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반과 진위는 여부를 묻지 마세요
한국기자협회 온라인칼럼[엄민용의 우리말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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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민용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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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의 글과 이어지는 내용입니다.
앞에서 양면성을 지닌 말 뒤에는 ‘위기’ ‘위협’ ‘흔들리다’ 따위처럼 일방적인 뜻의 말을 붙이지 말아야 한다는 얘기를 했습니다.
그런데 그런 예 말고, 양면성을 지닌 말에 또다시 양면성을 지닌 말을 써서 이상한 말꼴을 만드는 표현도 있습니다. 그중 대표적인 게 ‘여부’입니다.
여부(與否)는 한자 그대로 “그러함과 그러하지 아니함”을 뜻합니다. 그런데 이 여부를 “17일과 19일 청주시의회와 청원군의회가 잇따라 통합안에 대한 찬반 여부를 의결한다.”(국민일보) “1898년 수의 속 남성 첫 발견… 진위 여부 공방 계속돼 4월10일부터 44일간 공개”(동아일보) 따위처럼 쓰는 일이 흔합니다.
여기서 ‘찬반’은 “찬성과 반대”를 뜻합니다. 따라서 그 뒤에 ‘여부’가 붙은 ‘찬반 여부’는 “찬성과 반대를 하는지 안 하는지”라는 이상한 말꼴이 됩니다.
원래는 “찬성을 하는지 안 하는지”나 “반대를 하는지 안 하는지”의 의미를 가져야 하죠.
‘진위(眞僞)’ 역시 “진짜와 가짜”를 뜻하므로, 그 뒤에 ‘여부’가 붙은 ‘진위 여부’는 “진짜와 가짜인지 아닌지”라는 괴상한 의미의 표현이 됩니다. 이 역시 “진짜인지 아닌지”나 “가짜인지 아닌지”의 의미를 지닌 표현이 돼야 합니다.
결국 ‘여부’가 “그런지, 아닌지”를 뜻하므로 그 앞에는 ‘찬성’이나 ‘반대’, ‘진짜(진실)’나 ‘가짜(거짓)’ 중 하나만 와야 의미가 통하게 됩니다.
<엄민용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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