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기자들은 지금 '신천교육대'에

대기발령→정직→교육명령 '징계 3종 세트'
방문진 '교육 철회' 요구에 "원칙 따른 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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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송파구 신천역에 위치한 MBC 아카데미에 입소한 파업참가자 100여명이 모여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MBC 노조 제공)  
 
MBC 파업 가담자들에게는 징계와 관련한 일종의 공식이 존재한다. 대기발령→정직 징계→교육명령 순서로 진행된다. 파업이 한창 진행 중이던 지난 6월에는 해당 직무를 없애는 대기발령을, 파업이 끝날 무렵에는 정직 ○개월의 징계가, 그리고 징계가 끝난 뒤에는 MBC 아카데미에 3개월 동안 강제 ‘교육 명령’을 보내는 ‘징계 3종 세트’가 존재한다.

MBC가 지난 17일자로 3개월 정직을 받은 7명과 1개월 정직을 받은 1명 등 총 8명에 대해 이날 정직 징계가 끝나자 곧바로 교육명령 조치를 내렸다. 7월 업무 복귀 이후 3차례에 걸쳐 교육명령 조치를 내려 대상자는 95명으로 늘어났다. 

교육생들 사이에는 서울 송파구 신천역에 위치한 ‘MBC 아카데미’를 신천교육대 혹은 ‘김재철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부른다. 전두환 정권 시절 사회교화 명목으로 운영되던 ‘삼청교육대’나 독일 나치정권 시절 독재자 히틀러가 지시해 만든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연상케 한다는 것이다. 교육생들은 자조 섞인 목소리로 “나의 살던 고향은 신천교육대”라며 동요 ‘고향의 봄’을 개사해 부르기도 한다.

이번 교육명령 대상자에는 김세용 앵커와 최일구 앵커, 양동암 영상기자회장, 강재형 아나운서, 김재영 PD, 이춘근 PD 등이 포함됐다. ‘뉴스와 인터뷰’ 앵커이자 주말 뉴스 편집 부국장을 겸하고 있는 김세용 부국장은 보직을 사퇴하고 파업에 참가한 바 있다. 최일구 앵커 역시 지난 2월 파업에 참여해 정직 3개월 징계를 받고, 교육명령에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입소시기에 따라 자체적으로 1반, 2반, 3반으로 나눠 부른다. “위계질서가 엄격하다”며 온라인 공간에서 농을 나누기도 하지만 초반에는 교육내용으로 마찰을 빚기도 했다. 모 대학교수가 신천으로 쫓겨 온 교육명령자들을 상대로 “종합편성채널을 열심히 봐야 된다”고 말했다가 거센 항의를 받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브런치 교육’이 논란이 되자 MBC 아카데미 측에서 강의를 없앴다.

울분은 교육 시간 이후에도 계속된다. 주중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진행되는 강의가 끝나면 술집이 즐비한 신천역 부근을 배회하며 음주를 하는 MBC 기자들이 목격되기도 한다. 회사 근처인 여의도에서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우리 뉴스가 왜 이렇게 망가졌냐”며 한탄하는 목소리로 가득하다. 한 종합일간지 편집국 간부는 “신천에서 교육을 받고 있는 MBC 선배 한 분이 잔뜩 취해 여의도를 배회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지난 18일부터 교육에 합류한 김세용 전 앵커는 “김재철 사장에게 저항하는 인물로 찍힌 사람들이 모두 각 분야에 전문성이 있는데 대선국면에서 보도에 발을 못 담그게 하려고 분리를 시켜놨다”며 “MBC가 빨리 정상화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8년 ‘광우병 쇠고기 파동’ 당시 정부 기자회견에서 당국자들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던져 ‘광우병 용자’로 불렸던 임명현 기자는 대기발령, 정직1개월을 거쳐 지난 8월20일에 ‘신천교육대’에 입소했다. 두 달 동안 30권 가까운 책을 읽으며 마음을 다스리고 있다.

임 기자는 “올해는 국회의원 선거도 있어 초선의원들도 국회에 많이 진출했고, 대선도 있어서 밖에 재미있는 소식들이 많은데 교육만 받고 있어서 답답하다”며 “그렇다고 마냥 술만 마실 수는 없고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내 멘탈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고 말했다.

MBC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는 지난달 6일 이사회에서 이 같은 교육명령 철회를 촉구했다. 여권추천 김충일 이사는 김재철 사장에 대해 “당신도 기자를 했지만 중견기자들한테 그런 걸 시키면 누가 좋아하겠냐”면서 “굉장히 유치한 짓이고 감정을 자극하는 일”이라며 교육명령 중단을 촉구했다.
이에 대해 MBC 홍보부 관계자는 “원칙에 입각해 조치를 취한 것”이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했다. 원성윤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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