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까지 이른 언론사 후계 경영…그들은 누구인가

한국 언론의 경영권 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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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5세대 경영수업’, SBS도 승계 완료
소유·경영권 미분리…회사 영향력 절대적


특정 사주 일가가 소유권을 가진 언론사는 의외로 많다. 전국 단위 일간지만 해도 익히 아는 ‘조·중·동’ 외에 한국일보, 국민일보, 세계일보가 여기에 속해 전체의 절반이 넘는다. 경제지에서는 매일경제, 방송사에서는 SBS가 대표적이다. 중소 일간지와 지방지로 가면 그 비율이 더 높아진다. 이 언론사들의 특징은 사주 일가가 소유권과 함께 경영권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언론사들의 역사가 길어지면 경영권 승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그동안 경영권 승계가 이루어진 언론사는 동아일보, 조선일보, 중앙일보, 한국일보, SBS 등 5개사다. 이 가운데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벌써 설립자로부터 4세대 승계가 이루어졌고, 중앙일보는 3세대 승계가 진행되는 과정이다. 경영권 승계의 역사로 따지면 언론사들이 오히려 삼성과 현대 등 재벌들보다 오래된 셈이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되지 않은 이들 언론사에서 기자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관심사 가운데 하나는 사주 일가의 동향과 경영권 승계 문제다. 사주의 의사결정에 따라 회사에 큰 변화가 일기도 하고, 승계를 거치며 회사가 흥하기도 하고 쇠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 동아일보 김재호 사장  
 
동아, 김성수~김재호 4세 경영

동아일보는 2008년 3월 김재호 대표이사 사장 취임과 함께 4세대 경영권 승계를 완료했다. 이에 앞서 그해 2월 말 김 사장의 아버지인 김병관 명예회장이 별세한 직후였다. 동아의 경영권은 그동안 설립자인 김성수로부터 김상만-김병관-김재호로 이어졌다.

1964년생인 김 사장은 1995년 동아에 입사한 후 편집국 기자, 사장실장, 경영담당 전무, 대표이사 부사장을 맡으며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고 김 전 명예회장이 식도암 진단을 받고 투병생활을 시작한 2006년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승진하면서부터 사실상 신문사 경영을 맡았다.

김 사장은 취임 후 과거에 누렸던 동아의 전성기 회복이라는 과제를 안고 경영에 매진해 왔지만 평가는 아직 유보적이다. 동아의 한 중견기자는 “신문시장이 어려운 것이 큰 원인이겠지만 아직도 동아는 명확한 비전이 없고 뚜렷한 경영성과도 없다”며 “이런 점이 기자들도 그렇고 경영자로서도 답답한 부분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사장은 2010년부터 한국신문협회 회장을 맡고 있으며 지난 5월에는 고려대 재단인 고려중앙학원 이사장에 선임되기도 했다.



   
 
  ▲ SBS 윤석민 부회장(뉴시스)  
 
SBS, 윤석민 부회장 2세 경영

가장 최근 경영권 승계가 이뤄진 언론사는 SBS다. SBS는 설립자인 윤세영 명예회장이 지난해 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외아들인 윤석민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에게 경영권이 승계되었다.

이 과정이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윤 부회장은 1996년 SBS 기획조정실장에 임명된 이래 SBS 정착을 시도했지만 노조의 ‘세습경영’ 반대에 부딪혔다. 이후 자회사인 SBSi 대표이사를 거쳐 2009년 지주회사인 SBS미디어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에 취임했으며 아버지가 물러난 지난해부터 경영 전면에 나섰다.

올해 초 SBS 노조위원장을 지낸 최상재 전 언론노조 위원장에게 대기발령 조치를 내리면서 노사 관계가 위기에 빠지기도 했다. 그러나 대기발령을 전격 철회해 국면이 극적으로 전환됐고 여기에는 윤 부회장의 의중이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이후 사상 처음으로 노조 집행부와 만남을 갖는 등 일단 노사 화해 분위기에 접어들었다.

경영 일선에 나선 지 2년째여서 경영자로서 본격적 시험대는 이제부터라는 지적이다. SBS 일부에서는 윤 부회장이 지상파인 SBS의 공공성 문제에 어떤 자세를 취할지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 보도국 미래부를 강화해 SBS가 국가적 의제 설정에 역할을 하는 데 열의를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인 평을 받고 있다.

1964년생인 윤 부회장은 직원들 사이에서는 ‘윤부’로 불린다. 학부에서 화학을 전공해 석사학위까지 받은 뒤 하버드대 MBA에서 경영수업을 받은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이공계 출신답게 매사에 원칙적인 일 처리를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에게는 연령과 직위에 상관없이 경어를 깍듯이 사용하며 간부들의 발언을 일일이 기억할 정도로 기억력이 좋아 간부들이 회의 때마다 긴장한다고 한다.



   
 
  ▲ JTBC 홍정도 전무  
 
중앙, 홍정도 전무 후계 가시화

중앙일보는 홍석현 회장의 장남인 홍정도 JTBC 전무에게로 3세대 경영권 승계가 진행 중이다.
1977년생으로 2005년 5월 중앙일보에 입사한 홍 전무는 전략기획실 차장, 부장을 거쳐 2009년 1월 전략기획담당 이사로 승진하며 임원이 됐다. 2010년 1월 상무(전략기획실장)로, 지난해 4월 지원총괄 전무 겸 중앙미디어네트워크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초고속 승진했다.

