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국 '부글부글' 끓는다

취재현장서 배척·기자들 연쇄 성명…간부들은 해외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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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BC 보도국 기자들이 연쇄 성명을 내는 등 뉴스 보도의 신뢰도 추락을 우려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여의도 MBC 방송센터 전경. (MBC 제공)  
 
“입사 이후 처음으로 내가 MBC 기자라는 사실이 부끄럽다”
MBC 보도국이 부글부글 끓어오르고 있다. 김재철 사장 취임 이후 꾸준히 제기된 MBC 뉴스의 연성화와 정권편향에 대한 비판이 한·미 FTA 보도로 극에 달하고 급기야 시민들의 취재 거부로까지 이어지면서 MBC 뉴스를 더 이상 두고 볼 수만은 없다는 문제제기가 보도국 내부로부터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한·미 FTA 비준안이 통과된 지난달 22일, MBC ‘뉴스데스크’는 반FTA 집회 소식을 보도하지 않았다. 집회 현장에는 MBC 취재기자 5명, 카메라기자 3명이 있었지만 정작 뉴스에선 현장 소식을 접할 수 없었다. 광화문에서 대규모 반FTA 집회가 열린 26일에도 ‘뉴스데스크’는 집회 소식 대신 스키장 개장 소식을 톱뉴스로 전했다. 김선동 의원의 최루탄 사건은 크게 보도하면서 한나라당의 ‘날치기’는 비판하지 않았고, 종로경찰서장 폭행 논란을 이틀 연속 보도하면서도 경찰의 ‘물대포’는 한 번도 문제 삼지 않았다.

여론은 매서웠다. SNS에는 MBC에 대한 비난 글이 쏟아졌고, 뉴스 시청자 게시판에도 MBC를 질타하고 비판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급기야 “방송에 내보내지도 않을 걸 뭐 하러 취재하냐”는 항변 속에 취재진이 집회 현장에서 쫓겨나는 지경에 이르렀다. 2~3년 전까지만 해도 시민들의 지지를 받던 MBC 취재진이 이젠 배척의 대상이 된 것이다.

기자들이 받은 충격은 컸다. 이들은 현장에서 카메라가 밀쳐지고 쫓겨나는데 대해 참담함을 토로했다. 참다못한 3년차 카메라 기자는 지난달 말 사내게시판에 “이제 우리 몸이 걷어차이고 맞는 일만 남았다”고 썼다. 이를 신호탄으로 MBC 기자들의 성명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13년차 기자에서부터 1년차 신입 기자에 이르기까지 기자회 기수별 성명이 이어졌다. 이들은 “현장 기자들이 더 이상 MBC 기자로서 자긍심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며 “작금의 상황에 대한 가장 큰 책임은 보도국장을 비롯한 지도부에게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기의식을 키우는 또 다른 현상은 MBC 뉴스 시청률의 뚜렷한 하락세다. 최근 MBC ‘뉴스데스크’는 KBS는 물론 SBS에도 밀리며 꼴찌로 내려앉았다. 11월28일~12월2일 방송 3사의 평일 메인뉴스 평균 시청률(AGB닐슨미디어리서치, 수도권 기준)은 KBS 19.2%, SBS 11.0%, MBC 10.0% 순이었다. 지난 5일~9일 시청률 역시 KBS 17.0%, SBS 10.8%, MBC 10.2%로 집계돼 MBC는 2주 연속 꼴찌를 기록했다. 특히 전국 시청률에서 MBC는 지난 2주간 단 한 번도 한 자리 수를 넘어서지 못했다.

문제는 이것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니라는 것. TNmS에 따르면 지난해 12월부터 1년간 3사 뉴스 시청률은 KBS 18.4%, SBS 9.5%, MBC 7.8%로 올 들어서며 MBC가 3위로 고착화 되어 가는 분위기다.

이런 상황에서 보도본부 간부들은 해외 연수에 나서 빈축을 사고 있다. 전영배 보도본부장과 일부 국장, 부장급 간부들은 이달 보름여의 일정으로 유럽 연수를 떠난다. 이진숙 홍보국장에 따르면 “보도 부문 경쟁력 강화를 위한 기획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서”다. 그러나 기자들은 “후배들의 피눈물은 모른 척 한 채 맥락 없는 외유만 일삼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MBC노조는 12일 성명을 통해 “뉴스가 다시 회복하기 위해서는 읍참마속의 심정으로 쇄신 인사를 단행하는 것 이외에는 방법이 없다”고 주장하며 “공정방송협의회에서 전영배 보도본부장과 문철호 보도국장, 김장겸 정치부장, 최기화 편집1부장, 박용찬 사회2부장 등에 대한 보직변경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고은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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