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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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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사태가 문득 떠올랐다.
일반인까지 줄기세포ㆍ처녀생식 등 바이오 전문가가 다 됐던 기억이다. 일본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도 원전ㆍ방사능에 대한 전 국민 교육장이 되고 있다.
몰라도 사는데 지장이 전혀 없었던 세슘-137ㆍ요오드-131ㆍm㏜ㆍ㏃(베크렐) 등 방사선 관련 전문용어들이 미디어에 매일같이 등장하고 있어서다.
일본 원전 사태는 급기야 물ㆍ식품 등 삶의 기본 문제까지 건드리고 있다. 안타깝지만 사태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후유증이 체르노빌이나 드리마일 원전사고의 중간 정도일 것으로 예상해 보지만 일부에선 체르노빌의 악몽 이상일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도 내놓는다. 우리 국민의 불안지수도 날로 높아지는 작금이다.
사람들은 뭔가 위기가 닥쳤는데 실체를 모를 때 불안감을 더 느낀다고 한다. 특히 전문가의 의견이 상반되면 공포는 가중된다. 자신이 기만 당하고 있다고 여겨서란다.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 파동 때 경험한 바 있다.
미디어에선 시금치에서 요오드-131 ○○○○○Bq 검출, 수돗물에서 세슘-137 ○○○Bq 검출, 원전 복구 요원 ○m㏜ 피폭 등 생소한 수치들이 난무한다. 30평대 아파트, 콜레스테롤 240의 의미는 다들 안다. 하지만 평소 물리학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방사능ㆍ흡수선량ㆍ등가선량 등은 ‘아라비아 문자’나 다름없다. 일본 원전 관련 정보를 전하는 기자나 독자ㆍ시청자가 자주 헷갈려하는 것은 다음 네 가지다.
첫째, 방사능ㆍ방사선ㆍ방사성의 차이다.
방사선(放射線, radiation)은 X선ㆍ감마선 등 전자기파와 알파선ㆍ베타선 등 입자선을 가리킨다.
요오드-131, 세슘-137 등 불안정한 원자핵은 에너지를 가진 방사선을 스스로 방출하고 안정된 원자핵(비방사성 요오드나 세슘)으로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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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오전 서울 중구 우리은행 명동점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여성위원회 회원들이 핵으로부터 안전한 세상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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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放射能, radioactivity)은 이 같은 방사선을 내는 현상(능력)이다. 방사성(放射性, radioactive)은 ’방사선을 내는 성질을 가진‘이다. 미디어에서 흔히 방사성 물질이라고 표기하는 세슘-137, 요오드-131의 정확한 명칭은 방사성 핵종(核種, radionuclides)이다.
방사능ㆍ방사성ㆍ방사선의 차이는 다음 문장으로 요약된다.
“방사성 핵종이 많을수록 시간당 붕괴되는 원자 수는 많아지며, 따라서 방출되는 방사선이 많아 방사능도 높아진다.”
세슘-137 등 방사성 핵종에 오염된 식품을 흔히 방사능 오염식품이라 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방사성 물질(핵종) 오염식품이다. 방사능은 능력이나 현상이지 식품을 오염시키는 실체는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 이해하기 힘든 단위들이다. 후쿠시마 원전 사태로 귀에 익숙해진 단위는 ㏃(베크렐)ㆍ㏜(시버트)ㆍ㏉(그레이) 등 셋이다. 앙투안 앙리 베크렐(프랑스)ㆍ롤프 시버트(스웨덴)ㆍ루이스 해롤드 그레이(영국) 등 하나같이 유명한 물리학자의 이름에서 따온 것이다.
일본산 식품의 국내 통관 여부를 판정할 때 쓰는 ㏃은 방사능의 단위다. 초당 붕괴원자수를 가리킨다. 식품공전엔 요오드-131, 세슘-137 등 방사성 핵종별로 허용기준이 설정돼 있다.
