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조사 문제점 개선 시급하다

중앙·닛케이 공동여론조사 새로운 방식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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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창운 기자 “질문지 공개·공동조사 필요”

6·2지방 선거를 비롯해 각종 여론조사에서 누적된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중앙일보가 실시한 여론조사는 이러한 시도의 일환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표본의 대표성’ 문제 해결을 위해 새로운 조사방법을 실험했기 때문이다.

중앙일보는 한·일 강제병합 1백주년을 맞아 지난달 23일 니혼게이자이와 한·일 공동 국민의식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한국인 6백58명, 일본인 5백15명을 대상으로 한 이번 여론조사의 특징은 RDD(Random Digit Dialing)와 가구 내 응답자 무작위 추출법, 부재자 재통화 조사방식을 조합했다는 점이다.

기존 조사는 KT 전화번호부에 실린 ‘성·연령·지역별 인구비례에 따른 할당추출’ 방식을 따랐다. 전화번호부에 포함되지 않은 가구가 늘어나는 추세에서 이같은 방식은 표본의 대표성에 문제가 있다는 논란이 일었다. 이런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RDD는 전화번호부에 등록되지 않은 가구를 포함시켰다. 전화번호부 미등재 가구는 컴퓨터 프로그램을 통해 KT 국번에서 뒷번호를 무작위로 뽑아내는 방식으로 추출했다.

조사일로부터 생일이 가장 빨리 오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가구 내 응답자 무작위 추출’도 특색이다. 기존 조사는 조사원이 전화를 걸면 받는 사람이 대상이 된다. 이럴 경우 주부나 장년층 위주로 조사될 가능성이 높다. 20대 등 젊은 층을 확보하기 어렵다. 19세 이상 성인남녀 중 조사일과 생일이 근접한 사람을 대상으로 삼으면 이러한 문제를 어느정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중앙일보는 이번 조사방식의 조합을 보완해 내년부터 ‘대안적 조사방식’을 채택할 방침이다. 전화번호부 등재 가구와 미등재 가구의 응답별 특성, 인구통계학적 차별성도 좀 더 검증돼야 할 사안이다. 시간과 비용 문제도 있다. 중앙은 이번 조사를 하면서 3일 동안 6백58명을 조사했다. 예전 방식으로 하면 하루에 1천명 조사도 가능했으나 새 방식을 취하다 보니 시간과 비용이 더 늘어났다는 뒷이야기다. 비용과 효율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진일보한 방식을 연구하겠다는 뜻이다.

표본의 대표성 확보 외에도 여러 가지 문제점 해결이 시급히 제기되고 있다. 그중 먼저 꼽히는 것은 △공정한 질문지 작성 △조사 개요, 질문지 공개 △언론사 여론조사 전문인력 양성 △언론사 공동 여론조사 실시 등이다.

신창운 중앙일보 여론조사 전문기자는 “조사 개요·질문지 공개는 아주 중요한 문제이나 일부 언론사와 기관만이 실천하고 있다”며 “공개가 돼야 개선해야 할 문제점을 파악할 수 있으며 조사의 신뢰도도 높일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사 여론조사 전문인력의 확보도 중요 과제다. 현재 주요 종합일간지 중 여론조사 전문기자를 두고 있는 곳은 조선일보, 중앙일보 두 곳 뿐이다. 전담 인력을 두기 어렵다면 취재와 겸임을 해서라도 여론조사를 전문적으로 맡는 인력을 배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다.

언론사 공동 여론조사는 6·2 지방선거 방송 3사 공동 출구조사가 높은 적중률을 보이면서 필요성이 환기되고 있다. 당시 방송 3사의 조사는 주요 광역단체에서 여당의 승리를 예상했던 기존 여론조사를 모두 뒤집었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총선·지방선거 여론조사의 경우 언론사 공동으로 조사를 하면 효율성과 정확도를 높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동아·조선·중앙일보는 지난 18대 총선 당시 공표금지 기간에 내부 공동여론조사를 벌인 선례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창운 기자는 최근 낸 ‘여론조사 저널리즘’이란 책에서 ‘언론사 공동 여론조사’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언론사 공동 여론조사를 실시하면 총선 등에서 나타난 여론조사의 문제점은 상당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비용 문제는 물론 표본의 대표성, 질문방식, 편파보도, 정확성 논란을 모두 불식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신 기자는 “언론사, 조사기관, 정치권과 학계 등 관계자들의 긍정적 검토와 결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우성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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