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랑스러운 엄마 아빠' 우리는 공정보도 가족

조준형(연합)-홍상희(YTN) 기자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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샛별 같은 공주, 윤(5세)이는 요즘 행복하다. 아빠 엄마와 보내는 시간이 ‘조금’ 늘어났기 때문이다. 곤히 잠든 얼굴이 더 익숙한 아빠가 밥도 같이 먹어주고 그림책도 읽어준다. 보고 싶을 땐 24번 채널을 틀어야 만날 수 있었던 엄마도 주말은 윤이 옆을 지켜준다. 엄마 아빠 얼굴 어딘가에 그림자는 있지만 기억이 나는 시간 이후로 이만큼이나마 두 사람을 독차지한 날이 있었을까? 그래서 윤이는 이번 어린이날이 더욱 기다려진다.



윤이의 아빠 엄마는 조준형(연합뉴스), 홍상희(YTN) 기자 부부. 2003년 검찰 출입 때 만나 올해 결혼 7년차인 두 사람은 역사가 만든 ‘파업 부부’다. 연합뉴스는 ‘사장 연임 반대’ ‘공정보도 쟁취’를 내걸고 지난달 15일부터 23년 만의 파업에 돌입했다. 해직사태로 오랜 터널을 지나고 있는 YTN 역시 임단협 결렬로 4년 만에 파업에 들어가 주말을 끼고 ‘게릴라 파업’을 벌이는 중이다.



여기에 윤이의 삼촌까지 ‘파업 중’이어서 이들은 명실상부한 파업 가족이 됐다. 조욱형 MBC PD가 조 기자의 동생이다.



파업 덕분에 윤이와 함께 지낼 시간이 늘어난 건 위안거리다. 하지만 서로 “당신 회사 문제가 잘 풀려야 할 텐데…” 걱정을 지울 수가 없다. 기사에만 정열을 쏟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경제적 압박도 무시할 일이 아니다. 조 기자는 25일 월급날 처음으로 텅 빈 통장을 확인하게 될 것 같다. 사측의 에누리없는 무노동 무임금 원칙 때문이다. 홍 기자의 직장 YTN도 사측이 임단협 결렬로 중노위 절차까지 밟은 파업을 불법 정치파업이라며 유급휴일 임금을 지불할 수 없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긴축 가계경영’ 돌입이 불가피한 처지다. 그런데 이들은 “파업 100일을 넘긴 국민일보 노조 조합원이나 다른 직종의 파업 노동자들에 비하면 말하기도 부끄럽다”며 손사래를 친다.



부부에게 지금은 시련의 나날일까. 조 기자의 말을 들어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부부가 서로 이심전심으로 힘이 돼주려 하죠. 정당하고 의미있는 일을 하고 있으니까요. 희생없이 이룰 수 없지 않겠어요? 이 정도 곤란은 우리가 당연히 지불해야 할 대가입니다.”



모진 비바람에 벚꽃은 졌다. 하지만 5월에는 더 많은 새로운 꽃들이 피어날 것이다. 더욱이 이 부부에게 머지않아 ‘공정보도’의 꽃밭이 만발하리라는 희망의 전령사, 윤이가 있다. 세월이 가면 딸은 이렇게 말할 것이다. “자랑스러운 우리 엄마, 우리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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