㏜는 등가선량ㆍ유효선량의 단위다. 인체에 미치는 영향을 나타내므로 전반적으로 건강에 얼마나 해로운지를 따질 때 사용된다. 방사선 흡수선량에 각 방사성 물질별 가중치를 곱한 값이다. 일반인의 연간 인공 방사선 노출 허용치는 1m㏜(m㏜=1000분의 1 ㏜), 원전 종사자는 50m㏜ 이하다. 이보다 더 많이 쬐었다고 해서 당장 건강에 이상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토양ㆍ물 등을 통해 늘 받고 사는 자연 방사선의 양도 연간 약 3.5m㏜다. X선ㆍCT 등 방사선을 이용한 진단장비를 통해서도 상당량의 (인공) 방사선을 쬐고 있다. CT의 경우 한번에 10m㏜를 쬐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MRI와 초음파 검사는 방사선과 무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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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 후쿠시마 원전 2호기 웅덩이에서 기준치보다 1천만배 많은 방사능 수치가 검출된 가운데 지난 27일 도쿄에서 시민들이 플래카드를 들고 원전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AP/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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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ㆍ다음에도 나오지 않는 환산 공식이 있다. 물ㆍ식품에서 검출된 ㏃ 단위의 방사능을 건강과 관련된 m㏜로 바꿔주는 공식이다. 요오드-131의 경우 ㎏당 5만㏃=1m㏜, 세슘-137은 7만7000㏃=1m㏜다. 일본 원전 근처 시금치에서 요오드-131이 5만4000㏃, 채소에서 세슘-137이 8만2000㏃이 검출됐다. 이는 해당 시금치나 채소 1㎏을 먹으면 1m㏜을 약간 넘는 셈이다.
㏉는 방사선 흡수선량이다. 살충ㆍ살균ㆍ발아 억제 등을 목적으로 식품에 일부러 방사선을 쫴 주는 방사선조사식품에서 주로 사용되는 단위로 이번 원전 사태와는 상대적으로 연관이 적다.
셋째, 세계 각국이 일본산 먹을거리에 내린 조치들이다. 강도 순으로 열거하면 후쿠시마현 등 특정지역산 검사강화(EUㆍ캐나다, 방사능 오염검사 증명서 요구 등)→일본산 전체 검사강화(인도ㆍ필리핀ㆍ태국 등)→특정지역산 통관 보류(미국ㆍ호주)→특정지역산 수입금지(수입중단, 한국ㆍ중국ㆍ대만ㆍ러시아ㆍ싱가포르)→일본산 전체 수입금지(아직 없음) 순서다.
우리에겐 일본산 전체 수입금지라는 마지막 카드만 남은 셈이다. 한때 미국이 일본산 식품에 대한 수입중단 조치를 내렸다는 보도가 나왔지만 통관 보류와 수입금지는 엄연히 다르다. 통관 보류는 ’검사 담당자가 검사하지 않고 통관을 보류해도 법적으로 문제가 안 된다‘는 뜻이다. 뒤집어 말하면 검사해서 허용기준 이하이면 통관된다.
넷째, 일본산 먹을거리의 방사성 물질 오염 여부를 가려낼 우리 정부의 검사기관들이다.
일본산 농ㆍ임산물과 가공식품ㆍ건강기능식품ㆍ식품첨가물은 식약청이, 축산물과 축산가공식품은 수의과학검역원이, 수산물은 수산물품질검사원이 검사 업무를 수행한다.
검사기관이 분산돼 있으니 사각지대가 생기거나 검사의 효율성이 떨어질까 우려된다. 컨트롤 타워를 가동할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
최근 중국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임위원회 위원장은 일본의 방사선 누출 사태와 관련해 “식품안전에 게으름 피우지 말라”고 일갈했다. 방사성 공포에 지나치게 패닉 현상을 보일 필요는 없지만 국민 건강을 위해 경계수위는 한껏 높여야 할 때다.
<박태균 중앙일보 식품의약전문기자 tk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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