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경쟁 날려버린 스트라이크!
[시선집중 이 사람] 사회인 야구 8년째 전라일보 김영무 기자
김성후 기자
kshoo@journalist.or.kr
2010.09.29 13:41:14
“양복을 입고 출입처 복도를 걸으면서도 팔을 휘두르는 건 다반사입니다. 잠깐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투구 폼을 잡아보기도 합니다. 잘 때 천장에 타자와 포수, 심판이 보이고 그 사이에 들어가는 공의 궤적이 그려지기도 합니다.”
흔히 당구에 빠지면 당구공 궤적이 천장에 그려진다고 하는데, 야구에 푹 빠져 있는 이 사람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토요일 새벽 4시면 후다닥 일어나 유니폼을 챙겨 입고 집을 나선다. 탁 트인 녹색 운동장에서 투수 플레이트를 밟으면 세상 부러울 게 없다. 전라일보 김영무 기자 얘기다.
김 기자는 사회인 야구동호회 ‘전주시청 피전스’의 에이스 투수다. 지난해 10승을 했고 올해는 7승을 거뒀다. 앞으로 20게임이 남았는데 잘 던지면 15승도 어렵지 않다. 그가 가진 구질은 직구와 슬라이더, 포크볼. 특히 직구처럼 오다가 타자 앞에서 뚝 떨어지는 포크볼에 타자들의 방망이는 허공에서 춤을 춘다.
초등학교 시절 시멘트포대를 접어 만든 글러브로 돌공을 던지며 놀았던 그가 야구를 제대로 배운 것은 2002년. 당시 후배 기자의 소개로 전주 금평 초등학교 야구부 김승중 감독을 만나면서다. “거의 매일 학교 운동장에서 가서 혼자 공을 던지고 배트를 휘둘렀죠. 그런 열정이 대견했던지 감독님께서 쇠로 만든 훈련용 공인 스냅공을 선물로 주시더군요. 글러브, 스파이크도 주시고….”
주말리그가 열리는 토요일, 그는 하루 종일 야구장에 있다. 피전스 경기가 끝나도 다른 동료들과 시간을 보낸다. ‘야구와 살림 차렸다’며 바가지를 긁어대던 아내는 포기했는지 별말이 없다. 그가 뛰고 있는 피전스는 전주시청 공무원팀이다. 일반 사회인 야구팀에서 야구를 시작하던 그는 몇몇 공무원들과 의기투합해 2006년 피전스를 창단했다.
그는 야구의 매력을 희생이 아름다움으로 승화되는 운동이라고 표현한다. 먼저 나간 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해 죽음을 감수하며 대는 희생번트가 있고, 3루에 있는 주자를 홈으로 불러들이기 위해 외야 플라이가 있으며 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해 1, 2루 구간으로 의도적으로 밀어치는 팀배팅이 있다는 것. 또 하나는 투수의 손을 떠난 공을 0.2~0.4초 만에 판단하고 방망이를 휘둘러야 하는 판단력도 필수다.
전주 주말리그에서 대결하는 상대팀에 52세인 한 선수가 있다. 누구보다 열심히 뛰는 그 선수는 그의 역할 모델이다. 그는 패러글라이딩도 수준급이다. 2년 전 한 1년간 패러글라이딩을 탔다. 이륙장에서 땅을 박차고 달려 나갈 때의 긴장감, 하늘로 붕 떠올랐을 때의 짜릿함, 하늘에서 내려다 본 지상의 풍경 등은 그의 가슴에 남아 있다.
1999년 기자생활을 시작한 김 기자는 2008년 경력으로 전라일보에 들어와 현재 전주시청을 출입하고 있다. 그는 “취재현장의 긴장과 경쟁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기자들에게 야구는 정신을 맑게 하고 스스로 겸손해지게 한다”면서 “체력이 받쳐주는 한 20년은 더 야구를 하겠다”고 말했다.
김성후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Copyright @2004 한국기자협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