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의 '손수조 만들기'

조선이 집중 조명…종편 따르고 새누리당 움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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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세 정치신인이 갑자기 부각되고 있다. 새누리당 부산 사상구 예비후보로 등록한 손수조씨다. 손씨가 급작스럽게 부상하는 과정이 눈길을 끈다. 조선일보의 기사가 나간 뒤 종편 TV조선과 채널A가 가세했고, 다른 매체들이 따라왔다. 급기야 새누리당 안에서도 ‘손수조에 감명받았다’는 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다른 언론들이 손수조씨를 지역 예비후보 중 한명으로 간단히 소개할 때 그를 부각한 첫 기사는 조선닷컴 17일자 ‘문재인 출마 지역구에 도전장 낸 27세 여성’와 머니투데이의 ‘27세 새누리당 최연소 후보’다.

특별한 후속 기사가 없었던 머투와 달리 다음날 조선일보는 사회면 톱기사로 ‘월급받은 3000만원으로 정치실험 나선 27세 여성’을 내보냈다. 직접 부산까지 내려가서 사진을 찍어 내보냈다. 22일자에는 “새누리당이 문재인의 대항마로 손수조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로 후속타를 날렸다.



   
 
  ▲ 2월18일자 조선일보 11면 사회면 톱으로 실린 손수조 후보의 기사.  
 

종편들도 가세했다. 21일에는 동아일보가 ‘문재인 꺾을 카드? 27세 여 손수조’를 싣더니 같은날 채널A의 메인뉴스 뉴스A가 손씨를 단독으로 다룬 리포트를 내보냈고, 대담 프로그램인 ‘박종진의 쾌도난마’에 출연시켰다. 22일에는 TV조선 ‘뉴스와이드 참'의 '투데이인터뷰’에 손씨를 직접 출연시켜 대담을 나눴다.

이는 다른 방송사들과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KBS와 MBC, SBS, YTN은 프로그램 출연은 물론이고 손씨를 따로 다룬 리포트 역시 하나도 없었다. 


24일 부산을 방문한 박근혜 비대위원장의 기자 간담회에서는 손 후보에 대한 질문이 나왔다. 이에 대해 박 위원장은 "좋은 후보라고 얘기하면서 추천위원회에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조선일보는 인터넷판에 "문재인 이사장과의 첫 가상 양자대결에서 21.7% 대 53.8%로 만만찮은 경쟁력을 보였다"고 보도했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의 조사결과다.


그러나 부산 지역 언론의 반응은 대조적이다. KNN은 23일자 리포트에서 “손수조 후보의 전략공천설을 흘리며 여론을 떠보고 있으나 필패론을 전제로 문후보에 대한 물타기라는 지적과 함께 유권자를 우롱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고 전했다. 부산일보도 같은 날 기사에서 여권 관계자를 인용해 “‘문재인 엿 먹이기’ 콘셉트로 가다가 되레 부산 유권자들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악수가 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지역에서는 ‘손수조 만들기’에 대해 향후 대선을 바라본 ‘김빼기’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여권 실세가 맞붙을 경우 전국적 이슈로 떠올라 상대인 문재인 후보만 키워줄 뿐이고, 만약 패하기까지 하면 박근혜 위원장의 대선가도에도 좋을 게 없다는 것이다.새누리당에서 거론됐던 유력 후보도 대부분 친이계여서 정권 심판 구도로 흐르는 것도 부담이다.


그럴 바에야 ‘세대 대결’ 구도로 바꿔 효과를 반감할 수 있는 카드가 차라리 낫다는 전략에서 ‘손 만들기’가 나왔다는 분석이다. 새누리당이 젊은 층에 인기가 없다보니 20대 후보가 이슈가 되면 수도권에도 반사이익이 있다고 판단했을 거라는 해석도 나온다.

부산지역 한 언론사의 관계자는 “서울에서는 재미있는 구경거리로 보는지 모르지만 부산 분위기는 다르다”며 "새누리당 부산 관계자들은 ‘최선을 다해 이기는 선거를 해야지 이게 뭐냐’는 반응이고 지역 유권자의 여론이나 지역 언론도 중앙의 구경거리에 동원되는 듯해 유쾌하게 여기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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