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예산안 부결 언론사에 '불똥'
도-도의회, 언론사 행사 지원비 문제 등으로 대립
'우 도정 언론 길들이기' vs '언론권력 도 넘었다'
민왕기 기자
wanki@journalist.or.kr
2010.12.22 13:43:37
제주도와 제주도의회가 ‘언론사 행사 지원비 증액’ 문제 등으로 첨예한 의견 차를 보이다 결국 ‘2011년도 예산안’을 부결시켰다.
도의회는 지난 11일 도가 제출한 총 2조8천5백53억원 규모의 내년도 예산안 중 해군기지 관련 예산 61억원 등 총 2백55억5천8백만원을 삭감했다. 반면 무상급식 예산은 50억원으로 증액시키고 언론사 행사 지원비 등 민간지원예산을 증액했다.
우근민 제주지사는 이에 “무상급식에 대해서는 동의하지만, 민간보조금 증액(언론사 행사 지원금)에는 동의할 수 없다”며 부분 부동의했다. 도의회는 투표를 실시, 15일 예산안을 부결시켰다.
당초 지역언론사 행사 지원비 예산안은 예년의 절반 수준(5억2천3백만원)이었지만 도의회가 다시 예년의 90% 정도에 해당하는 총 9억5천2만원으로 회복시켰다. 이를 두고 지역 정가와 언론계에서는 갖가지 분석을 내놓고 있다.
4억원 정도 예산을 늘릴 것이냐, 줄일 것이냐를 두고 우 도정과 도의회가 ‘예산안 부동의’, ‘예산안 부결’이라는 각각의 초강수로 대응했기 때문이다.
일단 우 지사가 소액 예산을 문제삼아 부동의를 한 것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과 정당하다는 반응이 엇갈린다. 마찬가지로 도의회가 이를 문제로 예산안 부결을 택한 것에 대한 반응도 제각각이다.
제주지역 한 언론사 간부는 “20년이 넘는 전통성 있는 행사나 시민 반응이 좋은 스포츠 행사 예산을 갑자기 50~70% 이상 삭감하겠다는 것이 이상하다”며 “우 도정이 강압적 예산편성으로 언론 길들이기를 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반면 윤춘광 도의원은 “언론사 지원 예산을 책정하는 기준도 없고 정산을 해보면 심판비로 6천만원이 쓰였다는 점 등은 투명하지 않다”며 “그동안 언론사는 도정이 아니면 도의원들과 손잡으면 된다는 인식으로 무소불위의 권력집단이 됐다”고 말했다.
본보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제주지역 언론사들은 각종 행사 개최에 따른 지원금을 최소 1천5백만원에서 최고 2억원까지 받고 있다. 대상은 제민일보, 제주일보, 한라일보, KCTV, MBC, KBS, 제주의소리, 제주뉴시스, 서귀포신문, 미디어 제주, 제주타임스 등이다.
일례로 한 신문사는 고교축구대회를 주최하며 2007년 2억원, 2008년 2억3천만원, 2009년 2억원, 2010년 2억1천8백50만원을 각각 지원받았다. 올해는 1억원으로 50% 이상 삭감됐다가 도의회가 9천6백만원을 증액, 1억9천6백만원으로 책정됐다.
제주지역 또다른 언론사 기자는 “언론사 행사지원 예산이 제주도 예산안을 둘러싼 도정과 도의회 갈등의 촉발점이자 발화점이 된 것 같다”며 “도와 도의회 모두 합의점과 절충점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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