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홍 앵커 뉴스 중단이 노조 때문?
"노조원에 신체 충격받아"…노조 "새빨간 거짓말"
김고은 기자
nowar@journalist.or.kr
2012.05.18 11:30:02
권재홍 MBC 보도본부장이 파업 중인 노조원들과의 물리적인 충돌로 부상을 입어 ‘뉴스데스크’ 진행을 잠정 중단하게 됐다고 MBC 사측이 주장했으나 노조가 공개한 당시 현장 동영상에는 접촉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는 17일 오프닝을 통해 권재홍 앵커의 부상과 뉴스 중단 소식을 전했다. 이날 권 앵커를 대신해 투입된 정연국 앵커는 “어젯밤(16일) 권재홍 앵커가 뉴스 진행을 마치고 퇴근하던 도중 노조원들의 퇴근 저지를 받는 과정에서 신체 일부에 충격을 입어 당분간 방송 진행을 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배현진 앵커는 “권재홍 보도본부장은 어젯밤 10시 20분쯤 본사 현관을 통해 퇴근하려는 순간 파업 중인 노조원 수십 명으로부터 저지를 받았다. 권재홍 보도본부장은 차량 탑승 도중 노조원들의 저지 과정에서 허리 등 신체 일부에 충격을 받았고 그 뒤 20여 분간 노조원들에 둘러싸인 채 옴짝달싹 하지 못하는 상황을 겪어야 했다”고 전하며 당시 동영상을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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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뉴스데스크'가 17일 공개한 16일 밤 노조와 권재홍 보도본부장의 '충돌' 동영상. 그러나 동영상에서 부상을 당했다는 권 본부장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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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는 또 이날 저녁 별도의 보도자료를 통해 “MBC기자회 소속 기자들 약 40~50명이 차량을 가로막고, 경력기자 채용을 항의하는 과정에서 타박상을 입었다”고 전하며 “권재홍 앵커가 부상에서 회복될 때 까지 주말 ‘MBC 뉴스데스크’를 진행하는 정연국 앵커를 대체 투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MBC노조는 “새빨간 거짓말”이라며 즉각 반박에 나섰다. 권 보도본부장에게 부상을 입힌 세력들로 지목된 MBC 기자회 또한 “궁지에 몰린 김재철 일당이 기자회에 폭력집단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씌우기 위한 날조극”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MBC노조는 이날 밤 보도자료를 통해 “그동안 계속된 사측의 거짓말이 또다시 재연될 것임을 예상하고 권재홍 보도본부장의 퇴근과 기자회의 면담 요구 과정 전체를 동영상으로 촬영했다”면서 “동영상 원본을 면밀히 재검토한 결과 권재홍 본부장은 청경 40여명의 보호막 뒤에서 기자들과의 신체적 접촉을 전혀 겪지 않고 자신의 차량에 탑승했다”고 밝혔다.
이어 “권 본부장은 또 기자들이 차량을 에워싸고 ‘시용기자’ 채용에 대한 해명을 요구한 20여 분간 다리를 꼰 채 휴대폰 통화와 문자메시지 발송 등을 반복했다. 그 과정에서 단 한번도 허리를 만지는 등의 부상당한 흔적을 보이지 않았다”면서 “상식적으로 권 본부장이 기자들과의 충돌로 허리를 다쳤다면 승용차의 뒷좌석에 다리를 꼰 채로 그 시간동안 견딘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고 반박했다.
MBC 기자회는 ‘1년 근무(시용) 후 정규직 임용’을 채용조건으로 하는 이른바 ‘시용기자’ 채용 방침에 반발하며 지난 16일 권재홍 본부장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그러나 권 본부장이 끝내 기자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자 이날 밤 ‘뉴스데스크’가 끝나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퇴근하는 권 본부장을 향해 시용기자 채용 철회를 촉구했다.
기자회에 따르면 권 본부장은 청경 40여명에게 둘러싸여 방송센터 5층 보도국에서부터 1층에 대기 중이던 에쿠스 차량까지 유유히 걸어 나갔다. 기자회는 “권 본부장과 기자들 사이의 거리는 손이 전혀 닿을 수 없을 정도로 떨어져 있었다”며 “심지어 권 본부장을 둘러싼 청경들마저 몸이 부딪히지 않을 정도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한 채 이동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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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노조가 직접 촬영한 16일 밤 사건 당시 동영상. (빨간 동그라미 속) 권재홍 본부장이 청경들의 경호를 받으며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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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노조는 “이런 상황에서도 만약 권재홍 본부장이 부상을 입었다고 한다면 계단을 내려오다 자기 스스로 헛딛기라도 해야 부상이 가능할 지경”이라며 “권 본부장이 차에 탑승한 뒤 가장 근거리에 있던 한 기자가 목격한 바에 따르면 허리를 다쳤다는 사람이 고통을 호소하기는커녕 다리까지 꼬고 앉아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실제 ‘뉴스데스크’가 17일 공개한 동영상에서도 부상을 당했다는 권 본부장의 모습은 나오지 않는다.
노조는 18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당시 노조가 촬영한 동영상 원본을 공개했다. 노조는 “‘김재철과 그 일당의 생명 연장’이라는 지극히 사적인 목적을 위해 공공의 이슈를 사실 그대로 보도해야 할 ‘뉴스데스크’가 국민을 상대로 거짓 보도를 했다”면서 “권재홍은 뉴스에서 자신이 숱하게 전했던 보험 사기범처럼 자해 공갈 쇼를 벌인 것이며, 그것도 모자라 공영방송사의 앵커가 후배들을 겁박하기 위해 뉴스 앵커라는 자리를 걸고 시청자를 상대로 사기도박을 벌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사기범으로 드러난 권재홍은 다시는 뉴스데스크 앵커 석에 앉아서는 안 된다”며 “무엇보다 자신의 자리보전을 위해 부역자들을 동원해 뉴스데스크를 편파 왜곡 보도도 모자라 허위 보도의 상징으로 전락시킨 김재철은 이제 더 이상 MBC를 망치지 말고 당장 MBC를 떠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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