를 넘는다”며 “국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커졌다. 삼성이 흔들리면 나라 경제가 혼란에 빠져들 수도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송 주간은 건국 이래 65년간 지켜온 ‘성장의 법칙’과 ‘분배의 공식’을 바꿔야 한다고 역설했다. “삼성이 앞으로 200년, 300년 생존하고 싶다면 그룹을 분할해야 한다. 정부나 정치권이 손대기 전에 스스로 분할 경영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모든 계열사를 오너 혼자 절대적 권한을 갖고 통제할 것이 아니라, 일부 계열사는 전문경영인과 사원들이 독자 경영하며 이익을 분배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줄 때가 됐다.”

이처럼 재벌개혁을 역설하는 것은 IMF이후 지난 15년 간 비정규직이 양산되는 등 한국의 새로운 신분계층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송 주간은 △신흥귀족인 공무원 계층 △정규직 계층 △비정규직 계층 △기초생활자 및 실업자 등 하층민 계층으로 구분했다. 송 주간은 “노동개혁이 늦춰지고 박정희 시대에 만들어놓은 고도성장 틀에서 계속 크다보니 결국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재벌개혁의 대상도 너무 넓게 잡기보다는 5대 그룹 정도로 좁히고 오너의 전횡을 견제하는 일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금 총수보다 이전 창업주의 불법과 비리가 훨씬 많았다. 그렇지만 창업주는 국가가 일어서는 과정에서 일자리를 만들고 국가에 헌신했다. 공헌한 게 더 많다는 것 때문에 사회로부터 용서를 받았다. 2~3세 총수들이 깨닫지 못하고 있다. 그게 안타깝다.”

일본 제지회사인 다이오제지그룹은 2007년 6월 창업자 손자가 CEO에 취임한 후 주식선물 거래와 외환 거래에서 큰 손실을 봤다. 카지노에서 탕진한 돈도 수십억엔에 달했다. 이에 전문경영인들이 특별조사위원회를 발족시켰고 창업자 일가를 경영에서 손을 떼게 했다. 송 주간은 “지금처럼 총수들의 과욕이 지속되면 일본처럼 ‘무혈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재벌개혁과 더불어 지난 대선의 화두였던 복지국가 건설도 중요하다. 경제기획원을 출입하며 10번의 예산안 편성을 직접 살펴본 송 주간은 “국가예산 324조원 가운데 최소 10%는 아껴 복지예산으로 충당할 수 있다”면서도 “우리사회에서 증세를 감당할 수 있는 계층이 존재하는 만큼 증세를 통한 재원마련도 병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송 주간은 후배 기자들에게 “뉴스를 따라가지 말라”고 조언했다. “기자는 최소한 뉴스를 앞서가거나 최소한 같이 터뜨리면서 가야한다. 요즘 뉴스를 보면 쫓아다니는 데 더 열중한다. 기자가 뉴스 생산자가 될 수 있는 걸 과소평가하지 말고 주도해야 한다.”

한편 송 주간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회장에 내정돼 6일 총회에서 공식 선출된다. 원성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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