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문제는 공영방송 정체성"
'북한 어린이 돕기 음악회' 취소 등 크고 작은 시비 잇따라
장우성 기자
jean@journalist.or.kr
2012.09.19 15:06:27
이길영 이사장의 부적격 논란으로 대립이 계속되고 있는 KBS에 크고 작은 방송 시비까지 잇따르고 있다.
‘북한 어린이 돕기 음악회’ 무산을 비롯해 KBS N의 KBS 조이 ‘XY 그녀’ 방송보류 결정, 드라마 ‘차칸 남자’ 제목 논란 등 이 달 들어 KBS는 계속 시비에 얽히고 있다. 이는 궁극적으로는 공영방송의 역할 범위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부족하기 때문에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KBS는 17일 서울 상암동 월드컵 평화광장에서 열리는 ‘북한 어린이 돕기 평화와 나눔의 음악회’를 특별 생방송할 계획이었으나 취소하면서 일이 벌어졌다. KBS는 실무 준비를 마친 개최 일주일 전에 “국내에도 태풍 피해로 수재민이 발생했는데 북한 돕기 행사를 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여론 때문”이라며 중계를 백지화했다.
이에 전국언론노조 KBS본부는 성명을 내 “최근 남북 간에 대북 수해 지원이 논의되다가 지원품목 등에 대한 견해 차로 대북지원이 무산된 것이 KBS의 북한 어린이 돕기 방송 무산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있다”며 “기아에 허덕이는 북한 어린이를 돕는 것은 어떤 정치적 상황과는 별개로 추진돼야 하는 인도적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민주통합당도 “KBS가 갑자기 ‘국민적 합의부족’과 ‘정부 협조’를 내세워 일방적으로 방송을 취소한 것은 정부 관련 부처가 KBS에 부당한 압력을 가한 의구심이 있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이번 논란은 김인규 KBS 사장이 ABU 회장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해 런던올림픽 중계권 부여 합의를 이뤄낸 것과도 모순되는 일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KBS N이 운영하는 KBS조이의 ‘XY 그녀’는 보수적 학부모단체, 종교단체의 거센 반발로 방송이 보류되자 역비판이 일고 있다. 학부모·종교 단체들은 국내 최초의 ‘트렌스젠더’ 토크쇼인 이 프로그램에 대해 “미풍양속을 해치고 청소년 성 정체성을 혼란시킨다”며 반대했으나 이제는 방송 보류 결정이 “사회 다양성을 반영하고 인권을 보호해야 할 공영방송의 임무에 역행한다”는 비판에 부딪혔다. 민주통합당 진선미 의원 등은 “KBS는 방송법에 의해 상대적으로 소수이거나 이익추구의 실현에 불리한 집단이나 계층의 이익을 충실하게 반영해야할 책무가 있다”며 방송 보류 결정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성적 소수자에 대한 우리 사회 시각차가 공영방송이 운영하는 케이블PP에까지 불똥이 튄 사례라는 지적이다.
한글단체들이 가처분 신청까지 내는 반발 끝에 이미 방송까지 내보낸 드라마 제목을 바꾼 수목드라마 ‘착한 남자’ 논란도 연예계 뉴스를 한동안 장식했다. 드라마 제목의 ‘시적 허용’을 인정할 것인가 공영방송으로서 한글의 올바른 표기가 먼저인가가 쟁점이 됐다.
한 지상파 방송사 관계자는 “KBS의 이런 논란들은 결국 정치·사회적 의견대립에 흔들리는 공영방송의 정체성 혼란에 관련된 것들”이라며 “정치적 입장 차이를 아우를 수 있는 공영방송의 정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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