그리고 올해 1월1일자로 JTBC 전무로 자리를 옮기며 JTBC 경영 전반을 관장하게 됐다. JTBC 한 관계자는 “본사 최고운영책임자로 JTBC 개국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홍 전무가 JTBC에 주력해 방송을 본격적으로 챙긴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재 본사인 중앙미디어네트워크와 신문에서는 공식 직책이 없다.

하지만 신문산업에 대해서는 확고한 시각을 갖고 있다. 그는 세계신문협회가 발행하는 격월간지 ‘아시안 뉴스페이퍼 포커스’와 한 최근 인터뷰에서 “신문시장이 하락세지만 신문은 반드시 생존할 것”이라며 “온라인에서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야 하고 유료화 전환이 필요하다. 이에 신문산업계 전반의 협조와 합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전무는 미국 웨슬리언대를 졸업하고 스탠퍼드대에서 MBA 학위를 받았다. 2010년 3월 세계경제포럼(WEF)이 선정해 발표한 2010년 차세대 리더(Young Global Leader) 197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홍 전무는 외국에서 오래 공부한 영향으로 사고가 유연하며 평소 편집국·보도국 기자 등 직원들과 격의 없이 어울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선, 방준오 부장 경영수업 중
조선일보 방씨 일가의 경영권은 방응모로부터 방일영-방우영을 거쳐 방상훈 현 사장까지 4대째 이어져 있다. 방 사장의 장남 방준오씨가 경영기획실 총괄부장으로, 차남 방정오씨가 뉴미디어실 부실장 겸 TV조선 콘텐츠제작본부 부국장으로 근무하고 있어 5세 경영체제가 열릴지 주목된다.



   
 
  ▲ 매경 장승준 상무  
 
1974년생인 방준오 부장은 2003년 10월 편집국 수습기자로 조선일보에 입사했다. 이듬해 7월 워싱턴지국으로 발령받아 3년 정도 일했고 이후 도쿄 지국을 거쳐 2009년부터 경영기획실에 근무하고 있다. 연세대를 거쳐 미국 콜드웰컬리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조선 한 관계자는 “방 부장은 경영전반에 대한 관리, 신문산업의 미래전략, 회사의 마케팅 전략 등 조선일보와 계열사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며 “현재 경영수업을 받는 과정이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방상훈 사장의 차남 방정오씨는 2006년 4월 조선일보 총무국에 입사해 경영기획실 멀티미디어팀장, 미디어전략팀장으로 있으면서 크로스미디어 ‘Our Asia’, ‘천국의 국경을 넘다’ 등의 기획·제작을 총괄했으며 스크린신문 ‘아이리더’ ‘아이패드 앱’ 개발 등 뉴미디어 관련 사업을 맡아왔다. 현재 직급은 차장급이다.

매일경제 장대환 회장의 장남 장승준씨는 매일경제·MBN 상무이사를 맡고 있다. 1981년생인 장 상무는 2007년 경영기획실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2010년 10월 기획담당 이사로, 다시 올 1월 상무이사로 승진했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학부를 마치고 뉴욕대에서 경제학 석사를 받았다.

매경 한 관계자는 “아직 배우는 입장이라 정중동 행보를 보이고 있다”면서 “기자협회 축구대회, 사내 행사 등에 얼굴을 보이며 소통의 폭을 넓혀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선-중앙 후계작업‘스타일 다르네’

조선일보와 중앙일보는 최고경영자의 경영스타일 만큼이나 경영권 승계 과정도 차이가 난다.

중앙 홍석현 회장이 아들을 초고속 승진시켜 경영전반을 관장하게 한다면 조선 방상훈 사장은 아들을 중간 관리자로 앉혀 밑바닥부터 다지게 하는 스타일이다.
홍 회장의 아들 홍정도씨는 2005년 입사 후 3년 여만인 2009년 임원으로 승진해 일찌감치 후계자 승계 작업에 돌입했다.

반면 방 사장의 장남 방준오씨는 2003년 수습기자로 입사한 후 워싱턴과 도쿄 지국을 거쳐 2009년부터 지금까지 경영기획실에서 부장으로 일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앙에서 홍정도씨는 공인된 후계자지만 조선에서 방준오씨는 아직까지 비공인이다. 나이는 방준오씨가 홍정도씨보다 세 살이 더 많다.

여기에는 조선의 복잡한 지분관계가 작용한다는 분석이다. 중앙의 경우 홍석현 회장이 절대적인 지배력을 행사하기 때문에 후계구도 가시화에 걸림돌이 없지만 조선의 경우 방상훈 사장 외에 숙부인 방우영 명예회장의 지분과 영향력이 존재해 본격적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을 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방상훈 사장의 두 아들뿐만 아니라 방우영 명예회장의 아들 방성훈씨도 현재 스포츠서울 대표이사로 조선미디어에 적을 두고 있다.

조선 한 기자는 “방준오 부장을 승진시켜 후계작업을 본격적으로 해야 한다는 간부들도 있지만 여기에 침묵하는 이들도 있다”며 “방 사장이 무리하지 않는 데는 이런 이유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대호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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