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곡어법은 본질 흐리게 해"

정규재 한국경제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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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론 프로그램에 나가기가 점점 싫어진다. 늦은 밤에 환한 조명을 켜놓은 스튜디오에 나가 이마를 찌푸리는 일이 뭐 좋겠는가. 어떤 때는 삼류 정치꾼들이 노는 자리에 앉아 있는 게 아주 불쾌하다. 거짓말로 선동하는 자들의 얼굴을 쳐다보며 상대하는 것도 짜증난다.”

역시 그는 거침이 없었다. 정규재 한국경제신문 논설실장은 요즘 뜨는 보수논객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토론 프로그램에 출연하는 날이면 인터넷과 SNS가 뒤집어진다. “직구왕 규재갑(甲), 명불허전 정규재”라며 그를 칭송하는 편과 “역시 뱀의 혀, 보수꼴통”이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편으로 나뉜다. 정규재 실장은 말을 돌려하는 법이 없다. 지난 7일 한경 정규재TV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나 ‘독설가’라는 비난이 따르지만 강한 언어를 버리지 않는 이유를 들어봤다.

정규재 실장은 “대중이 진실에 직면하게 하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누군가가 조사 결과가 나온 적도 없는 광우병, 낡은 주자학적 사고인 경제민주화 등에 대해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대중에게 전하며 허위의 굿판을 벌이는데 이에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그 사람 체면을 생각해 우회적으로, 점잖게 잘못을 지적하는 건 좋은 방법이 아니다. 진실에 직면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진실을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독설이라고 생각한다.”

그는 에둘러 표현하는 것에 대해 심한 거부감을 나타냈다. 아닌 건 아니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고자 하는 말의 의미가 가장 정확하게 전달될 수 있는 단어를 선택해야 한다. 이를 테면 종북이면 종북이지, 북한의 사정을 이해해주는 사람 등으로 돌려 표현하면 본질에서 벗어난다. 완곡어법은 본질을 흐린다.”

거침없는 그는 ‘쿨’한 면도 있었다. 그를 향한 비판에도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을 욕하며 몰아세우는 사람들을 보면 딱하기도 하다고 했다. “정규재 욕하는 게 취미인가. 그렇게 즐거운 일이 없나”라고 말했다. 그의 쿨한 대응은 지난해 한 토론프로그램에서도 드러났다. 시골의사로 알려진 박경철씨가 “뱀의 혀로 대중을 현혹시키는 사람들은 없어야 한다”고 말하자 “뱀의 혀는 제 혀를 말하는 겁니까”라며 자신의 혀를 가리켜 분위기를 반전시켰다.

‘전경련 대변인’이란 비판은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고 묻는 말엔 “아, 재벌의 앞잡이라는 거죠?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목숨 걸고 일하며 회사를 세계적으로 키워가는 사람들을 대변한다는 건 좋은 일 아니겠어요. 정치권력의 앞잡이보단 훨씬 낫네요”라며 웃어보였다. 그는 안티들의 욕설 섞인 이메일에 일일이 답장을 한다고 했다. “도저히 같은 인격체라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내가 답장을 보내면 내 의견과 논리를 인정하게 되기도 한다.”

정규재 실장은 요즘 팟캐스트 방송 정규재TV로 화제의 중심에 섰다. 지난 1일엔 ‘생각 없는 안철수 생각’이란 제목의 방송에서 안철수 원장을 도마에 올렸다. 안 원장의 신간 책장을 넘기며 “짜증이 나네요”라는 말을 서슴없이 하는가 하면 “무식한 좌빨들이 맘대로 지껄여놓은 걸 안 교수가 대학교 1학년처럼 따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안철수를 지지하는 젊은이들은 실망스럽겠지만 그들에게 진실을 보여줘야 할 의무가 있어서 비판에 나섰다”며 열변을 토했다.

그는 “나는 꼰대가 아니다. 젊은사람들과 만나는 자리가 재미있고 좋다. 늙은 종북꼰대들이 진짜 꼰대다”라며 끝까지 ‘센 말’로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양성희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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