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우당간은 좌우간에 잘못된 말
한국기자협회 온라인칼럼[엄민용의 우리말글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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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민용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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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는 독자가 ‘좌우지간’과 ‘좌우당간’ 중 어느 것이 맞는지 물어왔습니다. 워낙 쉬운 물음이라 크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의외로 ‘좌우당간’이 아주 널리 쓰이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신문에서도 참 많이 쓰더군요.
하지만 ‘좌우당간’과 ‘좌우지당간’으로 쓰는, “이렇든 저렇든 어떻든 간”을 뜻하는 말은 원래 ‘좌우간(左右間)’이 바른말입니다.
이 ‘좌우간’을 ‘좌우지간(左右之間)’으로 쓰기도 합니다. 이때의 ‘지’는 아무 뜻이 없는 말입니다. 한자성어의 특성상 일종의 운율을 위해 그냥 집어넣은 것입니다. 배수진(背水陣)’을 ‘배수지진(背水之陣)’으로 쓰는 것도 그런 말 가운데 하나죠.
보물 제1호인 ‘흥인문’도 마찬가지입니다. 동대문으로도 불리는 ‘흥인문’은 “인(仁)을 흥하게 하라”는 의미로 지어진 이름입니다.
조선 철종 말까지의 <실록>을 보면 이 문은 ‘흥인문’으로만 적혀 있습니다. 근대에 들어 고종 때부터 ‘흥인지문’으로 불리게 됐지요.
이에 대해서는 왜구의 침입을 막기 위해 흥인문의 지세를 강화하고자 땅[地]과 발음이 같은 ‘지(之)’를 넣었다는 설, 용의 형상을 한 ‘지(之)’를 붙인 것이라는 설이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아는 어느 한학자는 “‘좌우간’을 ‘좌우지간’으로 쓰는 언어 습관에서 빚어진 말일 뿐”이라고 일축하더군요.
아무튼 우리말에서는 석 자로 된 한자성어 가운데 운율을 위해 ‘지(之)’를 넣어 넉 자로 만든 것이 더러 있습니다. 하지만 ‘당’자를 넣은 말은 없습니다.
결론적으로 ‘좌우당간’이나 ‘좌우지당간’은 어느 사전에도 올라 있지 않은, 한자를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이 퍼뜨린 말입니다.
<엄민용 경향신문 엔터테인먼트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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