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이들이 피하는 고단한 직업, 기자

[언론다시보기] 주정민 전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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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정민 전남대 교수  
 
기자는 한때 젊은이들이 가장 선호하는 직업 중 하나였다. 날카로운 글로 사회의 어두운 구석을 파헤칠 수 있고 글로써 세상의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는 매력이 있었다. 사람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창의 역할을 통해 사건과 사고를 규정하는 매력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 기자가 이제는 젊은이들이 피하는 힘들고 고단한 직업이 되고 있다. 1990년대 시작한 신문의 쇄락이 점차 언론매체 전반으로 확산되면서 기자라는 직업도 함께 인기를 잃고 있다. 기자에 대한 선호도는 시간이 지날수록 계속 뒤로 밀리고 있다.

언론사 경영이 어려워져 인원을 감축하면서 한 명의 기자가 감당하는 일의 양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예전에는 사건 하나를 취재하여 보도하면 하루의 일과가 끝났지만 이제는 하루에도 여러 개의 기사를 써야 하고, 이미 보도한 기사도 인터넷 보도를 위해 끊임없이 보강 취재를 해 새로운 기사로 공급해야 한다.

언론매체의 증가로 정보의 희소성이 약화되면서 기사의 사회적 파급효과도 약화됐다. 기자들은 자신이 쓴 기사의 위력과 영향력을 실감할 수도 없다. 힘들게 취재하여 보도하지만 이전과는 달리 수많은 정보에 묻혀 기사의 존재조차 발견하기 어려운 경우도 허다하다. 그래서 기자들의 직업만족도와 자긍심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

취업전쟁으로 여전히 주요 언론사의 신입기자 충원에는 많은 젊은이들이 몰려들고 있지만 실제로 기자가 된 이후에는 다른 직업으로 이직하는 경우도 매년 늘어나고 있다. 주요 언론사 기자로 입사했다가 안정적이라는 이유 하나로 공무원이나 공공기관으로 옮기는 경우도 많다. 과거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일이 기자라는 직업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기자의 보수는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몇몇 언론사를 제외하고는 우리나라 직장인의 평균 월급에도 훨씬 못 미치는 급여를 받고 있어 생활이 어렵다. 일부 기자들은 월급을 제때 받는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그러다 보니 노후대책과 같은 복지는 꿈꿀 수도 없다.

문제는 기자의 근무환경의 악화와 직업만족도 하락이 우리 언론의 저널리즘 기능 축소로 이어지고 있다는 데 있다. 기자들의 저널리스트로서 소명의식이 희미해지고 있고 사회 감시자로서의 역할에 대한 의무감도 약화되고 있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기사를 써야 하거나 기계적으로 기사를 쓰는 경우도 늘고 있다.

기자의 사회적 역할이 위축되면서 사회 공기로서 언론의 역할이 축소되고 나아가서는 기사의 공정성과 객관성, 그리고 여론의 다양성을 훼손하여 민주주의를 위협할 지경이다. 기자를 비롯한 언론인의 근무환경 개선과 업무만족도를 높이지 않으면 우리 사회 공공영역의 한축이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까지 드는 것이 현실이다.

기자들이 최소한의 자존심을 지키며 여론 환기자로서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근무환경을 개선하는 등 복지증진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렇지만 기자들의 복지문제는 언론사의 수익과 직접 관련이 있어 경영이 어려운 언론사는 스스로 종사자의 처우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매체 간 경쟁의 증가로 대부분의 언론사가 생존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에서 종사자의 근무환경과 복지에 신경 쓸 여력이 없다.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없는가? 절망적이지만 뚜렷한 해결방안이 없다. 경제가 활성화되어 언론사의 경영상태가 호전되는 것을 기대할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손을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공공영역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을 경우 정부 개입과 지원이 불가피하듯이 기자의 정상적인 보도활동을 비롯한 언론 기능과 역할이 약화되지 않도록 지원책이라도 마련해야 한다. 지역신문을 회생하기 하기 위해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만들어 투입했듯이 언론인공제회와 같은 제도를 만들어 최소한의 복지를 보장하는 지원이라도 해야 한다.

기자 등 언론인의 복지를 위해 외부 지원을 기대하는 것이 너무나 껄끄럽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언론의 공적기능이 약해질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을 우선 고려해야 한다. 기자라고 해서 ‘목구멍이 포도청’이라는 격언에서 예외일 수는 없을 것이다. 기자의 역할을 걱정해야 하는 것이 우리 언론의 현실이라는 점에서 탄식할 일이지만 이 문제를 해결할 뚜렷한 방안이 없다는 점에서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주정민 전남대 교수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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