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 알권리와 국익

[우장균의 못다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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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장균 한국기자협회장  
 


1961년 4월 17일. 미국은 쿠바 남부 피그만에 미국 정부에 의해 훈련된 쿠바 망명군을 상륙시킨다. 미국 목에 걸려있는 가시 같은 피델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시키기 위해 무리한 작전을 감행한 것이다. 침공 작전은 3일 만에 대패로 끝났다. ‘피그만 사태’는 국민의 알권리와 국가의 이익 사이에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당시 뉴욕타임스는 침공 작전을 사전에 알고 있었지만 국가의 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케네디 정부의 엠바고(보도유예)를 받아 들여 보도하지 않았다. 그러나 정작 케네디는 훗날 “만약 뉴욕타임스가 피그만 작전에 관한 사항 들을 좀 더 자세히 보도했더라면 미국의 결정적 실수를 막을 수 있었다”라고 후회했다.



이번에 우리도 ‘아덴만 작전’ 엠바고를 놓고 국민의 알권리와 국익사이에 논쟁을 버리고 있다. 청와대는 삼호주얼리호 1차 구출작전 실패 기사를 내보낸 부산일보 등 3개 언론사에 대해 출입등록 취소와 출입정지 등 중징계 결정을 내렸다. 이에 앞서 국방부는 ‘엠바고 파기’ 언론사에 대해 기자실 출입금지 등 제재 조치를 요구하는 협조 공문을 38개 모든 정부부처에 보냈다. 청와대는 출입기자들에게 자체 징계를 타진했지만 출입기자단은 청와대가 요청한 엠바고도 아닌 사안에 대해 징계를 논의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입장을 정리했다고 한다. 청와대가 출입기자들의 의견도 무시하고 언론사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것은 국익을 앞세워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의도로 해석 할 수 있다. 또 부산일보 등 징계를 받은 언론사들은 국방부를 출입하지 않고 있다. 따라서 국방부와 엠바고를 합의한 언론사가 아니라 엄밀히 말해 국방부 엠바고를 파기했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런 사안에 대해 중징계를 내린 것은 빵을 훔친 장발장에게 사형선고를 내린 격이라 볼 수 있다.

케네디는 ‘피그만 작전’ 보도와 관련해 작전 개시 전에 언론이 엠바고를 지킨 것을 유감이라고 했다. 케네디는 언론이 진정 국익을 위하는 길은 엠바고 수용보다 국민의 알권리를 위해 보도를 하는 것이라고 말한 셈이다. 하물며 이번 ‘아덴만 작전’ 보도는 작전 개시 전에 기사화 된 것이 아니고 1차 작전 실패 뒤에 보도된 것이다. 소말리아 해적이 우리 언론의 보도로 작전을 사전에 눈치 챈 것도 아니고 선장 등 국민의 생명이 언론 보도로 심각하게 위협받게 된 상황이라고도 보기 어렵다. 오히려 국방부가 작전 성공의 결과를 언론을 통해 과잉 홍보한 것이 국익에 심각한 손해를 끼칠 수 있다. 아프리카 소말리아 인근 아덴만은 무역 강국 대한민국 선박과 국민이 앞으로도 계속 통과해야 하는 곳이다. 우리 국민의 생명권과 재산권을 위협하는 소말리아 해적에게 군사작전을 상세히 설명했으니 앞으로 또 우리 배나 국민이 피랍됐을 때 국방부는 국민의 생명과 국익을 위해 어떻게 군사작전을 수행하겠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지난해 말 민주화 운동의 상징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아웅산 수치 여사가 7년 만에 가택연금에서 석방됐다. 수치 여사는 풀려난 직후 “민주주의의 근간은 언론자유, 표현의 자유”라고 말했다. 수치 여사의 말은 언론 자유가 없으면 국민의 생명권도 인권도 재산권도 위협 받을 수 있고 결국 국익에도 큰 손해가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위정자는 언론을 통제하고 정권의 홍보수단으로 삼으려고 끊임없이 노력했다. 이번 ‘아덴만 작전 보도’ 과잉 징계는 이명박 정부의 언론정책의 현 주소를 알려주는 시금석으로 훗날 역사가 냉정한 평가를 할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언론자유가 국익을 위해 가장 중요하다는 케네디 대통령과 수치 여사의 말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이 글은 1월 26일자 부산일보 2면에 실린 특별기고의 원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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